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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4
게시물ID : emigration_29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호아가씨
추천 : 22
조회수 : 108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7/11 15:55:17
사실 호주에는 총 2년을 체류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많아 부득이하게 끊을 수 밖에 없는 점 죄송합니다 ㅠㅠ  이번편 부터는 도살장에서 일하는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혐오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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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플.로.어
영어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저 단어만큼은 크고 명확하게 들렸다.
한인업체 측에서는 여름이지만 어차피 패킹이나 보닝룸은 시원하기 때문에 관계없다는 식으로까지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점이었다. 한명을 제외하고는 같이 온 오빠와 언니 동생들까지 모두 파란헬멧(킬플로어에서 쓰는 헬멧)을 쓰게되었다.

말그대로 우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앞에 놓여진 유니폼으로 환복하러 여자탈의실로 들어갔다. 다른 파트의 유니폼은 모두 새하얀 색깔에 긴팔이었는데 우리의 유니폼은 파란색 티셔츠가 다였다. 그리고 슈퍼바이저를 제외하고 헬멧을 쓰는 것도 우리 뿐이였다. 원래 킬플로어는 도살을 담당하는 파트라 공장에서 제일먼저 시작하는 파트인데 우리는 그 날 기타 서류를 작성하느라고 다른 파트의 사람들과 같이 유니폼을 갈아입게 되었다.
"어머 거기서 어떻게 일해요?"
때마침 출근한 패킹룸 무리의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작업장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저말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가출한 영혼을 부여잡고 장화까지 환복을 마친 우리는 여전히 미소짓고있는 파란눈의 슈퍼바이저를 따라 킬플로어 안으로 입성했다.

들어가자마자 세면대와 장화를 씻을 수 있는 곳이 나타났는데 왜 우리에게 반팔을 지급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곳은 미친듯이 더웠으며 공장입구에서 부터 진동하던 양냄새는 수십만배의 강도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장화를 세척하고 손발을 특수용액으로 씻어낸 뒤 아까그슈퍼바이저는 우리에게 도살장 안에서 생성되는 포지션으로 나누어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그 곳은 꽤 넓어서 한 눈에는 다 볼수 없었고 다만 난자하는 피들 속에서 처음엔 그 광경을 볼 여력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은 다 배치되고 나와 여자동생만이 남았었는데 슈바는 따로 물품들이 있는 창고로 우리를 데려갔다.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거야."
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생각할 틈도 없이 얇은 마스크 하나를 썼는데 슈바가 한 두개즘 더 꺼내며 우리에게 건냈다. 그렇게 세개를 쓰고 나니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는데 양냄새가 좀 덜하게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편해도 쓰고 있기로 하였다. 그리고 주섬주섬 무언가 하나를 더꺼내어주었는데 그 것은 우비였다. 그는 직접 입고 시범을 보이며 우리에게 입으라고 하였다. 우비까지 입고나니 땀배출이 안되어 안그래도 더웠는데 입고온 티셔츠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보호경까지 써서 완벽무장을 완성했다.

그리고 슈바를 따라간 곳에는 열심히 무언가 레일이 돌고 있었고 큰 트레이 안에는 거대한 내장이 담겨져 나오고 있었다. 막 도살되어 꺼내진 내장이었기 때문에 김이 모락모락 났었다. 우리처럼 우비를 입고 있는 사람이 (마스크덕분에 보호경을 한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그 트레이에서 내장을 들어 대장과 소장을 분리해내고 있었다. 공장 전체를 울리는 기계소리 때문에 거의 대화가 불가능 할 지경이였는데 슈바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배우는거야. 그럼 열심히 배워 레이디들. "
처음부터 끝까지 그 슈바는 밉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알고보니 내장을 분리하고 있던 사람은 첫 날 우리에게 열심히 하소연을 했던 빨강츄리닝이었다. 너무 가뿐하게 내장을 분리하는 그녀의 모습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왔던 동생은 내장을 분리하는 건너편으로 가서 간에서 쓸개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참 배우고 있었다. 요령이 없었던 그녀는 쓸개를 터트리기 일수였고 결국은 선임이 계속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해보실래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별거아닐 것 같았던 작업은 내장을 들어올리는 데서 부터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장과 소장은 한몸인 듯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고 원래는 분리해서 밑에 작업장에 전달되어야 할 내장은 하나로 합쳐져서 밑으로 전달되었다. 나는 그 것을 들어올릴 힘조차 딸렸는데 밑에 작업장에서는 항의의 표시로 내려가는 관을 계속쳐대고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 슈바가 우리쪽으로 달려와 급히 체인지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다시 그녀가 포스있고 능숙하게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그 내장을 수십 수천개를 보낸 것 같은데도 레일은 멈추지 않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에겐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는데 드디어 내장이 담겨져 나오는 트레이가 비워져 오는 것이 느껴졌고 공장의 기계소리가 점차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집에 가는 것인가?

"쉬는 시간 이에요" 
겨우 두시간 반이 지났을 뿐 이였다. 레일이 멈춤에 다라 모든 사람들은 일을 멈추고 다시 출구로 나가 장화와 손을 세척하고 런치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식빵과 딸기잼을 싸왔지만 한 입도 입에 댈 수 없었다. 음식을 입에 댈 수 없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였다. 오늘 킬플로어에 배정된 사람들 모두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을 뿐 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강하게 오물냄새가 진동했다. 우리 중에 유일하게 킬플로어에 배치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우리가 내려보낸 대장에서 똥을 처리하는 똥룸에 배치된 사람이었고 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공장전체에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불이라도 났나 드디어 집에갈 수 있나 싶었는데 (제정신이 아니였다) 킬플로어 사람들이 제일먼저 헬멧을 쓰고 작업장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레일이 제일먼저 시작되기 때문에 가장먼저 쉬고 가장먼저 복귀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사이렌 소리는 쉬는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구슬픈 소리였다. 
출처 이건 꿈 일거야 이런 악몽을 언제까지..
한국에서 꾸는 악몽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시간날 때마다 이야기는 이어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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