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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대한 오해, 그리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 1
게시물ID : fashion_120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젬마♡
추천 : 13
조회수 : 237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4/09/02 23:21:00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한복 관련 글을 적으려니 떨리네요.

사실 이 글은, 제가 한복을 알고 공부해가면서 생각했던 여러 면들을 이제야 정리해서 적어가는 글입니다. 본인이 그닥 많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건 아니지만 이정도 규모의 커뮤니티에서 한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어요. 

저야 한복에 관심이 있고 배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인데, 한복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오해가 많다는 것을 오유에서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오유에 글을 씁니다.

한복 업체도 아니고 업체에서 일도 안해봤으며, 그냥 관련 프리랜서(?)이며. 학교와 학원에서 보고 배운것 들은것. 또한 독학하며 알게 된 것들을 조금 풀어보고자 합니다. 상당히 길어지고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번호 매겨가며 시리즈 연재(!) 하겠습니다. 


1. 한복은 비싸다?

한복은 일단 저가 라인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중고가-최고가 라인만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면, 하나의 옷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서 기본적인 단가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하나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1) 원단 
 원단의 기본은 면. 마. 견. 모 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네 가지 원단이 기본이구요.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쓰인 것은 면과 견입니다. 그러나 한복이 예복화된 지금, 면은 견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결코 따라갈 수가 없기에 한복은 인조건 100프로 실크건 견직물에 속하는 원단으로 제작됩니다. (지금 유행인 면 한복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쓰겠습니다)

 이런 견의 특징은 무엇인가 하니. 얇아서 가볍고, 부드러우며 보온성도 높은 편, 염색도 굉장히 잘 됩니다. 자체 발광(?)도 해요. 광택이라고 하죠. 이게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옛날부터 왜 비단, 비단 하는지 알 정도로 뛰어난 원단이죠.

당연히 기본적으로 원단의 단가가 높습니다. 인조견도 그렇습니다. 보통 인조견의 가격이 면 100프로와 비슷합니다. 그럼 왜 원단의 단가가 높은가?

 (1) 원단의 기본 폭이 좁다.

    한복 원단으로 쓰이는 실크 원단 종류는 22인치라고, 가로 너비 55cm로 시작되는 원단을 많이 씁니다. 가로너비 150cm 혹은 그 이상의 대폭 원단이 나오는 지금, 여러모로 단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본 크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조견도 55cm부터 시작하고 넓어야 면 100프로의 흔한 가로 너비인 110cm(44인치)를 넘는 것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더 넓은 폭은 왜 안나올까? 이건 사실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 나중에 후술 할테니, 원단 폭이 좁다는 것만 기억을 해주세요.

wamanyC-3.jpg

출처 : 와마니( http://wamany.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5385&cate_no=412&display_group=1)

위에 적혀있다시피, 원단에 따라 원단을 쓰게 되는 양이 다른데. 가로 폭이 좁으면 좁을 수록 원단은 많이 들겠죠? 패턴 배치의 제약도 상당합니다.


 (2) 원단의 제작 방식.
 실 상태에서 염색을 하느냐/원단 다 짜놓고 염색하느냐. 

 무늬를 놓을까/말까. 큰 무늬냐/작은 무늬냐. 무늬가 단순하냐/ 복잡하냐. 무늬를 원단 짜면서 실짜임으로 넣을까/프린팅으로 할까 

 정도가 원단의 가격차를 결정합니다. 이건 뭐 한복원단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니 이정도만 적습니다.

 (3) 견은 다루기가 힘듦.

 왜 그 제모광고 있잖아요. 제모한 다리에 하얀 원단 하나 올려놓고 흘려 떨어트리는. 

소위 드레이프drape성이라고 하는데, 늘어짐 정도가 모양이 좋으며 주름이 져도 이쁘게 지고(?) 후들후들하고 몸에 착 감기는... 뭐 그런 특성이라 제대로 반듯하게 가위질도 힘들고 박기도 힘들고 그럽니다. 인조 견도 본견이라고 하는 100프로 실크에 못 미치지만 비슷해요. 원래 인조 원단의 궁극적 목적은 천연 원단을 대체하는 것이니 당연히 특성도 따라갑니다.

 당연히 제작 시간이 더 들고 신경도 더 써야하고, 관련해서 인건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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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2013 대종상 레드카펫 실크 드레스  (출처 : http://www.xportsnews.com/?ac=article_view&entry_id=38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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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2014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레드카펫 실크 드레스 (출처 : http://osen.mt.co.kr/article/G110992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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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2014 <대장금 10년, 대장금에서 나가수까지> 프로그램에서 입은 실크 한복. (출처 :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6518



이 뿐만이 아님. 얇기에 당연히 똑같은 얇은 두께의 실과 바늘을 써야하고 바늘 지나간 구멍조차 여타 다른 직물과 다르게 티가 많이 나는 터라 박은 실을 뜯는 일이 없게 바느질 자체를 신경 많이 써야해요. 그러니 또 시간과 인건비 up..... 

이렇게 견 다루다 보면 알 수 있어요. 조선 시대에 삵바느질로 생계를 연명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요. 그만큼...힘들어요... 경험 없으면 더 힘들어요....ㅠㅠㅠㅠ

 (4) 중국에 휘둘리는 원단 업계, 그리고 국내 원단업계의 축소.
 
 중국은 이제 모든 걸 다 만듭니다. 원단도 마찬가지로 한복원단으로 많이 쓰이는 실크 종류까지도 만들어요. 대표적으로 산탄이라고 하는 산둥실크가 있고. 뭐 그냥 다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디자이너 한복, 자체 공장을 가지고 운영하는 한복집 말고는 중국제를 접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래서 얘네가 원단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줘요. 뭔가 한다고 누에 먹이인 뽕나무 숲 다 밀어버려야징ㅋ 해서 몇 년전에 실크 가격 요동쳤어요.(실 가격도 함께) 산둥 실크도 품질 올렸다며 가격 올리고 있어요. (사실 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닥 품질이 좋아진 것 같지는 않...)

국내는 당연히 인건비 등의 문제로 원단 공장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해도 무엇이든지 다 쓰이는 면원단 만들거나/아예 수출용으로 목표를 잡아놓고 수출만 합니다. 수요가 국내로 한정적인 한복 원단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나마 있는 공장들은 대부분 한복집 운영하는 곳인데요.  

 이런 곳은 또 자체 원단 개발&제작하면서 기본 단가가 높아지고-> 어차피 국내에서만 소요될 테니 소량만 제작, 당연히 또 단가 오르고 -> 애초에 소량만 만들었으니 그 원단의 단종이 빨라짐 -> 전에 만들었던 한복과 똑같이 만들지 못하게 되고 다른 원단을 쓸 테니 디자인은 같아도 원단 문제로 가격이 오름. 이런 무한 도돌이표가 생깁니다. 

 더불어 업계의 축소로 공장에 110cm폭보다 더 넓은 원단을 짤 수 있는 기계를 들일 여력이 없으니 더 큰 폭의 원단도 나올 수가 없다고 봅니다. 더 크게 짜도 원단 자체가 내수용인데, 기존의 것도 소비가 안되니 생각조차 안하는 것임. 110cm폭 짤 수 있는 한복 원단 공장도 몇이나 될런지는 솔직히 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한복 원단의 폭이 좁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참, 여러가지로 복잡한 문제예요. 원단만의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한복 가격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큰 문제라고 봅니다.




흠, 얼마 안 쓴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좁은 식견으로 써본 것인데, 혹 관련자 분이 있으시면 비판 부탁드립니다. 
2편은 좀 더 정신 멀쩡할 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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