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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직장생활에 대하여 1
게시물ID : emigration_29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은날되새오
추천 : 4
조회수 : 132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4 19: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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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주일만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지난 번에 많은 관심과 댓글을 받아 글을 쓰는 것이 많이 떨리네요. 글만으로도 축하를 해주신 많은 분들께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번 글에 적지 못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 먼저 말씀드리고 직장생활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사기를 당했다고 적은 부분때문에 워크비자로 이민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 글이 있었습니다. 댓글을 달았지만 시기별로 말씀드리면 사기를 먼저 몇 년 전에 당하고 그 후 한국에서 일하다가 다시 뉴질랜드로 올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 때는 인턴비자였고요, 뉴질랜드 올 때는 학생비자로 준비해서 들어왔습니다. (당시 인턴비자를 진행하던 에이전시는 종로에 있고 그 사장의 이니셜이 CH*입니다. - 다시 한 번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그러니까 인턴비자-실패-한국직장생활-뉴질랜드 학생비자-잡서치비자-워크비자-이민비자 라는 순서대로 이번에 영주권을 받게 된 것입니다. 글 읽는데 혼란스럽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또한 아이엘츠를 준비하신다는 분들이 계실까 말씀드리면, 아이엘츠는 한국에서 보고 오시는게 점수가 더 잘 나올 거에요. 여기선 동남아나 인도같은 영어가 익숙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점수를 받으셔야 하니까 점수받기 더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저도 학교 입학 전 한국에서 보고, 비자 신청하면서 뉴질랜드에서 봤는데 뉴질랜드에서 볼 땐 스피킹점수가 더 낮게 나왔었으니까요. 기회가 되시면 한국에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취업하실 때 이민자나 외국인이 많은 회사가 비자 준비하시기도 수월해요. Multi-Culture라는 건, 외국인을 고용해 본 경험이 많고 비자에 도움을 주기에도 우호적이라는 말이거든요. 또한 계약서에 법에 새로 개정된 노동관련 조항이 빠지지 않았는지 법무사가 이민성에 넘기기 전에 검토하도록 하시는게 좋아요. 저는 계약서가 40페이진가, 30페이진가 그래서 꼼꼼히 못 읽고 법무사에게 넘겼는데 나중에 어떤 조항이 누락됐다고 이민성에서 다시 계약서를 요청했었어요. 회사명같은 것도 Ltd나 Co.같은 것이 포함되었다면 일관성있게 매니저 명함과 계약서에도 제대로 표기도 되었는지 확인하고 넘기시고요. 겪어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서류를 한 번 다시 요청하고 보내고.... 그런 것이 시간을 꽤 잡아먹어요. 

그러면 회사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우선 출근과 퇴근은 계약당시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이하게 8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일하고 있고, 점심시간은 1시간 입니다. 같은 팀에서는 7시반 출근, 4시반 퇴근하는 사람도 있고요. 맞은 편 회계팀은 7시 출근, 4시 퇴근하거나 7시반 출근, 4시 퇴근 하되 점심시간은 30분 이렇게 맞춘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사 갈 땐 주로 버스타고 출퇴근 하는데요. 버스가 만약 51분 버스다, 절대 51분에 안옵니다. 늘 3-4분, 길면 5-7분도 늦게 와요. 배차시간은 그나마 가까운 거리라 직장까지 가는 버스가 10분에 한 대씩 있는데 제 시간에 온 건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20분 배차로 와서 차 시간 바뀐 첫 날은 지각할 뻔 했었어요. 그리고 가끔 버스기사가 정류장에 서있어도 귀찮으면 안 설 때도 있습니다. (진짜 몇 번 겪음) 대중교통에 관해서는 보살같은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것 같아요. 

출근하면 회사에 비치된 Kitchen 으로 갑니다. (부엌이라고 하기에는 가정집 주방같지 않고, 탕비실이라기에는 비치된 것이 많아서 영어로 쓴 거에요.) 저희 회사에는 대형 냉장고가 두 대, 음료를 보관하는 작은 냉장고가 한 대 있고요. 월요일 오전에 늘 바나나, 키위, 포도, 사과, 귤, 오렌지 등의 제철 과일이 배달되어 공용 식탁에 진열되고요. 같이 따라오는 빵과 햄은 냉장고에, 시리얼과 기타 차나 잼은 찬장에 채워집니다. 저는 도시락을 싸면서 아침은 집에서 먹고, 커피만 회사에서 마셔요. 그러나 아침에 시리얼을 먹는 사람도 있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사람도 있어 늘 Kitchen은 분주합니다. 감자칩이나 초콜릿, 사탕같은 것도 오는 데 원하는 간식이 있으면 건의해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는 엔지니어링이 주체가 된 회사여서 디자인이 중심이 된 회사는 아닙니다. 즉, 새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없으면 제 업무는 금방 서포트하는 역할로 빠지기 때문에 그럴 때는 아이콘이나 일러스트레이션같은 리소스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프로젝트는 회사 기획/홍보/마케팅팀이 위주가 되어 들어오는 내부 작업과 외부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의해 들어오는 외부 작업으로 나누어 일하고 있습니다. 

두 작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입니다.

외부작업은 타 회사와의 금전거래를 기반으로 들어가니까 제한된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안에 최대한 결과물을 뽑아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시간을 오버해서 쓰면 다른 작업자들, 엔지니어나 개발자가 시간을 제대로 못 쓰기 때문에 무조건 제한 시간에 맞춰서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부득이하게라도 시간을 넘기면 클라이언트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한다고 고지해야 하니까 일이 들어오면 꼭 시간에 맞춰서 넘기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놀랍지만 때로는 퀄리티보다도 중요합니다. 

내부작업은 재량껏 시간을 쓸 수 있지만, 어차피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분단위로 퇴근하기 전마다 기록해서 슈퍼바이저와 매니저에게 넘기기 때문에 재량껏이라는 말이 마음대로라는 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팀원이 모두 모여 회의실에서 각자 자신이 지난 한 주간 무엇을 했는지, 무슨 작업이 남아있는지, 왜 지금 하는 일이 잘 안되는지 등의 이야기를 짧게 설명하고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일이 없는 기간이 길면 슈퍼바이저가 매니저에게 누구누구 일이 없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직접 매니저에게 일을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일이 많으면 물론 인원충원하거나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을 연장하기도 하고요.

처음 직장에 들어와서 적응되지 않았던 부분은 일의 순서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일할 때 기획-디자인-개발 이렇게 진행이 나아가는 순서였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주로 디자이너들과 상의를 하고 그 후 나온 디자인을 주로 개발팀과 상의하는 순서였죠. 이 곳에서는 기획단계부터 개발팀이 중심이 되서 기능을 만들고, 그 기능의 50-80%가 만들어지면 그 후 못생긴 데이터들을 제가 다시 페이지별로 디자인하는 순서입니다. 그 후 디자인을 다시 개발팀으로 넘기면 개발자들이 거기에 맞춰 코딩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고지합니다. 아마도 이건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알 수 없는, 혹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가늠해야 하는 기능부분에 계약된 시간을 맞춰서 소진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인것 같습니다.

내부작업은 매니저가 가져오는 일들은 디자인만 요할 경우, 제가 직접 매니저에게 넘기고 개발팀도 업무를 공유하면 슈퍼바이저나 담당 개발자에게 넘긴 후, 일이 끝나면 개발자가 매니저에게 보고합니다. 하지만 마케팅 팀에서 오는 일들의 경우 마케팅팀 해당 매니저에게 바로 보고하고 요청한 디자인을 넘겨줍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다른 문화가 있습니다. 

저도 여기가 첫 직장이라 다른 곳도 이럴진 모르겠지만, 회사에서는 자신이 소속된 팀 외의 업무는 내부 업무라 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주는 업무로 인식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저는 OO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도 개발팀에 소속 된 디자이너지 마케팅팀에 소속 된 디자이너가 아니기에 매니저라도 마케팅팀 매니저는 저의 상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외부 클라이언트 - 우리 팀 - 그리고 타 팀에서 들어온 업무의 순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타 팀에서 어떤 일이 중요하다고 하면 그 때는 우리 팀 일이 급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꼭 슈퍼바이저나 매니저에게 보고한 후, 잠시 우리 팀 일을 미루고 진행해야 합니다. 뭐랄까 한국은 합집합처럼 회사 안에 모든 팀이 꽉 묶여있는 느낌이라면, 이 곳은 교집합처럼 공통 된 이익이 존재할 뿐 팀 별로 확실히 분리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저는 주로 매니저, 슈퍼바이저, 타 팀 매니저나 기획담당에게서 일을 받기 때문에 미팅이나 전화를 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대부분 라디오 들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영어실력을 위해서 늘 TBS 영어방송을 듣고 있고요, 10시부터 점심시간까지는 그래도 뉴스공장을 청취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주로 도시락을 싸가는데, 귀찮을 땐 라면을 먹기도 하고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테이크어웨이 하기도 합니다. 회사가 시내가 아니라 버스도 타야하는 단점외에도 갈만한 식당이 세 군데 밖에 없단 단점도 있습니다. 일주일도 5일 근무인데 세 군데.... 정말 아침마다 도시락 싸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밑반찬만 싸가니 중국인 동료가 채식주의냐고 묻기도 하고... ㅠㅠㅠ... 

야근은 거의 안 하는데, 야근을 해도 회사 계약서는 연봉으로 나가기때문에 야근수당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아예 그렇게 써뒀더라고요....) 이건 아마 우리 회사가 좀 특이 한 것 같아요, 다른 서비스 업종은 시간별로 계산되어 야근과 주말근무에 수당이 더 나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연봉을 세게 책정해서 사람들 사이에 불만은 크게 없어요, 저도 그렇고. 무엇보다 다른 팀이나 우리 팀이나 야근이 흔하지 않고요.

평화로워 보이는 근무환경이고 대부분 그렇지만 격렬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너무 길게 쓴 것 같아서 다음 글로 옮겨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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