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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게시물ID : dream_2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kguy
추천 : 0
조회수 : 11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22 0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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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떤 죽음  그날은 남자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날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표정을 보았고,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분위기에 심취되었다. 훗날 남자는 그것이 찬양집회라는 걸 알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에서 느낀그 분위기가 살아가는 동안 추억처럼 남자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곤 했었다. 1993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남자의 청소년시기 한 축이 될 교회와의 만남이 시작되는 그날 이후 남자는 지겨움으로 다니던 교회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교회누나를 짝사랑하게 되었고, 친구가 생기게 되었다. 교회와 학교, 은혜와 방황사이에서 남자의 청소년 시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담배와 술과 방탕함 가운데에서도 남자는 이상하게 교회라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공간안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들에 흥미를 느꼈고, 이끌렸고, 그리고 설레임을 느꼈었다. 남자에겐 여자친구가 생겼고, 공부를 포기했고, 턱걸이로 들어간 지방대에서도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다. 맨정신일 때보다 취해있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근원적인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해소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을 잘 살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주제에 남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세상탓이라고, 내 탓이 아니라 세상이 잘못 만들어진 탓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타지에서 남자는 더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일 학년과 이 학년의 한 학기를 마치고 난 뒤 남자는 입영통지서를 받게 되었고, 이듬 해 입대했다. 1999년의 일이었다.  남자는 여자친구와 이등병에서 일병이 되던 무렵 헤어졌다. 가끔 고참의 배려로 피엑스에 가 집으로 전화를 걸 때 남자는 자신이 기억하는 또 다른 번호를 누르지 않기 위해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휴가때 새 남자친구가 생긴 그아이가 동기들에 묻혀 모임에 나왔을 때 남자는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서 그 술자리 내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로부터 천천히 마시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얗게 밤을 샌 그날 모임이 끝나기 전 함께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그 아이와 함께 울음을 나누었던 기억을 남자는 이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의 암진단과 사망을 기점으로 휴학과 자퇴를 거친 남자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만난 것은 2005년의 일이었다. 글쓰기. 창작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평가해주고 때로 좋아해주기도 했던 것에 우쭐해진 남자는 그 늦은 나이에 자신의 진로를 글쓰기로 결정했다. 이후 어설픈 취직과 알바등등을 전전하는 가운데에서도 남자는 자신이 언젠가 글쓰기로 세상이 알아주는 사람이 될 거라는 허영심에 집착한 채 고독한 일상들을 보내게 되었다. 글쓰기에 필요한 책들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최대한 마련하고 싶었기때문에 남자는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들, 사회생활과 친구들과의 교류등등의 일들을 최대한 삼갔고 그렇게 점점 자신이 선택한 고독속으로 빨려들어가 외톨이가 되어갔다. 글이 느는 속도는 그의 마음처럼 되어주지가 않았다. 2009년에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또다른 분야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외국어 공부. 중국어를 공부한 남자는 이제 이것으로자신의 생계를 해결하고 그 남는 시간에 글을 쓰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역시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남자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저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만으로 남자에게 그것은 아무런 돈 벌 꺼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남자의 중국어 실력은 늘어갔으나 그럴 때마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깨달음이 더해져 남자는 마침내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것을 통해 돈을 벌 수없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해야만 했다. 인간적이지 않은 대우를 감내한다면 남자의 실력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있었고, 실제 남자역시 그런 일을 해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남자의 자기애와 허영심이 그런 일들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남자는 그제사 이제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도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남자는 가끔, 그러다 자주, 급기야는 매일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아니 어쩌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좋아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게 되었는데 이제는 지나가 다시돌이킬 수 없는 그 수많은 좋아하는 것들중에 그래도 아직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을 생각해 보다가 예전 자기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 날 들었고, 보았고, 맛보았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남자는 그렇게 다시금 교회를 찾았고, 찬양집회에 참석했다. 찬양집회에 다시 참석하던 그 첫날, 남자는 다시 찾아온 감동에 몸서리가 쳐지는 기분이었다. 하나님의 은혜와축복이 오랜 고난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자신에게로 다시 와닿는 느낌이었다. 남자의 첫번 째 자살예정일은 그렇게유예가 되었다. 남자는 이후두 차례 더 찬양집회에 참석했고, 감동한 바 있어 다시금 교회에 다니기로 결심했다.그렇게 교회에 나가게 된 첫 주와 둘째 주, 남자는 그곳의 따스하고 호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더 깊은 허무함과 우울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희망적인 삶때문이었다. 그들의 밝고 건강한 삶이, 고작 시시한 고민따위에나 아픈 척할 수 있는 그들의 그 상황들과 삶들이 그렇지 못 한 자신의 것과 비교되어 자신의 것을 더 한층 비참해 보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남자는 다시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괴로워 하던 남자의 영혼은 결국 이후 삼 주가 지난 어느 일요일날 지루하고 무의미한 인생이 새겨진 자신의 육체를 떠나게 되었다. 2019년 봄이 한창이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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