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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4604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움의길
추천 : 4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1/04 15:52:33

후회

 

초록색 빈 병을 입에 가져다 댄다. 벌써 몇 번째 반복하고 있지만 결과는 같다. 그는 병을 바닥에 내던진다. 그러나 가슴의 쓰라림은 지워지지 않는다.

눈을 끔뻑 감았다 뜬다. 뺨을 몇 대 쳐 보기도 하고, 술기운에 못이기는 척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지만 여전하다. 시선은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시야를 흐려 놓는다.

내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도대체 왜?”

그는 바닥에 놓인 성경책을 쓰레기 통으로 집어 던진다. 이윽고 신이 할말이 없다는 듯 주위가 고요 해진다.

 

뭐라고?”

정말 미안하다. 근데 너무 급해서 그래. 꼭 갚을 게, ?”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사내의 간절한 부탁.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답을 얼버무리고는 수화기를 놓는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는 쌓여있는 종이 뭉치에 시선을 옮겼다. 대부분이 미납 통지서였다. 곧바로 시선을 회피해보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 때, 갑자기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신용대출, 저금리, 010-1234-5678…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종이조각. 그는 그것을 집어 들어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본능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 작은 악마가 그에게 무어라 속삭이는 듯 했다. 그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바닥에 던져버렸다.

 

집 근처 정류장, 무료로 배부되는 생활지를 한 부 챙겨 들추어 본다.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다. 눈을 낮추고 또 낮추어 보지만 성에 차는 것이 없다. 그는 일단 가까운 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가게 된 곳은 한정식 집이었다. 추레한 그의 몰골을 보고 차차 웃음기가 사라져가는 종업원의 얼굴이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사장님 계시나요?”

. 불러 드릴게요.”

기다리는 동안 그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깔끔하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멋을 과하지 않게 뽐내는 그런 곳이었다. 손님들이 먹고 아직 치우지 않은 탁상을 바라보고 있는 찰나, 누군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알렸다.

제가 이 가게 사장되는 사람입니다만…”

. 신문에서 사람을 구하신다고…”

죄송하지만 이미 구했습니다.

그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아직 열 시 밖에 안됐는데 말이나 돼? 혹시나 싶어 생활지의 날짜를 확인해보니 오늘 날짜였다. 그는 사장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가게를 나섰다.

 

몇 군데 더 돌아봤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마지막에 방문한 곳은 동네 PC방이었는데, 거기선 한참 어린 학생들에게 비아냥거리는 소리까지 들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일을 찾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화가 점점 가라앉음에 따라, 아까 본 종이 귀퉁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애써 잊어보지만, 마치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마음이 기울어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찰나, 다시 한번 그의 눈에 들어온 무언가가 있었다.

[XX인력]

 

딸그랑,

문에 달려있던 딸랑이가 흔들거리며 그의 방문을 알렸다. 일시에 사무실 안쪽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어서 오세요!”

제일 젊어 보이는 남자가 인사를 했다. 덩달아 인사를 하며 그에게 다가가자, 일은 아침에나 구할 수 있으니 내일 오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구멍가게에 들러 라면과 맥주 한 캔을 산 그는 머릿속을 새하얗게 비우며 집으로 돌아갔다.

 

캄캄한 새벽, 노란 간판의 사무소 안에 사람들이 즐비해 있다. 그는 행여나 일을 못 구할 까봐 부리나케 들어가 앉았다.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사무소 직원이 말했다. 그는 대답없이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었다. 당황한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직원의 눈만 바라보았다.

흐음…”

난감한 표정의 직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신분증이 필요 없는 일이 하나 있기는 한데, 좀 힘들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 별 수 없죠.”

따라오세요.”

직원이 손짓과 함께 앞장서자 그는 팔려가는 심정으로 뒤따라갔다. 사무소 바로 앞에 승합차에 오르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차 안에는 그 말고도 대 여섯 명이 더 있었다. 다들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찢어진 청바지며 이것 저것 기워 만든 셔츠그들은 페인트로 샤워라도 한 것처럼 온몸에 그것들이 묻어 있었다.

인부들은 그보다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옆에서 코를 골아 대며 자는 통에 번번히 깼다. 하는 수 없이 창 밖을 바라보며 있기를 십 여분.

도착한 곳은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풀밭이었다. 직원을 따라 그곳을 헤치며 걷기를 또 십 여분. 그들 앞에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회색 콘트리트 덩어리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방 하나 크기의 네모난 회색 건물에 문이 달랑 하나 달린 게 전부였다. 풀밭 위에 건물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누군가 흘리고 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집을 부수면 돼요.”

직원은 인부들에게 망치 몇 개를 던져주었다. 그도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자리를 잡고, 벽을 향해 냅다 휘둘렀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쉽게 부서졌다.

건물의 절반 정도를 부수고 나자, 누군가 그를 불렀다.

이봐! 젊은 양반! 쉬엄쉬엄해요!”

돌아보니 다른 인부들은 벌써 저만치 가 앉아있었다. 그도 그들을 따라가 앉았다.

에효이 짓도 그만 두어야 겠네.”

요즘 괜찮은 거 없나?”

낸들 알겠나?”

돈만 있다면야 부동산이 최곤데!”

그는 인부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내가 정말 좋은걸 알고 있지!”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인부들이 했던 말을 수 십 번을 곱씹었다.

역 쪽에 큰집 하나 있지? 그 왜, 이 근방에서 젤로 잘 사는 집. 내 지인의 친구가 거기서 한탕 해서 잘 먹고 잘 산다고 하더라고.’

분명 옳지 않은 일임을 알지만, 그는 유혹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몸은 이미 집 앞에 당도했지만 마음은 역 앞에 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바람이나 쐴 겸 인부가 말한 곳으로 간 그는 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람 키에 두배는 되어 보이는 담벼락이 마치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담배를 한 개피 입에 물고 불을 피우자, 금장 장식이 된 검은 문이 벌컥 열렸다.

그래. 몸 조심하고.”

나이든 노부부가 집을 나서며 말했다. 그들을 배웅하는 것은 가녀린 여자였다. 그보다 서 너 살은 어려 보였다. 흰색 원피스 아래로 두 다리가 부잣집 딸 같지 않게 비쩍 말라 있었다. 이윽고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예기치 않은 기회였다. 집에 여자 혼자 있다. 한다면 오늘이다. 마을을 다섯 바퀴 째 돌고 있지만 쉽사리 결단이 서질 않는다. 오늘 하루만 하면 내일부턴 사무실 안가도 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치고 박고 싸우는 통에 정신이 팔린 그는 어느덧 자신이 그 집 앞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불도 모두 꺼져 있었다.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집 주변을 돌아보니, 전봇대 옆 담벼락이 타고 넘어가기 좋았다. 그는 그것을 붙잡고 집안을 살펴보았다. 고요함이 그의 마음속을 후볐다.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바스락-

흠칫 놀라 나자빠질 뻔한 그는 발을 서서히 들어올려 밟힌 물건을 바라보았다. 부서진 나무판자가 조각나 있었다.

뭐야?”

재빨리 몸을 숨겼지만 급하게 뛰는 심장까지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인기척이 그의 코 앞에서 나자, 신체의 모든 기관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집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아까 본 여자 말고도 다른 이가 또 있는 모양이었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상황을 엿보기 위해 집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거실 쪽에 큰 창문이 달려 있어 안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남자는 거실 쇼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곧이어 낮에 본 여자가 남자를 향해 달려오더니, 그를 껴안았다.

오랜만에 부모님 없으니까 좋다, 그치?”

.”

두 남녀는 서로의 얼굴을 맞부딪히더니, 그대로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로의 몸이 하나가 되었다.

그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성은 몸을 숙이라 말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언가 강렬한 이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그들의 곡선, , 신음소리어느덧 그는 자신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신을 차렸을 무렵, 여자가 그를 보고 소리쳤다. 남자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 나왔다. 그는 도망쳤다. 다행히도 들어온 곳에 사다리가 있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야밤의 뜀박질은 그의 집 문이 닫힐 즈음 에서야 끝이 났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여자의 몸이 영상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벗은 채 춤을 추듯 날아오르고 있었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살포시 내려 앉았다. 이윽고 둘은 하나가 되었다. 그는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간밤에 잠을 설치고, 퀭한 상태로 집을 나섰다. 이성은 사무소로 가라고 소리쳤지만 발은 자꾸만 그 집으로 가려고 했다. 무의식의 부르짖음에 무너진 그는 어느새 자신이 간밤에 침입한 전봇대 옆 임을 깨달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적이 없었다. 올라갈까 망설이는 사이 대문 쪽에 인기척이 들려 차 뒤에 몸을 숨겼다, 그곳에선 몇시간 전 마주친 두 남녀가 나타났다.

그 놈 누구야?”

남자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여자는 울먹이며 그의 팔을 잡아보지만, 뿌리쳐지고 말았다.

다신 보지 말자.”

남자는 그가 있는 곳 반대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자는 말릴 세도 없이 주저앉아 울기 바빴다. 그러나 멀리서 지켜보는 그의 시선은 여자의 곡선에만 집중되었다.

 

망치를 휘두르면서도 곡선 생각이 났다. 부들부들한 그것. 만지면 베일 것 같으면서도 포근한 것. 그 생각은 망치가 그의 정강이에 닿았을 쯤에야 끝이 났다.

아악!”

시퍼런 멍과 함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무지 설 힘이 나지 않아, 작업 반장에게 말하고 곧바로 그 여자가 사는 집으로 갔다.

그녀는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놀고 있었다. 마당을 한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강아지들의 재롱을 보며 웃기도 하였다. 그는 함께하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이성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인기척이 들리자 여자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 어제의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배에 힘을 잔뜩 주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해칠 생각 없어요! 할 말이 있어서 왔다 구요!”

아무리 달래도 여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망치를 주워 손잡이로 그녀의 머리를 가격했다. 머지않아 다리에 힘이 풀리며 풀썩 주저앉자, 그는 그녀를 들쳐 업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호화스럽기 그지 없었다. 넓디 넓은 집안이 온통 금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쇼파에 누이고 물을 마시러 자리를 비웠다. 거실로 돌아오자, 쇼파 밑부분이 축축했다.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며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냉큼 달려가 그녀를 흔들어 보았지만 의식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의 시선은 허리에 가 있었다.

그는 몇 초간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곧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는 머리를 잡고 입을 맞췄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손으로 천천히 그녀의 몸을 훑어 내려갔다. 그에 따라 그녀의 몸은 피로 얼룩져 갔다.

그의 손이 멈춘 곳은 허리였다. 잘록한 부분을 힘을 주어 잡았다. 그러고는 그 때 보았던 것처럼 자세를 취해 보았다. 부풀어 오른 그의 성기가 여자의 그것에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거렸다. 이윽고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모든 흥분을 해소해버렸다.

 

마음이 평온해 짐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뜨자, 축 늘어진 시체 한구가 그 앞에 널 부러져 있었다.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알 수 없는 것에 매료된 듯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았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옷을 입고 집을 뛰쳐나왔다.

 

쉬지 않고 뛰어와 온 몸이 땀에 젖은 채로 집에 들어온 그는 곧바로 주저앉아 버렸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광기. 그는 환희인지 절망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감정을 잊기 위해 술병에 입을 대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생생히 눈앞에 그려졌다. 지금 그 앞에 그녀가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여전했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이 일어나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과일 칼이었다. 그는 그것을 손목에 대었다.

뜨거운 눈물이 났다. 희망도 없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쥐고 있는 것을 힘껏 그었다.

 





한 남자의 절망스런 모습을 그리기 위해 써 봤습니다.


많은 지적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질문이 한가지 있는데요,


자기가 쓴 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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