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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다이어리. 실패와 좌절과 성공의 콜라보.
게시물ID : diet_115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트레몰로
추천 : 23
조회수 : 775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8/17 22: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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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 인생을 통털어 가장 힘든 건, 단연 다이어트였다.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해야 한다는데, 정말 슬프고도 기구한 운명이다. 타고한 날씬쟁이들은 모를, 먹으면 먹는대로 찌는 나같은 여자들...ㅜㅜ
어쨌거나 수많은 실패와 고뇌를 지나, 이제는 제법 '날씬하네' 소리를 듣고 사는 입장으로서, 다이어트 경험담과 개인적인 소감을 적고자 한다.

1. 본인이 뚱뚱한걸 잘 모른다

나 같은 경우는 운전을 시작하면서 약 5년간 조금씩 살이 쪄서,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몸무게가 2킬로씩 늘어나면 놀라겠지만, 300~500g씩 늘어나면 별 생각이 없다. 그렇게 9kg이 쪘다. 아주 조금씩 꾸준히 쪘기 때문에 내가 쪘다는 인식 자체도 없었고, 정말 약 3년을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물론 엄마는 '너 인생 포기했니?' '그만 좀 먹어!'라며 친딸 맞나 싶을 만큼 나에게 모진 구박을 해주셨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엇, 정말 살 빼야겠네!'라는 생각은 커녕 짜증만 내며 엄마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는 것. '나 좀 그냥 내버려둬!' 모든 게 귀찮고 싫었다. 몸매의 변화는 성격까지 변하게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2. 충격 요법이 꼭 필요하다

나처럼 조금씩 꾸준히 살이 찐 사람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9킬로가 쪘어도 옷태가 별로 나지 않는 거 빼고는 불편한게 없었다. 어쩌다 친구가 '나시 입었냐? 용기가 대단하군'라고 했을 때 조차 '내가 좀 찌긴 쪘구나'싶었지, 얼마나 큰 변화가 있는지는 인지를 못했다.

충격은 예고없이 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 충격이 빨리 올 수록 좋은데, 나는 꽤 늦게 왔다.

우연히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봤는데, 평소 뚱뚱하다고 여겼던 친구랑 나랑 체격이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무슨 콩깍지 벗겨지듯, 갑자기 다른 세상이 눈 앞에 나타난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몇년 만에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뚱뚱하다는 것을.


3. 일단 먹는 것을 끊어보다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수능 우등생 말처럼, 운동하고 식단조절하라는 다이어트 조언만큼 현실성이 없는 말은 없다. 그게 사실 진리인데, 처음에는 영 감이 안잡힌다.

그래서 무작정 굶기를 시도한다. 회사는 다녀야하니까 점심 한끼만 제대로 먹고 저녁을 굶기로 한다.

퇴근 후 길을 걷는데, 치킨집을 지나치면 극심한 우울감이 밀려왔다. 내가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한번 뿐인 인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정말 극심한 우울감이 무섭게 찾아온다. 뇌에서 '너 신나게 먹다가 갑자기 뭐하는 거야, 미쳤어? 얼른 먹어!' 라며 강한 신호를 보내는 소리인 것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무작정 저녁을 안먹는 것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참고참다가 밤 9시, 10시에 무엇을 자꾸 먹게 되는 역효과만 불러왔다. 
 

4. 밥 맛을 뚝 떨어뜨릴 그것, 운동

돈만 있으면 PT도 하고, 피부 관리도 받고, 안예뻐질래야 안예뻐질 수가 있을까? 문제는 돈이다. 생각보다 몇 십만원 쓰는게 쉽지가 않다.

회사 근처는 번화가라 비싼 동네다. 우리 집은 서울 외곽에 아주 조용한 주택가인데, 동네 헬스장(정말 아저씨들밖에 없는 아주 허름한..)에서 PT를 싸게 해준다고 하여 돈이 없어서 딱 10회만 끊었다. 회당 2.5만원이었다..ㅋㅋ 우리 동네라 가능했을 것이다.

별 생각없이 시작했는데,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극한의 운동이 너무나도 새로웠다. 집에 들어올 때 네 발로 기어들어왔다. 집에 오면 너무 힘들어서 밥맛이 뚝 떨어졌다. 1시간 동안 미친듯이 운동한게 얼마인데, 그까짓 라면 하나로 원점으로 갈 순 없지, 안 먹게 됐다. 정말 이대로 하면 진짜 살 확실히 빠지겠다 싶었다.


5. PT의 중단, 자가 운동 시작

PT 8회 때 트레이너가 그만둔다며 나머지를 환불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PT를 이어가려고 알아봤지만, 더이상 그 가격에는 구할 수가 없었다.

결심했다. 혼자 운동해보자고. 무작정 걸었다. 신기하게 PT를 하기 전에는 저질 체력 때문에 쇼핑도 1시간을 못할 정도였는데, PT를 몇번 받지 않았음에도 체력이 확실하게 좋아짐이 느껴졌다. 3시간도 끄떡없었다. 엄마가 신기해했다. 이게 바로 기초대사량이나 근육이 늘어난 그건가?

무작정 걷다가 너무 배고파 쓰러질 것 같으면 사과를 꺼내서 먹었다. 밥을 잘 안먹으니 변비가 생겼는데, 사과를 먹으니 효과가 좋았다.

여름 휴가 때 다이어트 여행을 하고자, 제주도에 일주일 내려가서 혼자 올레길을 걸었다. 하루에 한끼 먹고, 사과를 가방에 담아서 열심히 걸었다.

예전에는 안먹으면 우울하고 서러움이 밀려왔었는데, 여행지를 걸으니까 마음도 맑아졌다. 바다를 보고 푸르른 녹음을 보니 마음에 위로가 됐다. 일주일간 2킬로가 빠졌다.


6. 꾸준히 이어가기

한 4~5킬로가 빠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라면을 아주 좋아했는데, 라면은 99% 끊었고, 좋아하던 치킨과 떡볶이는 차마 끊을 자신이 없어 일주일에 한두번은 먹었다.

돈 안들고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곤 걷기밖에 없는데, 너무 지루하고 심심했다.

자전거를 사서 2시간씩 탔다. 걷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자전거 바구니에 사과와 생수 간단한 간식을 담아서 쌩쌩 달렸다. 자전거 타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설렜다. 드라마에서 모 배우가 흰 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던가.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됐다.

자전거를 타니 뱃살이 쑥 들어간다. 골반 라인? 누워서 아랫배를 만져보니 훅 빠져있어서 놀랬다. 윗배가 빠져야 하는데..


7. 위기의 마지막 스퍼트

목표치까지 2킬로가 남았는데, 죽어도 안빠진다. 정말 일주일간 먹는 것 조심하고 좀 많이 활동하면 1킬로가 빠졌다가, 아주 조금만 방심하면 2킬로가 쉽게 붙었다.

정말로 '살은 정직하다'를 실감했다.

또 몸매가 과거처럼 되돌아가지는 못했다. 몸무게가 비슷해도 확실히 팔뚝과 뱃살이 있어보인다. 요즘에 유튜브 같은 곳에서 홈짐이 많다는데, 요가 매트를 사서 한번 시도해봤다. 40분 밖에 안했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너무 힘들어서 자주는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도 겨우 했다.


8. 다이어트 일기 꼭 써라!

다이어트의 1등 공신은 다이어트 일기였다. 요즘 어플도 다양하고 많다.

칼로리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미니 저울까지 사서 주방에 놓을 정도로 칼같이 계산해서 먹었다.

생각보다 1000칼로리는 금방 찬다. 여러분도 써보시라.

아침에 라떼 한잔 먹으면 200칼로리, 바나나 큰거 하나 먹으면 200칼로리다. 식사가 아닌 간단한 것들을 섭취했는데도 500칼로리는 우습게 채운다.

단, 같은 칼로리여도 정 먹고 싶으면 가공 식품보다는 자연 식품을 먹었다. 과자가 200칼로리고 바나나가 200칼로리면, 차라리 바나나를 먹는 식이다.

적게 먹다보니, 가능한 몸에 좋은 것을 먹게 되고, 그러다보니 건강에 관심도 높아졌다. 달고 맵고 짠 음식을 즐기던 내가 이제는 자극적인 음식이 별로다.

하루하루 반성했다. 다이어트 일기를 쓰지 않아다면, 자기 전 마시던 맥주 한캔이 그렇게 칼로리가 나갈줄 몰랐을 것이다.


9. 유지하기

목표 몸무게에 도달했다. 주위에서 왜이렇게 빠졌냐며 예뻐졌다고 한다.

근데 나는 너무 억울하다. 지난 몇년을 뚱뚱이로 살아온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내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활기찰 그 나이에, 몸이 둔해져 뒹굴거리며 방안을 굴러다니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죽을 거 같다..

내 인생에서 지난 5년은 그냥 사라진 거 같다.

엄마가 나를 볼 때마다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왜 이렇게 사냐'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할때도 등이 아픈 것만 알았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다이어트는 본인의 의지가 99%라는 것을..

확실히 예전과는 몸매 라인이 다르다. 나이가 들어서 더 그럴 것이다. 몸무게는 같은데, 뱃살과 팔뚝이 예전 같지 않아서 요즘 스트레칭을 많이 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엘레베이터 안타고 계단 이용하는 친구보고 '뭐 굳이..그게 얼마나 운동이 된다고'하는 생각을 속으로 했는데, 내가 그러고 살고 있다. 무조건 계단으로 걷고 가능하면 틈틈이 움직이고 틈틈이 스트레칭 하고 있다.

살 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러분!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길 바란다. 정말 독한 마음이 없으면 빼기 힘들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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