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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난 사람들]제13화 미국에서 찾아 온 엄마의 아들
게시물ID : dream_3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극곰316
추천 : 0
조회수 : 35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1/30 08: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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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미국에서 찾아 온 엄마의 아들


연로하신 엄마 아빠는 한복을 입으셨다.
큰언니는 대학원을 다니고 작은언닌 자기 방에서 잠만 잤다. 나는 동네에서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우리 집은 매일매일이 똑같다.

“어? 오늘은 누가 오셨네.”
식구들이 밥상에 빙 둘러앉아서 내가 오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미국에서 온 늬들 오빠다.”
엄마가 진지해서 우리는 머리로 꾸벅 인사를 한다.
소개는 거기까지. 누구야. 또 친척이야. 오빠라잖아.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젊은 남자가 밥상에 다가앉았다.

엄마는 결혼 전에 애인이 있었다.
남자는 귀재였는데 젊은 엄마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할 때 그 아들을 미국에 살고 있는 남자에게 보냈다.
아빠는 엄마의 과거를 알고 있었을까?
오빠가 찾아온 후에도 아빠는 말이 없다. 엄마도 말이 없다.

큰언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학원에 갔다가 저녁때 집에 와 밥상에 앉았다. 나는 낮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때 집에 와 밥상에 앉았다. 작은언닌 이제 낮엔 잠을 자지 않았다. 잠옷을 입었지만 낮엔 그래도 집안을 서성였다. 저녁때 식구들이 모이면 밥상에 둥그렇게 앉아 조용히 저녁을 먹었다.
처음 보는 오빠지만 역시 가족이라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우리 네 형제는 한 방에 모여 잤다. 뒹굴뒹굴 편안한 잠을 잤다.
한 번은 내가 조금 늦게 퇴근하고 왔는데, 오빠가 기분 좋게 코를 골고 있었다.

집에 오니까 좋은 가 보다.
그러면서도 형제간인데 뭔가 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오빠는 한국 관광을 하셨나요?” 
“응 한번 공연을 본 적이 있어. 컨포런스 끝나고 회사에서 단체 관람을 했어.”
오빠가 컨포런스 참가 겸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걸 그렇게 알게 됐다. 모국 방문을 언제부터 계획했을까.
“중국 문화 아니라 한국 문화인 거 확실해요?”
내 농담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빠는 명랑하다. 오빠의 눈빛이 선하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방구석엔 오빠의 트렁크가 서 있다. 그렇게 슬픈 트렁크는 처음이다. 트렁크 때문에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일주일도 채 안 된 어느 날이었다.
오빠가 이제 가려는 가 보다.

밥상을 물리고 엄마 아빠가 나란히 앉았다.
오빠는 앉을자리를 찾지 못해 곤란한 모양을 한다. 우리 셋이 트렁크 옆에 다가앉는다.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한국 땅에 묻히고 싶어 하셨습니다. 관에 많은 돈을 투자하셨습니다. 관이 삼백 불이에요. 한국 어머니한테 찾아가서 그 걸 다 전해 드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렇게 찾아와 폐를 끼쳐 드렸습니다.”

“그래 과거는 과거로 끝이 났다. 우리도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으니 너도 네 갈 길을 가거라.”

방 안에 공기가 무거워서 아무도 말이 없다.
오빠가 일어나려는 것 같다.
나는 가슴이 울렁했다.

그건 당신 얘기고 우리한텐 얘기가 달라 다르다고. 우린 피를 나눈 형제라고요. 나는 오빠의 목을 끌어안고 싶다. 오빠에게서 비명처럼 한 마디 울음이 터진다. 그건 오빠가 보낸 신호다. 큰언니도 작은언니도 울기만 한다.

오빠는 그렇게 갔다.

오빠는 터미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오빠의 목소리는 선명했다.
“(영어)너희 아버지는 가족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시구나. 어머니도 차갑고, 너희들도 똑같다.”

오빠가 울지 않으려고 전화를 당장 끊을 것 같다.
큰언니가 전화를 받았는데 영어로 통화를 하자니 마음이 급했다. 내가 전화기를 뺏어 들고 영어로 내 마음을 다 털어놓겠다고 작정을 했다.

“(영어)오빠도 봤듯이 우리 엄마 아빠는 그러셔. 마음이 없다고. 그뿐이면 다행이게 우리의 영혼과 마음도 억지로 다 빼 가셨어. 오빠와 함께 잠을 자던 우리 자매들은 시간이 필요해. 우린 그렇게 천천히 오빠에게 다가가고 있었던 거야. 지금 우리를 판단하지 말아 줘.”
내 마음속에 갇혀 있는 무언가가 아우성을 쳤다.

오빠가 가고 언니들은 엄마와 돌아간 애인을 위해 위령제를 지내기로 했다. 사원에서 가족단위로 진행되는 위령제는 돈만 내면 형식적으로 지내준다. 그 제사에 식구들이 다 참여했다고 한다.
언니는 했다고 하는데 난 위령제를 지낸 생각이 안 나.
언니가 다시 확인을 해 준다. 야 이거 봐 엄마, 나, 둘째 그리고 너네 애들 여기 다 있잖아. 엄마는 얼굴에 살이 허옇게 올랐고, 우리 애들도 몸 집이 두툼해 보였다. 
“우리 애들이 아니잖아.”
자꾸 내 눈길을 피하는 그 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돈을 내고 대리인들을 사서 위령제를 치르고 있었다.

<'꿈'. 임을 알려드린다. 끝>

 
출처 위로 같은 건 기억도 안 나고,
그렇게 하느니 애초에 차라리 않는 게 낫겠어.

남극곰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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