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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문박이 토크콘서트가 내게 희망을 주길...
게시물ID : freeboard_1200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놀
추천 : 0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20 03:08:13
요즘 무지무지 우울한데, 오늘 친구랑 얘기하다보니 조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도 같았다.

친구가 보기에 나는 이미 스트레스 거리가 산적한 주제에, 정치뉴스를 보면서 또다른 스트레스를 얻고있는 꼴이었다. 

날 좀 울컥하게 만들긴 했지만 친구의 논지는,
'흙수저 금수저하는 그 냉소가 사람들 마음에 우울과 박탈감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냐/ 그런 냉소적 계급론을 불러온 분노는 이해하지만, 다같이 모여 분노하는 게 무슨 생산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지 난 몰겠다' 였다. 

문제는 급속도로 캐구려지는 나라 꼬라지와 그와 관련해 내가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슈가 내 활기를 잠식하고 날 피곤하게 만든다는 거다.  
그런 정치적 사건들을 들여다보지 않는 친구의 비판은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네 정치투쟁(?)이 널 피곤하게 하고있지 않느냐'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시위도 참여하지 않고 정치기사도 안읽는 게 가능한가 하면 그건 또 못할 일이다. 수렁이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저항하지 않는단 말인가. 

내 우울은 내곡동 사는 악의 축 같은 애가 대통령이던 시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평화시위를 자꾸 비웃으려는 다른 친구의 입장도 그거다. 촛불 들어서 뭐할건데? 들어야 할 놈들은 듣지도 않는데. 
광우병 사태를 거치며 난 정치적 무력감을 학습했고, 정부 고위인사 쓰레기새끼들은 민중들의 시위를 무시해도 별 탈 안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도 시위를 나가지만, 2008년과 2015년의 내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난 시위가 변화를 불러올 거라고 믿지 않고 있었다.  이 나라는 못 배운 병신들과 정신적 트라우마도 해결 못한 늙은 것들로 썩어있어서, 이대로 독재시절로 회귀한들 놀라울 것도 없고, 그럴 경우 난 그냥 만화책에서나 기쁨을 찾는 오덕지향 소시민으로 생을 마감해야 할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패배를 예상하면서 하는 투쟁이 무슨 희망을 내게 주겠나. 피곤할 뿐이지.  
결국 친구 말이 맞는 거였다.  흙수저 금수저가 뒤집을 수 없는, 더 나아질 것 없는 현실이라고 인정한다면 그건 패배주의일 뿐이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단정은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다 파악할 수 있는것도 아닌데. 

내가 병신, 세뇌된 늙은이들 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다 무슨 어버이 연합회 회원들인 건 아니다.  얄밉고 원망스럽지만, 티비 조선을 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내 아버지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내가 사회적 약자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정부를 원한다면, 그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는 정부가 들어서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았던 노예새끼들은 빼고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 정부를 만들자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그건 마치 이건히 손자는 빼고 무상급식하자는 식이니까.  

나는 날 절망하게 만들었던, '시위 때문에 손님 하나도 안들어오고, 내 장사 망치는 저 미친 시위대놈들 다 총쏴서 죽여버려야한다' 라고 외치던 광화문 식당 주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쫒는 어떤 가치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내게 필요한 건 그걸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이다.  

내겐 탈조선의 선택권이 없다.  다행히 아직은 싸워주는 사람들도 있다.  절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시위가 판도를 뒤집어 주지 않아 실망했던 2008년처럼, 이번에도 시위는 판도를 뒤집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세상은 늘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절망은 근거가 없다는 거다. 드라마틱하게 세상이 막 좋아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자.  그 와중에 성남시는 시장님 잘 뽑아서 잘 돌아가게 되었고, 서울시엔 무주택자를 위한 이런저런 지원이 많이 늘었다. 

병신들과 세뇌피해자(?)를 배제하고서 이기자고 하는 건 오유에 와서 나와 비슷한 부류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싫건 좋건 걔네들은 우리 적이 아니라 영업대상에 가깝다.   나도 다른 의견은 들을 마음도 없는 고압적인 태도의 좌파부심 쩌는 거만한 새끼들은 싫다.  내 자신을 왼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새끼들과 같은 부류에 들어가느니 중도로 분류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이기고 싶다면, 사상부심 쩌는 재수없는 인간으로 보이는 것만은 하지 말자. 사람은 어리석어서, 맞는 말 하는 사람보단  재밌는 말 하는 사람을 따라간다더라. 비관에 쩔어서 미래를 암담해하는 내가 내놓는 비전에 설득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더러, 나 자신조차도 그 상태에 질려서 우울해하지 않았던가.  

다시 희망을 찾아야겠다.  시위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보여준 그 해학의 여유를 나도 되찾아야겠다.   
내일은 앞장서 싸워주는 고마운 냥반들이 토크콘서트도 하신다.  가서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잡으면 좋을지 들어보고 오자.

그나저나 게시판에 이런 일기같은 걸;;; ㅋㅋㅋ
이래서 밤엔 글쓰는 거 아니라던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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