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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나라로 귀농하기. 1
게시물ID : emigration_1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929517
추천 : 45
조회수 : 920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2/20 01: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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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교민입니다.
전에.. 이민게시판에 필리핀으로는 이민오지 마세요 [ http://todayhumor.com/?emigration_455 ] 라고 적었던 사람입니다.

뭐..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사람들은 있기에.
오시는것 이라면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실만한게 있을까 해서 제 경험담을 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년전에 이혼을 하고.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51606 ]
1년간 아이둘을 혼자 키우다가요.
과로로 쓰러졌지요..
가사 육아 회사.. 모든걸 혼자 한다는게.. 정말 쉬운직업이 아니구서는 사실 불가능입니다.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부엌에서 부엌 베란다가는 문턱에 걸쳐서 쓰러져 있더라구요.
아마.. 수면부족과 과로로 기절했었나봐요.
그리고, 프로그래머로 죽어라고 과로하며 살다 생긴 그노무 천식때문에..
봄만 되면 전 너무 힘들었거든요. 왕사에 꽃가루에..
이대로 살다간 죽겠다 싶어서 일도 멈추고 잠시 쉬었는데
전화로 어머니랑 그런 저런 이야기도 좀 했는데..
형님이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봄이 없는 동남아로 여행갔다 오라고 하시기에..
돈벌어야하고 애봐야지 어딜가요.. 했는데
형님이 거의 강제적으로.. 필리핀 모 도시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하도록 다 추진하시고 제게 통보 만 하심..;;
필리핀에 과거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이민가서 관광 가이드를 하며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사람이 사는곳과는 전혀 반대쪽 먼 곳 도시를...

뭐.. 그래서 아무튼.. 4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왔습니다.
10여년의 결혼생활 동안에 비행기 타본건 신혼여행갔던 발리와 제주도 가는 비행기가 전부였는데..
( 그럼에도 전처는 동남아 안 가본 나라가 없는게 함정.. )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혼여행이 아닌걸로 국외로 나와봤네요.
아.. 이나라 왜 이렇게 미친듯이 덥습니까.
ㅋㅋㅋㅋ 애들이 마닐라 공항에서 딱 나오자 마자 하는 소리가 아빠더워.. 입니다.
둘다 얼굴이 뻘개졌어요.
물을 몇병을 사먹였는지..
거기서 1시간여를 기다려서 비행기 갈아타고.. 지방 도시로 날아갔지요.
문제는... 무슨 패키지 여행을 온것도 아니고..
그냥 쉬라고.... 여행사 하나 컨택해서( 아는사람이 잘 이용하던 여행사라고 함.. )
그냥 비행기표 끈어서 보내버리신 형님 덕에..
오니까 할것이 없었어요.
밤 늦게 이 도시에 도착을 했는데.
여행사사장님과 저녁을 먹고..
그다음 숙소에 떨궈주시더니.. 숙소가.. 1일은 얼마.. 1주일은 얼마.. 한달은 얼마..
이러는데 금액이.. 단기간일수록 아주 비싸더라구요.
뭐.. 한두주 있다 갈까.. 하고 그냥 한달치를 선불을 했습니다. ( 1주짜리 두번 내는것에 조금 더하면 1달치길레.. )

여기 오니까 천식이 한방에 사라지데요..?
문제는.. 두 아이..
아이들이 있으니 더운 땡볕에( 위도가 10도입니다. 드럽게 뜨거워요.. ) 어딜 걸어다닐 수도 없고..
관광지가 아닌 도시로 와서.. 딱히 어디 갈데도 없고..
해떨어지면 모기 무섭고.. 그래서 못 나가고..
더군다나 방에만 콕 박혀서 있었더니..
맨날 보는게 TV인데.. 맨 뉴스에 강도당한 이야기.. 누구 총맞아 죽은이야기로 도배..
더군다나 이 도시의 거의 모든 집들이 담장위에 철가시가 장난이 아님.. 도둑놈 천지라는 이야기..
아 밖은 무서운 곳이구나..
뭐... 원룸 스타일인 곳에서..
하루 종일 아이 둘 음식해 먹이고.. 보내는게.. 그냥 일과..

문제는 1달 내내 그랬다는것..
그러다보니.. 갑갑하죠..
그래서 숙소 주인이기도 한 여행사 사장님보고
아 당신보고 이도시까지 왔는데 나 좀 책임지쇼... 하고 압박을 해서
그분 따라서 배드민턴 치는곳을 좀 따라다니며 교민 몇분을 뵈었어요.
그랬더니 교민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이 인건비 싼 나라에 와서 지금 뭔짓하냐고..
한달내내 방에 처박혀서 애들수발만 하고 있으면 여긴 왜 왔냐고..
듣고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가정부를 구해보려고 했지요..
문제는 가정부는 대부분 입주 가정부입니다.
숙식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원룸에서는 그게 안되는거예요.
에또 해당 숙소는 유치원들과는 거리가 좀 멀었어요.
보낼 유치원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어디 유치원이 좋다더라.. 소리를 듣고
두 딸에게 아빠 하루종일 나가서 밤 늦게 올꺼니까
하루종일 케이블TV 만화체널 보면서 놀다가 배고프면 이거 먹고 저거 먹고 하라고 하고
썬그림을 아주 두텁게 바르고 길을 나섰지요.
왜냐하면.. 이나라는 부동산 이라는게 그다지 발달이 안되어 있어서
임대하는 집을 찾으려면 직접 그동네 가서 제 발로 뒤지고 다녀야 하거든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 유치원이 좋다는 동네로 가서..
그 언저리를 정말 싹 뒤지고 다녔습니다. 한.. 3-4시간 걸은듯.
문자메시지 하루종일 무료로 쓰는것 등록하고선.
임대한다는 팻말 보면 그 팻말 정보 포함해서 집 사진찍고 연락처로 문자메시지 보내고.. ( 방이 몇개냐 임대조건은 뭐냐 등등등.. )
그러다가 하나 찾았는데.
제가 이것 저것 부가적으로 요구한게 많아서 임대료가 조금 많이 비쌌어요.
그런데 조금 너무 많이 비싼감이 들어서..
교민까페에 여쭤보았죠.
이러이러한 조건인데.. 괜찮을까요? 하고
그러니.. 어떤분이 연락이 오셨네요.
필리핀에 은퇴해서 정착하시려고 준비를 다 하셔서..
집도 이미 구해놓으셨고. 살림까지 다 옮겨놓으셨는데
한국에서 하던 사업이 아직 정리가 덜 되셔서.. 한국에 계시다고.
주인이 필리핀에 없다보니 누구에게 그 집을 임대주기가 불안해서 못주셨는데
애 딸린 아버지니 믿을만 하겠다고 제게 임대를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뭐.. 그간 교민까페에 이런 저런 질문도 자주하고.. 그랬던것도 영향이 있던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 집에 임대해서 들어갔는데요.
여기서 제 인생이 바뀌었지요.
그 집은 소위 안전하다는 subdivision 안에 있는 집입니다.
서브디비젼은.. 특정 주택지구를 높은 담벼락으로 삥 둘러서 막아놓고(성마냥..)
입구에는 24시간 가드가 경비서는 안전지대를 말합니다.
서브디비젼 내부에는 담 위에 철 가시가 없는 집들도 존재를 합니다.
제일 좋았던 점은..
몬테소리 유치원이 걸어서 5분정도 거리였습니다.
그 리 고 !
무려 2층집입니다. 방이 3개고.. 화장실이 2개. ( 하녀방과 하녀화장실은 별도로 따로.. )
실제로는 방1개와 화장실이 1개 더있는데. 그것은 주인부부쓰시던 곳이라
잠궈놓고 가셔서..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2층집을 살아봤네요.

필리핀 와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안 틀고 살아지대요.
전에 살던 원룸은 임대료에 전기세가 포함이였지만.
이곳은 임대료에 별도인지라.. 절전을 해야 합니다.
필리핀은.. 한국의 1.6배의 전기세..( 그리고도 매년 인상함.. )
2층집이라는게.. 내부에 대류가 생깁니다.
더운공기는 언제나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바람이 전혀 없는 날도.. 1층에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옵니다.
왜냐면 가열되서 2층으로 뽑혀서 올라가는 공기를 채워야 하니까요.
낮에는 2층이 더워서 못 있지만.. 그땐 1층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또 2층이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불기때문에.. 아주 숙면에 좋습니다.
다만... 창문이 너무 많아서...... 갑자기 스콜이라도 쏟아지면..
엄청나게 달려다녀야 합니다.
거기서.. 아이들을 유치원을 등록하고..
유치원을 매일 데리고 가니..
유치원 원장이 저를 신기하게 봅니다.
보통 필리핀에서 유치원에는.. 보모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아빠가 데려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모나 가정부를 구하려고 노력중인데 지금 한달넘게 못 구하고 있다고 말을 하니..
자기가 구해주겠다네요?
교민들에게 그렇게 도움요청해도 못 도와주던 문제가 이것인데..
유치원 원장이 구해주겠다 약속을 했고... 실제로 몇일뒤에 구해줬습니다.
그 이유는... 유치원은 보모들의 놀이터입니다.
왜냐면 필리핀의 유치원은 온종일 하지 않고 보통 2시간 언저리만 합니다.
오전에 2시간씩 2타임. ( 전... 우겨서 4시간 풀로 돌렸지만. )
그렇다보니.. 교통비 써서 보모가 애를 데리고 왔다가. 그 2시간 잠시 더 집에서 일하러 교통비 더 써가며 왔다갔다 안하고..
그냥 유치원에서 아이 끝날때 까지 놀면서 기다렸다가 데려갑니다.
그러니 유치원 마당엔 보모들 놀이터가 구석에 있습니다.
거기서 제 조건을 말하고 너희들 친구중에 일 할 사람 없니? 라고 한 모양이더라구요.
세상에나..
제가 그 가정부에게 월 3000페소( 지금환율이야 월 75000원 언저리.. 그땐 9만원정도 였나.. ) 를 주니......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씻기고 유치원 데려갔다가 데려왔다가.. 청소하고......
그냥.......음.....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쿨쿨쿨쿨 자도.. 아무도 제게 뭐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런 천국이.

아 밤이 늦었네요. 나중에 더 적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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