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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현장] 그룹사진을 찍을 때 고민할 것들
게시물ID : deca_597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rgogh
추천 : 22
조회수 : 603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7/05/11 14: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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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진찍는 모비입니다.

촬영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그룹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여러 사람을 한 장에 찍는 그 사진입니다. 인물을 찍는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룹사진은 개인 포트레이트와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포트레이트는 주로 한 명을 찍지요. 한 명의 모델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그 사람에게 있을 것 같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표정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집중하기에 좋고, 1대1의 구도로 모델과 겨루는 그 순간의 느낌도 제법 즐길 만합니다. 

하지만 그룹사진은 여럿이 대상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표정이 아니라 군집의 표정입니다. 군집의 표정은 개인 표정의 총합이 아니고, 새로운 하나의 표정일 겁니다. 사진 속의 개개인은 모두 웃고 있어도 군집의 표정은 무겁게 가져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겁니다. 가족이라면 화목함을 강조할 수 있겠고,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젊은 에너지를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인 기업 사진에서는 당당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기업으로서의 도전정신, 모험정신을 보여주어야 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백 명 단위의 사진에서 사람들의 개별 표정을 통제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순간에 모든 사람의 얼굴을 최고의 표정으로 묶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룹사진이라고 해도, 그 규모에 따라 촬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우선 규모가 큰 단체사진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안전하게 가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백 명 단위의 단체사진에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지만, 실패하고 수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우선 인원이 많으니 통제가 어렵고, 포즈 하나 바꾸거나 위치를 조금만 옮기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그리고 모델들이 조금씩 귀찮아하고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그날 게임은 답도 안 나오는 겁니다. 

보통 대형 단체사진의 경우 사전답사를 통해 미리 위치를 선정하고, 의자 등 필요한 소품을 준비시키고, 조명을 어떻게 쓸지 계산하고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는 것까지 사전단계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촬영 당일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촬영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전체 분위기가 지루해지기 전에, 다들 괜찮은 기분일 때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찍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거리를 확보해서 표준 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느낌을 만듭니다. 사다리를 써서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도 쉽고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이고요. 아예 건물 위에 올라가서 찍기도 합니다.

인물사진이란 그 인물의 특별한 인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입니다. 그 순간에 사진가의 인상까지 보태서 최종적인 이미지를 만들지요. 그래서 저는 촬영 때 가능하면 모델을 가만히 두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 모델이 제가 생각하지 못 했던, 또는 상상했으나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 했던 표정을 만들어 내 줄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대형 그룹사진에서 이런 접근법은 쉽지 않습니다. 촬영 초기에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형 그룹사진에서는 저도,

"김치~!" 
이런 거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밥먹으러 가는 이야기하면서 다들 웃기를 기다리거나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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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근교에 있는, 빌라 분양 현장입니다. 회사 임원들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건물 지하에 마련된 응접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합니다. 우선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고 하나씩 자리를 잡아갑니다. 스탭들을 앉혀서 대충 느낌을 파악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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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조명은 노란빛입니다. 그러니까 얼굴에 들어가는 조명도 노란색 젤을 붙여줍니다. 이렇게 해야 전체 색감에서 이질감이 적고 좀 더 자연스러운 조명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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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세팅을 마치면 모델들을 불러서 세부를 맞춥니다. 덩치에 따라, 의상에 따라, 중요도에 따라 자리를 옮기거나 자세를 교정합니다. 조명 각도도 조금씩 다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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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명 크게 튀지 않는, 그렇다고 크게 빠지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배치가 완성됐습니다. 이 사진은 제법 점잖은 분위기의 사진을 먼저 촬영한 후,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한 사진입니다. 아마 홍보물에 메인으로 쓸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이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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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치고 나면 사람이 모두 빠진 빈 공간을 따로 한 장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후작업에서 쓰일 가능성이 있거든요. 표정이 안 좋은 사람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한다거나 할 때, 빈 배경 사진 한 장이 있다면 합성이 훨씬 쉽습니다.




대형 그룹사진이 직업사진가로서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그보다 규모가 좀 작은, 10명 내외의 그룹사진은 한 번 놀아볼 만한 작업입니다.  화면을 짜고 모델들을 요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이 정도 규모의 사진입니다.

이 규모의 그룹사진을 찍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화면의 구도를 짜는 일입니다. 모든 인물을 하나의 선상에 세우거나 V자 형태로 배치하는 그런 사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흩어진 듯 모인 듯 배치하되 그 안에서 리듬감이 있어야 합니다. 낮고 높고, 앞서고 뒷서고,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것이 모두 조화로워야 합니다. 이 작업은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선 너무 산만하지 않은, 좋은 배경을 찾습니다. 의자는 몇 개를 놓을 지, 몇 명을 세울 지 간단하게 개념을 잡고, 현장 스탭들을 데리고 시험 촬영을 합니다. 모델을 지금부터 세워버리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 다음에 조명을 세우고, 화면을 확인해서 대충 준비가 된 것 같으면 모델들을 불러들입니다. 

인물들은 중요도에서부터 생김새, 몸집, 그 날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이 변수들을 조합해서 마침내 가장 그럴 듯한 배치를 찾아야 합니다. 촬영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동안 모델 한 명 한 명과 눈맞추고 위치나 포즈를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만듭니다. 

모델의 위치를 수정하는 과정과 동시에 조명 세팅도 체크합니다. 단체사진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물에게 고른 빛이 들어오도록 합니다. 현장 조명이 오로지 자연광 뿐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대체로 동일한 빛이 떨어지니까요. 다만 이때는 배경도 역시 동일한 빛을 받아서, 인물을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 자연광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광을 주로 쓰고, 약간의 하이라이트 조명을 보태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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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재료를 중국 전역에 판매하는 업체의 임원을 찍어야 합니다. 유기농이니까, 메이크업도 최소한으로, 의상도 수수하게 합니다. 조명도 아주 일상인 것처럼, 안 쓴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베이징의 공기는 스모그가 심해서 그냥 찍는다면 답답한 느낌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안 쓴 듯, 살짝만 보태는 조명이 이번 촬영의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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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을 배경으로, 박스를 이리저리 쌓아서 화면을 구성합니다. 조명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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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아무래도 외모에 신경을 덜 쓴다 싶습니다. 한국 기업 임원들이라면 기본으로 차려입는 게 다를 텐데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오히려 더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있는 만큼 드러난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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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준비됐나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그들의 브랜드를 닮은, 자연스럽고 지극히 유기농스러운 그룹사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그들의 뜻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실내 인물사진에서는 보통 대형 사이즈 소프트박스나 엄브랠러 등을 써서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정도의 빛이 떨어지도록 합니다. 스냅 촬영일 경우 천장 바운스 조명을 쓸 때도 있지만, 이 경우 빛은 약간 심심한 인상이 있어서 제대로 세팅해서 찍는 사진의 경우 저는 바운스 형태의 조명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대형 소프트박스를 양쪽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면서 대비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배경을 함께 밝혀야 할 경우에는 반투명 엄브랠러를 쓰면 좋습니다. 인물들 주변의 배경을 최대한 살릴 지, 아니면 누를 지, 자연광을 살려서 찍을 지, 아니면 인공광으로만 찍을 지에 따라 광량과 조명 악세사리를 선택합니다. 광량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리개값입니다. 그룹사진이니까 여러 사람이 앞뒤로 설 경우가 많고, 지나친 개방조리개는 앞 사람만 선명하고 뒷사람은 흐린 참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인물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심도를 확보해야 하고, 그만큼의 광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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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피플을 찍는 잡지 촬영입니다. 야간조명이 켜진 상하이 와이탄이 배경입니다. 촬영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미리 위치와 각도를 살피고 조명을 준비합니다. 이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건너편 빌딩들은 하나도 조명을 켜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촬영에 이 정도 변수는 감당할 만합니다. 우선 쓰레기봉투를 사와서 조명마다 씌우고, 만약 끝까지 건너편 빌딩에 조명이 없다면 배경 사진만 다른 날 찍어서 합성하자고 에디터와 합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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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에디터와 현장 스탭, 우리 스탭들을 모아서 촬영 스케치를 하고 조명을 테스트합니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조명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한쪽에는 노란색 젤, 한쪽에는 푸른색 젤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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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했던 모델들이 도착했습니다. 주인공은 난간에 걸터앉은 남자이고, 나머지는 그의 친구들입니다. 편하게 분위기를 잡으며 우선 그들끼리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만들도록 유도합니다. 오늘 제가 찍어야할 사진은 파티피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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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 어두워지고, 다행히 건너편 건물들이 불을 켭니다. 합성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인물들의 위치를 바꿔보고, 이리저리 조명을 옮겨보면서 최종 앵글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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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이 컷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잡지 성격이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좀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정돈된 컷을 고르더군요. 잡지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사전에 에디터와 잘 상의해야 합니다.


꼭 모든 인물을 동시에 조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요.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 명 단위로 끊어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후, 조명을 들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인물에 따로 조명한 후 포토샵에서 여러 사진을 합성합니다. 주로 컨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을 만들어야 될 경우 이 방법은 적은 개수의 조명으로 강력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델들이 제자리에 섰고, 조명 세팅도 다 됐습니다. 자, 이제 쇼타임입니다. 최대한 모델들과 소통하면서 개개인의 표정을 살피고, 나아가서 군집의 표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필요하면 좋은 표정의 사진들을 모아서 합성하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지요. 없는 표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있는 표정을 조합할 수는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작업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인물사진을 좋아하는, 그리고 조명에 관심을 갖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실내 클라이밍 사진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제 컴퓨터 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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