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 그대 손 꼭 잡아주리라
게시물ID : freeboard_14193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4
조회수 : 9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11/28 22:54:47
오늘 바쁘다는 이유로 당신의 간절한 손을 외면했습니다.

무심한 얼굴로 가던 길 가던 저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별의별 이유로 그대를 외면했고, 잠깐의 용기로 발길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한걸음 내밀 때마다 부끄러움은 한겹씩 쌓여만 갔고, 버스를 탄 그때는 이미 고개조차 들 수 없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니 또다른 그대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더군요.

이번에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대 어머니가 그대의 손을 막았지만, 그대의 마음까지는 붙잡지 못했더군요.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가 내민 손 꼭 부여잡았습니다.

그대도 더이상 손 내밀지 않더군요.

그대 어머님도 조용히 제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왔고요.

그런데, 그대 손 잡은 뒤 참.. 내 자신이 미워지더군요.

좀전에 쌓인 겹겹의 부끄러움을 그대를 이용해 벗겨낸건 아닌가..

이 마음은 선의인가 악의인가.

그리고 나는 과연 그대를 대등히 보아 서로의 마음 나누려 손잡은 것인가.

아니면 그대를 불쌍히 보아 선심 쓰듯 잠깐 시간을 쓴 것 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켜켜이 쌓인 죄책감을 잠시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함이였는가.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을 헤집어놓더군요.

자취방 가는 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단 하나의 결심을 세웠고, 딱 하나의 제 마음을 읽었습니다.

누군가 내게 손 내밀면 그 손 꼭 잡아주자는 것이 하나의 결심이고,

그 손 꼭 잡고 있으면 서로의 마음이 서로에게 흘러가 돈 몇푼,  시간 한줌으로 얻을 수 없는 굉장한 무엇인가가 스며든다는 것을요.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은 인간에게,  그리고 나에게 부끄러운 감정이 활발히 살아움직여 참으로 고맙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취기를 동력삼아 오늘의 부끄러움을 끄집어내봅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