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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게시물ID : diet_88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앜움아
추천 : 10
조회수 : 80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2/16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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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특집으로 31회 LA 마라톤이 열렸습니다.


LA 마라톤이 워낙 유명한 지역행사이기도 하고, 또 언젠가 한번쯤 마라톤을 뛰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나 되서 LA 마라톤이 2월 중순에 열린다는 것을 알고 늦게나마 참가신청서를 냈습니다. 보통은 4-5전에 마라톤대회에 맞춰 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2달반밖에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제가 전문운동선수도 아니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완주를 목표에 두고 참가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완주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연습기간동안 매주 하프마라톤을 뛰고 몸무게를 줄이는 것으로 훈련을 대신했습니다. 뛰다보니 하프마라톤 정도는 가볍더군요. 문제는 대회를 1주 앞두고 생긴 무릎부상이었습니다. 욕심을 가지고 트레드밀에서 뛰었더니 금방 무릎에 시끈거리더군요. 아무래도 야외에서 뛰는게 익숙하기도 했고, 1주일을 앞두고서는 절대로 뛰지말고 체력을 비축해두어야 했는데 욕심을 가지고 뛰었더니 벌을 받았나 봅니다. 뭐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완주만 하면 되니까요. 느긋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금요일 토요일에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한 헬스/피트니스 엑스포가 열렸습니다. 거기서 등번호를 배정받았죠. 고등학생들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가지 무려 3만여명이 참가를 하더군요. ㅡ.ㅡ; 솔직히 저런 어르신들도 참가를 하는데, 완주못하면 개망신이다라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그런데 완전한 착각이었습니다. 그런분들 다양한 마라톤대회에 수십번을 참가하신 베테랑이시더군요.... 역시 젊음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노력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마라톤은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작합니다. 차이나타운, LA시내, 재팬타운, 헐리우드거리, 비버리힐즈, UCLA대학가, 산타모니카해변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원래는 코리아타운을 지나가기로 하는 계획안이 있었다는데, 한인상점들과 교회에서 극렬히 반대를 했다고 하더군요. 코리아타운은 다운타운과 헐리우드를 잇는 LA의 대표번화가인데, 그곳을 마라톤때문에 길을 폐쇄하면 일요일 지역상권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요... 솔직히 전 이런 기회를 통해 코리아타운중심을 지나가고, 한국의 풍물놀이등을 통해 응원을 하면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그 지역분들이 반대하면 LA시에서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죠.


2월 14일 일요일, 기온은 최고 87도 (약 섭씨 31도). 달리기를 하기에는 조금 더운 날씨입니다. 예년보다 약 10도정도 높다고 하는데, 베테랑 마라토너들에게 들어보니 뛰면서 조금 더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오히려 32km 넘어가면 찾아오는 육체적 고통을 정신력으로 버티느냐 못버티느냐 때문에 더운건 느끼지도 못할거라는 식으로 겁들을 주시대요.. ㅡ.ㅡ;;; 하지만 전 그냥 완주만 하면 되니까요 ㅋㅋ


3일동안 이뇨작용이 있는 모든 음료수는 삼가고 오로지 물과 보양식으로만 매끼니를 채운 후, 마라톤 당일을 맞이했습니다. 6시 55분에 출발이라 6시 이전부터 다져스타디움에 모여 계신 마라토너 분들... 정말 잘 뛰게 생긴분들이 많더군요.




특히나 인상깊은 분들은 LAPD 경찰관분들과 소방대원분들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완전군장을 하고 뛰시더군요. 경찰분들은 전투경찰헬멧과 장화, 소방관분들은 무려 소방복에 산소통까지 메고 뛰십니다. LA에 있는 노숙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기금마련을 목적으로 뛰신답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동참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요.


매 마일마다 마련되어있는 식수대와 화장실, 간이병동 때문에 내가 어느정도 뛰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마일은 약 1.7km)

LA 마라톤을 마라토너 개개인의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가 아닌, 참가에 목적을 둔 사람들이 더 많은 지역축제같은 대회입니다.

이 날만큼은 LA에 사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 직업, 그리고 관과 민이 하나되어 축제를 열고 참가자들을 응원해주는 날이죠. 마라톤대회를 위해 길이 폐쇄되지만 그곳의 식당과 상점주인들은 각자 식수대와 응원단을 마련하여 마라토너들에게 음료수와 요깃거리를 내주고, 부모와 아이들은 다양한 팻말을 들고 하이파이브를 날려주고, UCLA 대학생들은 각종동아리를 통해 응원단을 갖추거나 식수대를 마련해 응원을 하죠. 각종 로컬밴드들도 나와 온 도시가 함께하는 거대한 축제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날만큼은 마라톤을 걸어들어가든, 6시간이 걸리든, 중도포기를 하든 상관없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엘비스복장을 하고 뛰거나 가면을 쓰고 뛰기도 하고, 머리가 하얀 노부부는 같이 손을 맞잡고 뜁니다. 딸의 유모차를 앞세워 뛰는 젊은 여성도 있고, 암치료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뛰는 젊은이들, 백혈병에 걸린 부모를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뛰는 아들, 올해 돌아가셨다는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그 사진을 옷에 박고 뛰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그냥.... 제 자신을 위해 뛰었습니다 ㅡ.ㅡ;; 마라톤 완주는 그냥 멋지니까요...


35킬로미터정도를 뛰고나니 다친 무릎이 뜨거워 오더군요. 허리도, 발바닥도, 종아리도, 햄스트링도 그토록 아파본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2달반동안 훈련을 하는 것은 무리였나 봅니다. 정말 숨이 차거나 땀이나거나 더운건 아무상관이 없더군요. 제 하반신은 이미 제 의지로 움직이는 것을 떠났습니다. 더이상 뛰는 것은 아무래도 부상이 있을 것 같아 그 이후부터는 걷다 뛰다를 반복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걷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뛰다가 걸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절뚝거리면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을 보내더군요. 왜냐하면 이날을 기록을 위한 선수들만의 날이 아닌 참가에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지역축제의 날이니까요.


40km 지점을 지나고...더이상 뛸 수가 없어서 걸었습니다. 초반페이스무리는 아닌것 같고... 아무래도 일주일전 다친 무릎 연골이 더 뛰었다가는 나갈 것 같아서 겁이 나더군요. 그래도 걷는데는 아무 지장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를 악 물고 걸었습니다. 드디어 바닷가가 보이고, 최종 완주라인이 보입니다.


완주를 하는 순간은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그런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행사요원이 얼른 부축을 안해줬다면 거기서 쓰러졌을 거에요. 기록은 3시간 56분 49초... 거의 4시간을 뛰고 걸어서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올해의 우승은 2시간 13분 8초에 완주한 케냐의 웰든 키루이 라고 합니다. 역시 선수들은 대단해요 ㅡ,ㅡb 초반 어마어마한 언덕을 넘는 난이도 높은 코스와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온도가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완주한 댓가로 받은 메달과 기념수건!!



그런 선수들도 있고, 저같은 일반인도 있고, 또 노숙자를 위해, 자신의 부모와 자식을 위해, 그리고 알츠하이머, 암, 백혈병같은 난치병치료를 위해 뛴 여러 마라토너들과 또 응원을 해준 모든 지역주민들이 함께 이뤄낸 정말 대단한 축제더군요.


어쨋은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운동은 무리일듯 싶네요. 다친줄 알았던 다리는 하루지나고 나니 그냥 뻐근하기만 한게, 그냥 오래 달려서 아픈거였나봅니다. ㅡ.ㅡb


언젠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오랫동안 트레이닝하면 3시간 반을 목표로 완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5년쯤 있다가 마라톤에 또다시 참가해보려고 합니다. 몸을 극한으로 돌리니 정말 힘들더라도 완주하고의 쾌감또한 정말 절정이더군요.


체력에 자신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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