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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반드시 지고 말 싸움을 하고 있는 중.
게시물ID : diet_124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가비★
추천 : 4
조회수 : 53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11/21 15: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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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난 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 간, 시골 할머니댁에 부모님과 오빠와 함께 갔습니다. 저희 할머니댁은 경남 산청에 있는데, 김장 김치를 하는데 배추부터 뽑아야하는지라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부모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어릴 적에 어깨 너머로 김장을 담그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또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걸 본 것은 처음이고, 저도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또 처음인지라 신선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이틀 간, 저는 정말 '오지게' 먹었습니다. 얼마 전에 다게에 음식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기가 힘들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건 개뿔 그냥 막 '처먹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결국 한 번 터진 식욕을 참지 못하고 씻자마자 바로 지갑 들고 나가서 빵집과 편의점을 돌며 과자, 아이스크림, 빵과 고로케를 사들고 자기 전까지 먹었습니다. 그 토요일 하루에 먹은 것들을 나열해보자면요,

할머니 댁 삼시 세끼(삼겹살, 김치, 조미김, 쌈, 나물 등) 외에

아침에 먹은 것
오감자 1봉지
양갱 1개
바밤바 1개

점심에 먹은 것
빵또아 1개
붕어싸만코 1개
바밤바 1개
약과 과자 1봉지
두유 1팩
사과즙 1봉지

밤에 먹은 것
뚜레쥬르 크림빵 1봉지
월드콘 1개
세븐일레븐 빵 1봉지
딸기맛 포키 1봉지
주먹만한 고로케 3개
초콜릿 1개

를 먹었습니다. 숨도 안 쉬고 먹은 것 같아요. 뭘 먹고 싶은 건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포만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속이 느끼해질 때까지 계속 먹었습니다. 결국 사온 군것질거리는 다 먹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제 슬슬 이성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왔음을요.

항상 음식을 참아왔고 두려워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먹고 싶은 욕구는 계속해서 생겨났고, 저는 그것을 가까스로 참았어요. 먹으면 안 돼, 먹으면 참지 못할 거야, 폭발해버릴거야, 그럼 말짱 도루묵이야, 참아야 해, 참지 않으면 후회할거야. 물론 별다른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만, (일요일은 음식 생각이 별로 나질 않더군요) 어쩌다 먹고 싶은 음식, 특히 군것질거리가 생각나면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이때까지는 간신히 잘 참아왔고 저를 잘 다독여왔습니다만, 이제 그것도 한계가 온 것 같아요. 저렇게 먹고도 수요일 오늘, 집에 있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익과 오레오 오즈와 양갱과 파리바케트 빵을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것을 보면요. 저것들을 다 먹어치우고 그 미각의 행복함을 느끼고 싶어요. 포만감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실은 별로 맛있는 것도 못 느끼는 주제에 그것들을 입에 넣고 그 맛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딘가, 망가진 것같아요.

토요일의 저 폭식 이후로 아침 조깅도 계속하고 있고 근력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가 않고 죄책감이 사라지질 않아요. 생로병사의 비밀 다이어트 편도 보고 이것저것 찾아보니 다이어트 이후로는 식욕 조절 호르몬(렙틴이었던가요?)이 현저히 줄어들어 식탐을 참기 힘들어진다고 하더군요. 포만감도 잘 못 느끼게 되고 별로 배고프지도 않는데도 일단 입에 넣게 된다고. 아마도 제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군것질거리가 하루 종일 간절하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도 그 생각이 나서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도 또 저 자신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하게 될까봐 두렵고 어쩌다 한 번은 상관없겠지만 이 폭식이 반복된다면 운동을 한다고 한들 다시 힘들게 뺀 살이 돌아오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아, 빵 먹으면서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이 들면 정말 중증은 중증인 모양입니다.

저는 음식이 두렵습니다. 동시에 음식을 갈구합니다. 특히 아이스크림, 빵, 과자에 대한 욕구가 이제는 참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것들이 두려운 동시에 간절합니다. 이성으로 참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냥 먹고 싶은 생각을 아예 들게 하지 않아야 할텐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막막해지고, 그 생각 하나를 자제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참 한심해요. 언젠가는 폭발해버릴, 언젠가는 제 식욕에 저버릴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저는 절망적으로 확신합니다. 그러면 지금 제 감량 체중을 유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지고 말 싸움을 저는 힘겹게, 겨우겨우 시기를 늦추고 있을 뿐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복되는 말입니다만 지금도 집에 있는 군것질거리 생각이 간절합니다. 씹고 맛보고 싶어요. 하지만 폭식한 것이 바로 요전이기에 또 다시 하면 무뎌지고 점점 익숙해질까봐 두렵습니다. 초조하고 불안해요. 언젠가는 질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허무해지고 눈 앞이 막막해집니다. 어떻게 다이어트 기간에는 그걸 참을 수 있었을까, 목표가 확실해서였을까요. 다른 목표를 세우고 그에 몰두하면 좀 나아질까요.

식욕을 잊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위해 이렇게 넋두리를 올려봅니다. 저는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야겠어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다게 여러분, 부디 행복한 다이어트를 하시길. 잘못하면 저처럼 망가져버린답니다.


출처 물로 간신히 식욕을 참고 있는 중인 나. 어느새 오늘 하루 물을 2L 넘게 마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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