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튼 님이십니까?]
"우왁! 깜짝이야!"
이곳은 레이튼의 오토바이 정비소. 레이튼은 기척조차 내지 않고 자신의 등 뒤에 접근한 트릭시에게 깜짝 놀라서 물었다.
"너, 너는 그…그 뭐냐, 아돌…아돌라?"
[아돌프 박사님을 말씀하시는지요?]
"그래! 아돌프! 아돌프 박사가 만든 그 살인기계! 넌 여기 왜 왔어! 설마 윌라드가 날 죽이라고 보냈…."
[윌라드 님께선 당신을 딱히 죽일 의도가 없으신 것 같습니다만. 아니, 레이튼 님께서는 아예 윌라드 님의 안중 밖인 것 같….]
"그래. 그쯤 해 둬. 전자계집아."
레이튼은 트릭시의 지나치게 솔직한 대답에 괜사리 기분이 상해서 용건만 듣고 대충 내쫒을 생각으로 트릭시에게 용건을 물었다.
"그래서, 넌 여기 왜 왔어? 꼴을 보니까 수리나 하면 딱 좋게 생겼구만."
레이튼의 말대로였다. 트릭시의 꼴은 정말이지…밖에 돌아다니면 곤란한 꼴이었다. 트릭시의 왼 팔은 완전히 파괴되어 기계 부품이 너덜거리는 모양새였고, 다리 또한 걷는 역할만 겨우 수행할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트릭시의 의복도 의복의 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질 못하고 -솔직히 말해서 트릭시의 원래 복장 자체도 반 나체나 다름없는 무척이나 바람직하고 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복장이었지만.- 있었으니…. 레이튼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오른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자신의 재킷을 건내며 말했다.
"…일단 이거라도 입어…. 다 큰 처자가 뭐 그렇게 무방비하게…."
[감사합니다.]
앗차! 거절할 기회를 놓쳤어! 거절할 기회는 커녕 아예 안으로 데려가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잖아!
…라고 레이튼은 생각했다. 뒤늦게 자신의 선택에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이튼은 자신에 대한 분노를 괜사리 트릭시에게 터트리며 외쳤다.
"제기랄! 뭘 거기서 그렇게 멀뚱히 서있어! 그거 걸치고 안으로 따라들어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레이튼이 한가지 실수한 점은, 어째서인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 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방법이 있었다. 물론 레이튼은 그런걸 생각할 남자가 아니었고, 결국 그는 트릭시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야 만다.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