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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한 일에 대한 댓가를 기대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14637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낙지초무침
추천 : 2
조회수 : 1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08 14: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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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게 착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사람들에게 조금씩 져주면서 사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져주면서 착하게 인생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는 착하지 않은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우리를 두고 떠났다.
우리 어머니는 착했다. 그 여자는 착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를 놓지 않으셨고 
그 여자는 우리에게 돌아오려던 아빠를 마저 가져갔다.

우리 어머니는 내게 착하게 살라고 하셨다.
손해보며 살라고 하셨다.
길을 묻는 이에겐 알려주는 것도
어르신들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도 
나보다 힘든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도
내 일이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할때 도와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커가면서 느낀 건 내가 친절할수록 나는 만만한 사람이었고
받아줄수록 해줄수록 더 큰 배려를 바란다는 점이었다.
내 당연한 친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더라도 괜찮았다.
괜찮았다. 언젠가 내게 다 돌아오리라.

아버지는 언젠가 우리 같이 살자고 늘 나와 전화며 문자를 하였고
내 나이 25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같이 살기에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내 평생 착하다며 들어온 살아온 삶은 그에 대한 댓가는 없었다.
여러 힘든 일이 있어도 하나의 행복은 돌아올 줄 알았던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다 큰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바보같고 미련해 몰래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나는 속된말로 싸가지가 없어졌다. 


어제 버스를 탔고 나는 앉아있었다.
앉을 의자는 없었고 어떤 아저씨가 내 옆에 서계셨다.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있는 우리 아버지와 같은 외모에
몇년전 커피 한잔 마실때 입고 나왔던 옷과 비슷한 옷
그 비슷한 옷에
나는 자리에 일어나 멀찌감치가 자리를 잡고 섰고
그 아저씨는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어폰 소리가 컸고 어쩌면 그 아저씨는 내게 감사인사를 하셨을까
별로 듣고 싶진 않았다. 
아저씨 당신에게 배려가 아니라 그저 내 아버지가 떠올랐을 뿐이라고.
나는 댓가를 바랬다.
내가 이렇게 배려한 자리에 당신이 앉았듯이
우리 아버지 또한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나는 멍청하고 미련하다.
우리 다 버리고 간 당신이지만 이제 늙어 힘없어질 당신.
나쁜 삶이었을 지라도 내 친절함으로 나는 괜찮으니
당신 그래 아버지 당신도 힘들었을테니 가끔은 배려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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