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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와 수다쟁이 - 1
게시물ID : dungeon_6415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머스켓갓이다
추천 : 1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05 12: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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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전투노예 마창사. 그중에 27호로 불리던 그는 제국의 투기장에서 승리하였고, 막대한 상금과 제국의 간부로써 충성을 바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자유를 원하여 투기장을 떠났다.
27호는 자신이 마지막에 죽인 동료의 시체를 들고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에 자신이 죽인 소꿉친구이자 동료였던 26호도 같은 고향이었기에, 26호를 고향에 묻어주고 자신도 정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고향은 황폐화 되어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당연히 그 곳에서 살고 있던 그의 부모님과 친구의 부모님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죽었을 것이다.
27호는 체념했다. 슬퍼하고 싶었지만 그는 대부분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그 때, 그에게 떠오른 한 가지 이야기.
자유를 원해 떠난 마창사들은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사람들이 그들에게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 때문에 거리를 두게 되며, 그에 좌절감을 느낀 마창사들은 다시 투기장으로 돌아가거나 자신을 헐값에 팔아가며 전투를 계속한다.
하지만, 어떤 상처받은 자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실버 크라운'이라는 곳에서는 마창사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
27호는 발걸음을 '실버 크라운'으로 옮겼다.
그는 실버 크라운에 있는 숲 내부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아 26호를 묻어주었고, 이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는 편안하게 쉴 수 없었다.
- 27호...나를 죽이고 혼자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아? -
- 너는 우리를 죽였어. -
- 너는 쉴 자격이 없어. -
- 실버 크라운에 온다고 네가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 -
- 포기해. 넌 구원받을 수 없어. -
그가 죽인 다른 전투 노예들의 원혼들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원혼들의 손에는 그들이 죽기 전 사용하던 마창이 들려 있었다.
- - - - - 죽어. - - - - -
그는 휴식을 취하려고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나, 원혼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원혼들은 27호에게 패배할 때마다 그들이 죽기 전에 내뱉었던 비명, 유언, 표정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아무리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었다고는 해도, 그 감정 자체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27호는 모든 원혼을 해치우고 난 뒤, 더 이상 저주받은 마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마창을 26호의 무덤에 비석처럼 박아버린 뒤,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들의 말대로 자신은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자신은 그들의 시체를 계단삼아 이 밖으로 나왔다.
그렇기에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27호의 생각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을 때, 갑자기 멀리에서 마창이 날아와서 그의 앞에 박혔다.
원혼들의 마창이 아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마창사가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살아있는 마창'.
그가 고개를 들자, 누군가가 그에게 갑작스레 창을 찔렀다.
금발로 보이는 마창사였다. 분명 예전에 본 듯한 모습.
하지만 더 이상 자세한 생각을 할 시간은 없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앞에 박힌 마창을 집어서 공격을 막았고, 금발의 마창사는 자신에게 연달아 제국 창술을 펼쳤다.
제국 창술은 익숙했기에 27호는 그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흐른 뒤 그의 공격이 멈췄다.
"이제 잡념은 사라지셨나요?"
그의 말에 27호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제 이름은 레노. 당신과 같은 전투 노예, 마창사였죠."
"그래. 어디선가 본 것 같군."
27호의 대답에 레노는 싱긋 웃었다.
"저도 당신을 본 것 같습니다."
27호와 레노는 인사가 끝나자마자 동시에 땅에 주저앉았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투 후 휴식의 시간.
잠시의 휴식이 끝난 뒤, 레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당신은 왜 마창을 버리려고 하셨나요?"
"끊고 싶은 과거의 사슬이니까."
그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레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과거에는 그랬었죠.
하지만, 당신도 느꼈죠? 마창을 다시 잡았을 때의 짜릿함을."
"..."
27호는 반박하지 못했다.
마창을 26호의 무덤에 꽂았을 때 느낀 허전함, 레노가 던진 마창을 다시 집었을 때 느낀 쾌감과 만족감.
"마창은 우리와 한 몸이 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입니다. 몸도, 마음도 마창과 하나가 된 정도죠.
이왕 그렇게 된 것이라면, 당신의 그 재능을 썩히기엔 아깝잖아요? 당신도 '모험가'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거에요.
그들처럼 '모험가'가 되는 건 어떠신가요?"
영주가 자신에게 제국 간부가 되라고 제안했을 때와는 다르게, 27호는 그의 말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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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입니다.
네. 소설입니다.
필력은 딸리지만 남자라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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