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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ㅋㅋㅋ디아3 백일장에 올랐던 글인데 심심해서 올려봐요.
게시물ID : diablo3_2022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해본사람(가입:2011-05-10 방문:99)
추천 : 0
조회수 : 7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7 11:49:23
아직 해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빛바랜 회색 골목길에는 벌써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10분이나 걸었을까.. 골목 끝 갈림길 앞에 작은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항상 그렇듯 '트리스트럼'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꼭 확인한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해서 이런 이정표가 생겼는데..
그 입구마저도 다 비슷해서 다른 골목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일전에는 '소환사의 협곡'이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가 골목길에 만난 나이 어린 양아치들에게  세상 모든 욕을 듣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뒤 생긴 버릇이다. 

또다시 10분을 걸어 트리스트럼 골목 끝에 있는 나의 집에 도착했다. 네모 반듯한 옥상이 있는 평범한 집이지만 내게는 더없이 안락한 공간이다. 

흘깃 옥상을 바라보니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말자 나는 언성을 높여 말했다.

"티리엘 이 깜둥이 새끼야! 내가 빨래 해지기 전에 걷어서 서랍장에 넣으라고 했지?" 

방어력과 내성이  올라갈 것 같은 나의 함성에 누워서 귤을 까먹던 시꺼먼 외국인은 화들짝 놀라며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아.. 그거 내가 막 하려고 했어. 아~ 참말이여!" 

본국에서 추방당해 여기서 기거한지 벌써 몇 년째이다. 이젠  한국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터득하고 매일 같이 6시 내 성역을 챙겨보는 시꺼먼 외국인 노동자 같은 나의 룸메이트는 한때 자긍심 높은 대천사이자 지금은 백수인 티리엘이다. 삼선 슬리퍼를 끌면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티리엘과.. 현관 옆에 붙은 거울 속 내 몰골을 보고 있자니 괜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도 한때는 형광등 100개를 켠 것보다 더 밝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세상의 대악마들의 치밀하고 사악한 계획에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대악마들은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 타락시켰고, 타락된 인간들은 세상을 악마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던가? 그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몇 명의 영웅들이 나타났고 나 역시 그중 하나이다.  지옥 같은 취업난은 대악마들의 계획 중 하나였지만, 옆집 데커드 케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주)호라드림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본격적으로 대악마와 싸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의 임무는 주로 동료들이 악마들과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때 항상 같이 다니던 동료가 티리엘이었다. 한 번은 악마에게 홀려 혼이 비정상적인 인간 레오닉과 대판 싸움이 있었는데,  그때는 진짜 전 우주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위기를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힘들게 전리품을 챙기고 감정하기 위해 케인 아저씨이게 찾아가면 아저씨가 매번 수고스럽게 전리품을 감정해줬는데 대부분 누런색의 쓸모없는 장비들뿐이었다. 한 번은 매번 부탁하기 미안해서 감정하는 법을 배우고자 했지만 아저씨는 감정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수험생활이 필요하다며 다른 길을 찾아 보라고 권하셨다. 그래도 배워두면 노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간곡히 부탁드리니 마지 못 해 손에 쥐고 계신 파란색책을 넘겨주며 한마디 해주셨다.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나는 지금도 데커드 케인 아저씨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대악마들 일망타진하여 콩밥을 먹일 수 있었지만, 매번 각종 편법과 비리로 형량을 줄여 빠져나왔고 나는 그 지긋 지긋한 악순환을 끝내고자 날 잡고 티리엘과 대악마 중 하나인 디아블로를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렸다. 나의 지나친 행동은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는 대악마들의 언론플레이에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작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티리엘과 숨어지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를 찾아오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 모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바알을 비롯한 나머지 대 악마들과의 전쟁을 마무리하러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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