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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리기에 대한 의사의 생각..
게시물ID : corona19_4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란잠바
추천 : 1/9
조회수 : 1132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20/08/25 10:20:57
안녕하세요 오유여러분

오유를 시작한지도 거의 10년이 다되어가네요

요새 베오베에 의사 파업을 비난하는 글이 많아 현직 의사의 입장에서 변명좀 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1. 이번 파업의 과정

정부에서 먼저 의사 증원하겠다. 공공의대 설립하겠다.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 부여 등을 시행하겠다라고 했습니다. 상의없이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지금의 정책결정과정은 너무도 일방적입니다. 당사자와의 상의없이 그냥 통보식입니다. 토론이라도 열어서 의사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안보여줬습니다. 의사들은 지속적으로 대화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의사 직업의 특수성상 파업 자체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 다보니 의사들이 파업을 결정하는건 다른 직종에 비해서 훨씬 어려운 문제입니다. 베오베에 파업을 할때는 자기목숨걸고 하는데 의사들은 남의목숨 걸고 한다는 글이 있더군요. 남의 목숨인만큼 파업결정이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건 아니고, 미리 파업일정을 한참 전부터 정부에 예고하였고 대화를 요구하였습니다.

당시 예고한 것은 
8월 7일 하루에 한해 전공의 파업을 시행할것이다. 이후에도 정부의 움직임이 없다면
8월 14일 하루에 한해 전공의 + 개원의 파업.
 8월 21일부터 전공의 + 개원의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입니다. 중간에 정부가 정책을 상의해보자. 공청회라도 열어보자 했으면 분명 파업은 없었을겁니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통보하고.. 의사는 파업하고.. 정부는 또 그걸 내버려두고.. 두 집단의 싸움 사이에 국민의 건강만 볼모로 잡혀있네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8월 7일과 8월 14일은 큰 의료공백 없이 별문제없이 지나갔습니다. 하루 뿐이기도 했고 응급환자들은 다 케어가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응급 수술은 다 하고 응급이 아닌 경우는 그 이튿날인 토요일에 다 수술했습니다.

8월 21일부터 시작된 파업도 대학병원 교수들은 제외한 상태입니다. 교수들의 도덕성이 높아서 그런건 아니고 사실 교수들까지 파업하면 대한민국 의료가 올 스톱이기때문에 의협에서 교수들은 남겨둔 것입니다. 때문에 응급환자/당장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현재도 진료가 가능합니다.

2. 정부정책의 목적 / 현 상황

정부의 정책은 현재 지방에 바이탈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니 지방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사를 늘려서 의무적으로 지방에 근무를 시켜서 그 부족한 공급을 메우자는 것입니다.

1) 왜 지방에 부족한가?
요새 지방 기피, 서울 쏠림 현상은 전직종에 있어서 다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서울에서 일하고싶어하고 서울에서 살고싶어합니다. 딱히 의사라고 다르지않은 것 뿐입니다.

2) 지방에 정말로 의료가 부족한가?
사실 지방에도 1차 의료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지방에 군단위에는 보건소가 있고 공중보건의가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면단위까지도 보건지소가 있고 역시 공중보건의가 있어 언제든지 필요할때 의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방에 부족한것은 바이탈과인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입니다. 기피과죠. 항상 미달입니다. 지원자가 없으니 1년에 나오는 전문의의 절대 숫자가 부족합니다. 소수의.전문의 + 서울 쏠림현상으로 지방에는 전문의가 부족하죠.

(물론 외국에 비해 접근성은 훨씬 좋습니다. 땅덩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지방이라도 2시간 이내에 대학병원 응급실 안닿는곳 없을겁니다.)

게다가 외과 흉부외과 힘들게 전공의 생활 마치고도 해당 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의사가 정~~말 많습니다. 외과 전문의따고 피부과차리고 통증의원차리고 수액장사하는 사람들 진짜 많습니다. 그 이유는
저수가로 인한 적자. 의료소송 등의 문제고 아실거라 생각해서 넘어가겠습니다.

1년에 나오는 전문의의 절대 수도 부족한데 전문의들도 그 과 일을 안합니다. 지방 피현상까지 더해지니 지방에는 부족할수밖에 없습니다.

3. 정부 정책의 실효성

1) 헌법 저촉 여부
공공의대 졸업하고 10년간 해당지역 근무라는게 헌법에서 자유권 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는데, 그 사람들이 의사면허따고 헌법소원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럴 확률이 너무나 높습니다. 
직업 선택 자유권 침해인거는 사실 명확하기때문에 
헌재에서 그때가수 어떻게 판결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위헌 판결이 난다면? 완전한 정책실패입니다. 한국 헌법에서 자유는 상당히 중요한 가치여서 헌재에서 자유를 저버릴까요? 그 가치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도 위헌판결났죠. 자유 vs 국방의 의무에서 자유가 이겼습니다. 그런데 자유 vs 지방의료 현실개선? 하면 누가이길까요..

2) 10년 의무가 끝나면?
헌재에서 위헌이 안난다고 가정하고 10년 의무가 끝난다고 해봅시다
그 공공의대를 졸업한 많은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분명 돈되는 피부미용/ 통증시장으로 몰려들겁니다. 본인과 해봐야 페이가 적고 일은 많고 의료소송도 많이들어오거든요. 결국은 미봉책일 뿐입니다.

4. 의사들이 말하는 의료 질 저하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안갑니다. 의사수가 많아지는데 왜 의료의 질이 저하되냐?? 경쟁을 통해 더 높아질 거다라고 생각하게되죠.
하지만 저는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는 현재보다 질이 떨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의사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데

1) 적절한 정도의 두뇌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공공의대든 지금 의대는 별차이 없을거라 보기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2) 훌륭한 교수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공공의대에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권위있는 훌륭한 교수들은 수도권에 많고, 
이미 부유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방에 있는 공공의대에 가려고 할것이냐.. 과연 어떨까요?? 본인이 교수라고 생각하고 감정이입해서 생각해보세요. 아닐겁니다. 내 기반이 다 서울에있는데 공공의대 교육을 위해서 다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간다? 글쎄요.. 있어도 한두명 있으려나요? 그럼 그 교수진을 누가하게될까요.. 아마 시장에서 도태된 전문의들이 할 가능성이 너무도 높습니다.. 그 밑에서 보고배운 학생들은 훌륭한 의사가 될수있을까요?? 

3) 환자 케이스가 필요합니다. 의사들은 책에서도 배우지만 환자 케이스로 배우는게 더 많습니다.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이탈과 질환, 즉 본인의 생명과 연관되는 질환에 걸렸는데 공공의료원에서 치료받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도 암환자들 심장질환자들 서울의 빅5병원 (서울대 세브란스 아산 삼성 성모)으로 다 몰려들어옵니다. 지방 대학병원조차도 암환자들이 없어요. 근데 빅5는 환자가 너무많아서 진료보려면 1달넘게 대기해야합니다. 근데 환자들이 과연 지방 대학병원보다 못한 공공의료원에 가서 치료받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료원에서 수련받은 의사가 과연 충분한 케이스를 경험하고 전문의가 될수있을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3번과 4번에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정책이 실효성은 미미할것이라고 생각된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바이탈과 의사들은 질이 떨어질것이다.. 정도가 되겠네요

혹시 본인 생각과 다르다. 글쓴이가 잘못알고있다 하는 분들은 댓글로 가르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유 저 10년 가까이 했고 친여성향입니다. 그런데 이번 정책결정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소통방식에 실망하였네요. 저도 한쪽으로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공감하고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윤서인이 의사편이니까 의사가 잘못됐고 정부가 옳다는 식은 너무 논리적이지 못한 몰아가기라고 생각됩니다.

윤서인이 반메갈이니까 반메갈은 잘못됐고 메갈이 옳다는 것과 다르게들리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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