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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는 그 화려함 만큼 외로운 곳인 것 같아요.
게시물ID : emigration_29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eeeee
추천 : 15
조회수 : 1579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7/08/02 03:55:15
저를 아는 한국의 지인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꿈의 도시에서 배가 불렀다고..

뉴욕 거주자는 아니지만, 뉴욕에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요. 
회사에서 나가다 보면 저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고, WTC가 보이고
집 앞에서 버스를 타도, 운전을 해도 아무리 길이 막힌다 한들 한 시간 안에 맨하탄에 도착해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맨하탄 미드타운을 바쁘게 가로지르며 살아야 하죠.
마음이 답답하면 뉴욕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직업 특성 상 트레이드 쇼나 박람회 같은 게 있으면 방문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돈이라도 제대로 벌고 있기를 하나... ㅋㅋ

너무너무 집에 가고 싶을 만큼 외롭고 괴로웠던 어느 날 늦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 남들 모두가 오고 싶어하는 꿈의 이 도시에서 사는데 징징거리지 말자.. 잘 지내보자..

그래도 저에게만큼은 여전히 꿈의 도시가 되어 주지를 않네요.
그저 그 화려함 만큼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만 해요.

10년을 이 도시에서 살아왔다는 어렵게 만든 외국인 친구들도,
이민을 꿈꾸며 왔다던 한국에서의 지인들도,
마음을 주고 깊은 사이가 되고 싶었고 고국이기 때문에 전혀 멀리 떠날 리 없을거라 여겼던 그도,
모두 다 떠나버리는 곳이네요.
어쨌든 아무튼 모두 다 잠시 스치듯 들렀다 떠나버리는 곳이었어요.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이렇게 나를 외롭게 만드는 곳.

나도 물론 이 곳에 평생 뿌리내려 살 거란 보장은 없고 언젠간 떠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알게 된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내 곁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근데,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또 떠날 사람을 위해 나는 마음을 열게 되네요.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언젠가는 덜 아파지는 날이 있겠죠?


푸념, 하소연, 징징거림 ..
죄송합니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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