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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추모'?
게시물ID : freeboard_1318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썰렁한걸
추천 : 0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5/22 09:59:37
음 베오베에서 한겨레 기사 토막글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문제제기를 하기엔 이미 댓글이 너무 많이 달린 것 같아 글을 이렇게 다시 씁니다.
사실 제목서 굳이 '여성'기자임을 드러낸 것부터 짚고싶었으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그 글의 댓글들 중 '어디 감히 세월호를 갖다대느냐' 라는 댓글이 제겐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더랬습니다.
처음 강남역 10번 출구 포스트잇 운동을 접하고, 거기서 '우연히'살아남았다는 문구는 제게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온갖 부조리의 산물인 세월호참사,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갔다와서 나는 살아남았던걸까, 하는 구체적인 경험과 연관지어져 학생들의 죽음에 더 가슴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이슈의 경우도 저에겐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남역. 노래방
. 얼마나 친숙한 장소입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뭔가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죽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는 국가-자본 결탁과 국가 무능력 및 책임방기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주었습니다. 먼저 간 이들의 고귀한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는 방법은, 이들이 죽음으로써 낱낱이 밝혀준 문제를 살아남은 이들이 기억하고,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5월 광주를 추모하며 과거와 오늘날의 국가의 국민에대한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듯이요.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추모는 앞선 자들과 남은 자들을 연결해주는 고리입니다.
추모로 인한 정치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치임을 생각해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수한 유가족과 불순한 유가족을 가르는 지배권력의 끔찍한 낙인찍기와 편가르기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의 적극적 추모와 운동에 그닥 동참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저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운동의 흐름이 국민전체를 위한 방향이 아닌, 국민을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몇몇 분들이 지적해주셨듯이,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발견했습니다.

가해자를 우리 사회가 낳은 괴물로 본다면-그저 미친 x 하나가 아니라-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알고, 이를 고쳐나가는 것이 가장 원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정신병환자가 살인마는 아닐터, 그가 살인동기로 꼽은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라는 진술은 여성혐오에 대한 메세지를 던져준 것입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라, 그가 인근 식당에서 근무중이었고, 노숙생활을 하는 터라 옷에서 냄새가 났고, 이에 업무 미숙과 더불어 지적을 받으며 주방보조로 옮겨지고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노숙인들과 정신병환자들의 삶의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이는 가해자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닙니다ㅡ
잠재적 범죄자는 '남성'이라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야 되는 것이 아니고, 비참한 삶의 조건 하에서 인간적 존중은 커녕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잠재적 범죄자니 개인이 알하서 피하시라? 가 아니라 국가가, 공동체가 책임지고 이들이 범죄를 생각할만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키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이 사건을 통해 진단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곳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추모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문제에 대해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합니다.
결국ㅡ, 순수한 추모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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