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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게시물ID : freeboard_12098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텡일
추천 : 1
조회수 : 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31 01:30:47
짧은.
 

중학교 시절의 나는 정말 바보 같았다. 사람과 사귀는 것은 어려웠고, 공부도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학급에서의 반 아이들은 이름만 친구일 뿐, 나와는 어딘가가 어긋나 있었다. 아니, 나부터 학급에서, 사람들에게서 어긋나 있었다. 나는 상처입은 동물처럼, 탐욕스러운 돼지처럼 나눌 줄 모르고 내 품에 껴안기만 하였고, 내게 다가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빨을 보이며 적대했다. ‘학우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틈만 보이면 내 것을 빼앗아가는 약탈자에 불과했다. 그렇게 나는 소외되었고, 혼자가 되었다.
혼자라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매순간 이렇게 중얼거리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쉬는 시간에는 멍하게 다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 것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게 최선이야.” 중얼거리며 바깥으로 내돌았다. 교실 밖, 차가운 겨울 공기가 후련한 만큼 교실 안의 따스함이 마냥 메마르게 느껴졌다.
토끼가 점점 더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가듯, 내 생활도 홀로 깊이 천착했다. 그러나 굴이 있으면 엿보고 싶고, 장막이 드리워지면 걷어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정인 듯, 굴속에 깊디깊게 숨었던 나를 들여다보고 싶어 하던 이들이 있었다. 약간은 거칠고, 약간은 가벼운, 내게는 재앙처럼 느껴졌던 아이들. 그들은 흙을 파뒤집듯 책상을 뒤졌고, 몰이를 하듯 나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도 더 이상 후련하지 않았고 교실의 뜨거운 열기는 지옥불마냥 숨통을 막았다. 10분간의 쉬는 시간마다 보던 책을 가슴팍에 숨기고 뛰쳐나오면 가방 속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밥을 먹고 난 뒤면 학교의 뒤편, 아무도 오지 않은 구석에 숨어서 나는 차갑게 언 손을 부여잡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30분 뒤의 내 책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면서도 30분 동안 받을 모진 괴로움이 두려워 차마 교실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느 날이었을까, 여느 때의 쉬는 시간에 그 아이들은 나를 짐승처럼 몰아세웠다.
구석에 몰려서 씩씩거리며 나는 무슨 대답을 기대했을까
나를 괴롭히는게 재미있니?” 라고 물었을 때
그리도 해맑은 얼굴로
그리도 즐거운 목소리로
, 재미있어.” 라고 하면서 빗자루를 휘두르는 그 녀석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의자는 얄궂게 날아가
모서리로 그 녀석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한순간의 경악.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탄성, 신음, 희열.
교실이 조용해지기도 전에, 나는 교무실에 불려가 있었고
어머니는 그날 일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오셔서 내 옆에서 연신 사과하고 계셨다.
나는 눈을 채 뜨지도 못하고 벙어리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성이 나서 내 앞에서 손바닥을 휘두르던 녀석의 어머니 앞에서 나는 연신 입만 벙긋거렸다.
 

겨울의 공기가 아프게 폐부를 찔렀다.
출처 유머글 게시판에 올렸다가, 절대 유머가 아닌것같아 그냥 자게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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