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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난 사람들]제12화 작은 리바이를 위한 꿈
게시물ID : dream_31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극곰316
추천 : 0
조회수 : 35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1/29 07: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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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꿈no.9 작은 리바이를 위한 꿈


리바이는 우리 반 학생이었다. 
하얗게 작은 체구에 까만 장발의 리바이는 고아는 아니지만 보호자가 없다. 아빠는 너를 버렸어 불쌍한 것 미안해 다 내 탓이다. 엄마는 한숨짓고 푸념하기에 바빠 리바이를 돌봐줄 틈이 없었고 언제나 걸음을 재빠르게 걸었다. 리바이를 차지하고 앉아서 주인 행세를 하는 건 피딱지와 멍이었다.

가엾게 작은 몸을 가진 리바이도 결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우리 학교엔 보호자가 없는 학생이 하나만은 아니었지만 리바이는 그중에도 골치 거리였다. 리바이는 머리를 빗지 않았고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 모두 리바이를 싫어했다. 그러나 나는 리바이를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느 날 학교 측에선 리바이를 퇴학 조치했다.
보호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리바이에게 이젠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한 게 다였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었고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 화를 내지도 않고 돌아서서 교문을  나가는 리바이를 나는 따라나섰다.

그게 그냥 초대가 됐어.

조용한 시멘트 건물이 서있는 공터엔 철조망 울타리가 쳐 있었다.
운동장에 깔린 잔잔한 모래는 잘 다져져 있었고 구색이 맞지 않는 철봉이 꽂혀 있다. 운동장이 잘 다져진 걸 보면 보호자가 없는 학생들은 신체 단련을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리바이가 달라보여.

“니가 그 리바이가 맞니?”

건물 안은 장난감처럼 조립된 방들로 채워져 있었다. 주황색 벽에 파란색 문, 분홍색 커튼이 쳐진 초록색 창, 노란색 카펫이 깔린 연두색 바닥에 침대와 책상은 하나의 샘플이고 기호에 맞게 배치가 가능한 조립식이다. 보호자가 없어서 2인 1실이 원칙인지 침대와 책상은 두 개씩 있다. 하지만 리바이는 2인용 방을 혼자 독채로 쓰고 있었다.

건물의 동 쪽에는 굴뚝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회색 건물이 있다. 세탁실이 맞는 것 같은데 학생들은 공동 빨래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샤워를 하고 신체단련을 하고 있다. 붙박이처럼 조용하면서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리바이는 이곳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어.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은 어디든 있어.

동정심 인지 호기심 인지, 어느 날 오후 학부형들이 자기 애들을 데리고 리바이를 방문했다. 거기엔 초대도 없었고 경고도 없었다. 리바이는 말이 없었다.

엄마를 따라온 쪼끄만 녀석이 물에 푹 젖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옥상에서 발견됐다. 질식 일보 직전이었고 범인은 리바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도 학부형들도 난리가 났다. 사고가 났다. 애들은 법석에 신이 났다. 리바이는 사라졌다.

경찰들이 리바이를 잡으러 나갔던 맑게 갠 오후. 
고층 아파트에서 노란 풍선을 들고 뛰어내리는 까만 머리 소년이 뉴스에 나왔다. 
화면 가득한 파란 하늘. 노란 풍선. 소년은 풍선을 놓쳤다. 노란 풍선은 산들산들 예쁘게 떠올랐다.

개자식. 불이 화악하고 휘감으려는데 리바이가 젖은 담요를 들고 뛰어왔어. 숨이 막혔어.

쪼끄만 녀석은 갑자기 영웅처럼 까불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 말없이 서있었다. 누구도 무슨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어진 경찰도 학교도 학부형들도 흩어졌다.
  
그날이 끝나기 전 나는 리바이가 뛰어내린 아파트로 갔다.

스카이브리지로 연결되는 네이버후드, 공중 화원 빌리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광장엔 야외 카페에 앉은 손님들만 잔뜩 있었다.

역시 그랬구나. 품격 지상, 문명의 이기를 리바이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경찰도 학교도 학부형도 다 속여먹은 리바이는 카페 카운터에 우산을 남겼다.
카페 사장이 우산을 들고 나와 어리둥절 주인을 찾는다.

그날 밤 꿈속에 리바이가 처음으로 나한테 말을 했다.

‘비밀이야.’
리바이의 작은 몸이 노란 풍선을 타고 둥둥 나는 데 성공한다.

안녕.

<끝>

출처
꿈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주인 없는 꿈은 없어. 진짜야.

남극곰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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