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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게시물ID : databox_716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워보이
추천 : 0
조회수 : 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01 23:30:56
음이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랑을 시작하기도 지키기도 어려운 오늘이다. 우선은 개인의 삶 하나 영위하기 힘든, 사랑 따위 사치라 여겨지는 세계 속에서 사는 탓을 할 수 있겠다만, 언제부턴가 상처에 취약해진, 상처받는 걸 무서워하는, 약하고 여려진 우리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심스레 말해보자면 그렇단 것이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연출 박준화 극본 윤난중)의 여주인공 윤지호(정소민)은 속도위반으로 인한 동생의 급작스런 결혼 때문에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할 상황을 맞이한다. 보조 작가 일을 지속하려면 어떻게든 서울에 남아야 하는 지호는, 집은 있지만 빚은 산더미 같은 하우스푸어 남주인공 남세희(이민기)와 입주를 조건으로 한 계약결혼을 맺는다. 정말 말 그대로 조건만 보고 결혼한 사이가 된 것이다. 

특히 세희는 과거 사랑을 잃은 상처로 인함인지 어찌 보면 인조인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남자다. 자신이 왜 마음을 쓰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 안에 돋아난 제 감정이면서도 제대로 알아채질 못한다 할까. 그에게 중요한 건 하우스푸어 신세를 벗어나게 해 줄 돈과 절대 상처 줄 일 없는 고양이 정도일까. 이런 사람에게 계약결혼만큼 완벽하게 알맞은 결혼의 방식이 또 없으리라.



하지만 상대를 만나도 잘못 만났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선 용기 있게 돌진할 줄 아는데다가 모친에게서 물려받은 ‘똘끼’까지 갖춘 윤지호라니. 아마 첫 만남부터 그의 19호실(“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19호실이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방, 아무리 편해져도 초대할 수 없는 그런 방”, 상처라 표현되기도 하는 삶의 어두운 것들이 담긴 방)은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다. 아무 상관없는 척 괜찮은 척, 일명 ‘쿨’한 척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치는 방어막으로, 더 깊숙이 들여다보자면 그런 내 안으로, 나의 19호실로 빛을 끌고 들어와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완곡한 표현이라 보아도 되겠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은 이유이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오며 근처에서 혹은 멀리에서 혹은 직간접적으로 소중하다 말하던 관계들이 틀어지고 파괴되는 것을 적지 않게 보고 겪어왔다. 부서진 관계의 파편들은 우리 안에 어떤 흔적으로 남기도 했고 우리만의 보호막을 설치하여 어느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리는 이를 ‘상처’라 불렀고, 누군가 건드릴까 그로 인해 또 아플까 하여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깊고 무겁고 얽힌 관계보다 얕고 가볍고 거리를 둔 관계를 선호했다.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 

하지만 문학가 괴테는 결혼만큼 본질적으로 자신의 행복이 걸려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괴테는 말했다. “결혼 생활은 참다운 뜻에서 연애의 시작이다”

관계의 최고봉이 결혼이다. 서로 다른 삶을 걸어온 두 사람의 하나의 삶을 걷는다, 당연히 쉬울 리 없다. 감추었던 부분은 드러나고 나만의 고통이고 나만의 기쁨이었던 것들은 공유된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부족한 면에서 비롯된 실수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괴테는 ‘참다운 뜻에서’ 연애(戀愛), 즉 사랑의 시작이라 했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상처까지 끌어안는 것이 진짜 사랑이고 연애이니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주는 위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아직 열리지 못하여 치유되지 못한 각자의 19호실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서로 이해받지 못한 실수들이 관계에 금을 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모두에게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함으로써, 상처로 인해 생의 더없이 소중한 것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형태로든 옆에 있는 이 사람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것”, 사랑의 신성함과 그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게 감사를 표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email protected]/사진 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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