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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투자에 대한 생각
게시물ID : economy_29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k1223
추천 : 10
조회수 : 163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0/04/28 12: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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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원유 가격이 급락했다.

 

코로나 문제 때문에 세계에서 원유를 사용하는 양이 줄어들었고(수요의 감소), 굵직굵직한 나라들이 적게 생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공급 조정의 실패)이다. 원유시장이 얼마나 비탄력적이고 비탄력적인지, 원유의 가격이 한 때 마이너스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귀한 재화가 0원 이하에서 거래되는 말도 안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심지어 재활용 쓰레기도 돈을 주고 사 가는데, 그 소중한 원유의 가치가 마이너스가 되다니

 

나는 당연히 투자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원유의 생산 원가는 대략 10~20. 비싸다는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 원가는 24불 정도가 된다. 이보다 낮은 가격에서 생산을 할 리 없으니, 공급이 줄고 원유가격은 상향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100불이 넘거나 60불에서 움직이던 과거의 기억이 투자를 부추겼던 것 같다.

게다가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 가격보다 비싼 상태(월물간 콘탱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유가가 상승해 왔다. 그런 과거 데이터를 보면 투자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일단 HTS를 켜 봤다. 한국에서 직접 원유를 구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해외 선물을 추종하는 ETF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ETF의 가격이 그렇게까지 많이 빠지지 않았 있었다. ETF, 추종하고 있는 원유 선물에 비해서 엄청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ETF를 발행한 증권사들은 해외 원유선물을 매수하고 그 만큼 ETF를 매도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해외 원유선물을 매수할 자금이 부족한 것인지 충분히 매수하지 못하는 바람에(항간에는 증거금이 부족해서 수 조원 대의 마진콜이 걸렸다고도 한다) ETF를 매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LP(LP: Liquidity Provider- 유동성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적절히 매도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원유 가격이 너무 싸다고 판단해서 매수를 하는 바람에 ETF는 본래의 가치(해외 원유 선물의 가격)에 비해서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ETF에 투자한 뒤에 유가가 오르더라도, LP가 제대로 ETF매도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ETF같은 것에 투자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해외선물 HTS를 켜 봤다.

직접 해외 원유선물을 매수해서 오를때까지 가지고 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원유선물의 월물간 가격차이가 심각하게 높았다. 원유선물은 매 달 종목(월물)이 행사되어 없어진다. 매수를 한 사람은 매도를 한 사람으로부터 원유를 실제로 인수 받아야 한다. 그래서 원유를 싣고 가지 못하는 보통의 투자자들은 월물이 행사되기 전에 팔아서 청산하고, 다음 월물을 사야 한다. 그것을 롤오버라고 부른다. 롤오버를 해야 하는데, 현재의 월물(근월물)이 싸고, 다음 월물(원월물)이 비싸다면 그 차이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드는 비용이 최소한 월 당 25%는 넘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4개월만 매수해서 홀딩하고 있어도, 4개월이면 원금 수준의 돈이 날아간다. 엄청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원유를 인수받은 뒤에, 다음 월물에서 팔면 어떨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일단 당장 미국에 입국하기도 힘든 상황이고, 이미 그걸 주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차익거래를 하고있기 때문에, 빈틈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도 놓치기 싫은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나보다 식견이 높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대답은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였다. 워렌버핏의 생각과 상통하는 말이었다. 원유가격이 이렇게 떨어지기 전까지 관심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이, 원유가격의 하락폭이나 하락기간을 어떻게 예측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시장의 큰 거래자들(actor)들이 독과점시장을 이루고 있는데다가, 다들 이익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를 하기 상당히 꺼려졌다. 러시아나 OPEC의 국가들은 이번 기회에 미국 셰일업체에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덤벼드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비효율적 상념들은 시장에 노이즈가 된다. 이미 유가시장은 엄청난 노이즈 때문에 이득을 보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시그널은 가려져 보이지 않게 돼 버렸다.

 

이번 원유의 해프닝을 종합해 보자면, 자연스럽지 않은 원유의 가격을 보고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ETF의 괴리율과 대단한 원유선물 롤오버 비용, 그리고 알지 못하는 것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아이디어와 시장의 괴랄한 노이즈 때문에, 나는 원유에 투자하는 생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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