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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1년차 후기
게시물ID : emigration_3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끄미
추천 : 8
조회수 : 500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2/28 00: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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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민을 결심한 계기

 처음에는 이민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대학을 다니면서 친구들은 모두 여행이다, 유학이다, 교환학생이다, 어학연수다 해서 미국땅을 밟는데 저는 미드, 영화, 음악은 들으면서 정작 미국에는 한 번도 가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항상 마음 한켠에 걸려있었기에 20대 후반에 용기를 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으로 온 미국은 제 생각과는 매우 다른 곳이었습니다. 제가 그런 곳을 갔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고, 사람들 순박하고(?).. 미디어를 통해 본 모습과는 많이 달랐죠. (지금은 뉴욕이나 LA 대도시의 특수성을 이해합니다. 한국 시, 군, 면 단위와 서울 정도의 차이겠죠.) 그보다는 자연 환경에 푹 빠졌습니다. 서울로 돌아갔을 때, 아무리 도시가 예뻐도 빌딩 숲이나 공기, 녹지가 없는 땅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전문직이었지만 그 테크를 버리고, 이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2. 이민을 온 후 좋았던 점

 가장 먼저 깨달은 점은 미국은 정말 생활이 편리하다는 겁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의 난이도가 다르더군요. 옷, 공산품 등이 가격도 좋고 질이 좋습니다. 야채나 고기를 포함한 장바구니 물가도 가성비가 한국보다 좋아요. 예를 들면 바질 향이 그렇게 강한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바질과 치즈를 안주로 자주 먹었었는데 여기서 그렇게 먹으니 입 안에 바질 향이 사라지질 않더라구요. 그 향과 충격에 머리가 띵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거주지의 경우 한국에서는 전세로 살고 미국에서는 아파트 월세로 사는데, 뭐 하나 고장나면 한국에서는 집주인과 눈치싸움, 기싸움, 애원, 은근한 협박 이런 걸로 참 골치를 썩혔는데 미국은 그냥 렌트 오피스 전화하면 다음날 바로 사람이 와서 고쳐줍니다. 월세가 비싼 건 사실이라 속은 쓰립니다만 배우자와 함께 양분해서 서울 평균적인 원룸 월세 정도의 가격으로 살고 있어 가격대비 만족도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식기세척기, 건조기가 생활 필수인 점도 좋습니다. 몰랐는데 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더군요. 강추입니다.

 야근이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습니다. 회사에 있다가도 원하면 얼마든지 집으로 가서 일하는 게 가능합니다. 직장에서 선후배 관념이 없습니다. 이건 정말 말로 다 못합니다. 한국에서는 밤샘 야근으로 서로 피곤한 상태에서도 기수까지 따져가며 꼬박꼬박 숙여야했기에 처음엔 목줄이 갑자기 풀린 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어디로 가도 되고 네 페이스 대로 일해도 된다는 사실. 그게 참 크더군요. 9 to 5로 일하는데 제 위의 팀은 아무도 10시까지 출근을 안합니다. 10시 15분이 되어야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하죠. 저는 한국인 근성이 남아있어서 그래도 9시 15분 정도까지는 오는데 저희 팀에서는 빠른 편입니다. 팀원 중에는 팟케스트를 들으면서 일하는 직원도 있고 유튜브 틀어두고 일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래도 업무만 하면 됩니다. 옷차림이 참 프리한 건 덤입니다. 회사 다니면서 화장 안 하고 청바지에 맨투맨으로 설렁설렁 다녀도 되서 저는 그 만족도도 정말 큽니다. 금요일 오후 4시쯤 되면 개가 아프다, 뭐다 해서 팀원 1/3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실 이유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피곤하다 하고 가도 됩니다. 다만 저희 회사가 미국 내에서도 좀 자유로운 편이긴 합니다. 

 자동차 시장이 커서 가격이 쌉니다. 기름도 싸서 유지비도 좋습니다. 저는 차는 그냥 굴러가면 된다는 주의라 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좋겠지요.

3. 이민을 온 후 불편했던 점

 역시 언어겠죠. 사실 공부해야하는 게 많은데 영어를 많이 쓴 날은 퇴근하면 머리가 아파 아직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기에 익숙해지면 다시 시작하겠죠. 영어가 체화되어있지 않아서 영어를 쓸 때는 뇌가 피로해짐을 실시간으로 느낍니다. 참고로 살면서 이민오기 전까지는 한번도 유학 경험도, 어학연수 경험도 없었습니다. 요즘 어려서부터 다국어에 노출되어있는 친구들을 볼 때면 참 부럽습니다.

 인프라의 차이가 큽니다. 서울에서 있다가 와서 그런지 여기는 정말 문화생활이랄게 없네요. 영화관도, 음악회도, 연극조차도 서울에 비교할 바가 안됩니다.. 그냥 그 점은 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취미에서 게임의 비중이 급증했습니다. 

 미국이라고 눈탱이가 없는 게 아니다. 산 지 1년도 안 된 중고차가 엔진 과열로 진-짜 시골마을 근처 고속도로에서 정지한 적이 있습니다. 집까지는 3시간 걸리는 상황. 남편이 보더니 그냥 인근 카딜러에게 팔라고 그게 견인이나 수리비보다 싸게 먹힐 거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살 때 천 만원이었던 차가 60만원이 되었습니다. =_=.. 당시엔 너 미쳤어 소리가 절로 나오려 했는데 나중에 이리저리 이야기를 들으니 그게 잘 된거라고 하더군요. 자차 커버가 완벽하게 되는 보험이 아니면 자동차 수리비 눈탱이는 말도 못한다고 합니다. 수리비 몇 백 날리고 똥차 끌 수 있다며.. 저 위로하려고 해 준 말일수도 있지만 종종 일부 사회망은 한국보다 미흡한 부분들이 있음이 느껴집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겠고, 땅이 크다보니 지리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겠죠. 위의 경우 그 동네에서 카 딜러가 거기 하나 뿐이더군요. 들어가니 동네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피며 티비를 보고 있던.. 한국 복덕방인줄 알았습니다. 거기에 외지인이 차를 팔러 왔으니 좋은 먹이감이었죠. 못해도 제가 그 아저씨 연 수입의 20%는 달성해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보지 못함. 친구들과 카톡으로 종종 대화하고 가족들과는 영통으로 연락합니다만 그래도 추석, 설 같은 명절, 친구들 모이는 자리, 결혼식 등등.. 프로 불참러가 되어갑니다. 일본정도로 가까우면 부담없이 갈 만 한데 이건 지구 정 반대편이니 물리적으로 너무 머네요. 

 케나다 3년 차 분의 글을 보고 저도 자극을 받아 온 지 1년이 조금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소회를 적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와서 좋은 마음 90 한국이 그리운 마음 30 정도 되는 것 같네요. 1년 후에도 여기에 있다면 그 때는 2년차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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