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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빵집 앞에 줄이 길다.
게시물ID : freeboard_1527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orycube
추천 : 1
조회수 : 2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19 15: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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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동네에 빵집과 커피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빵집은 손님이 없어서 파리가 날리는 동네에 빵집이 하나도 아니고 3개가 들어왔다.

근대역사문화어쩌고 거리를 만든다고 하더니
그냥 빵집, 커피숍, 파스타집, 디저트까페, 일식요리집이 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빵집앞, 디저트까페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SNS에 올리기 여념없는 사람들을 본다.

"여기 엄청 유명한 맛집이야. 사진찍자."

속으로 생각한다. 

'저 빵집 문연지 3달인데 엄청 유명한 맛집이 된지가 2달이네...' 
'저기 사진찍는 일식집도 오픈한지 2달인데 줄서서 기다리고, 인도도 없는 노란선 도로에 불법주정차까지 해가며 먹는구나.'
'기껏 동네에 파스타집 하나 생겼다고 좋아한지 2년도 안됐는데 예약없이 못먹는 이상한 곳이 됐네...'

그리고 난 그 식당, 빵집들을 가봤다. (커피숍은 안갔지만)

음... 약간 맛있는 편인 곳도 있지만, 그저 그런 곳도 있다.

사실 여기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단골 손님이 아니라, 인터넷과 SNS의 예쁜 사진(최근에 들어온 곳들이라 조명이나 건물 외관 상태가 괜찮다.)을 보고 들른 관광객이다. 왜냐고? 몇년째 이 동네에 있는데 그걸 모르겠나.

뭐가 근대역사문화랑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가의 돈은 몇백억이 쓰이고, 길바닥에 쓸데없는 벽화를 잔뜩 그려넣고 조형물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오래된 장삿집의 간판을 바꿔 달아주는 그런 일이 대부분이다.
사실 동네 싸고 맛있는 집으로 불리던 "짱구분식"은 개발이 시작되자마자 건물주한테 쫓겨났다.

우후 죽순으로 "oo식탁" "oo골밥상" "oo밥집" "oo빵집" "oo제과" 등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지역 이름을 넣은 "맛집"들이 "생겨났다".

손님의 대부분은 도시관광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보내는 젊은 커플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이 SNS의 사진에 낚여서 파닥거릴 뿐이다.

그들이 즐기는 건 예쁜 사진을 찍을 곳 뿐인데, 그
게 이 동네에 가져다 주는 건 주차와 통행방해로 막히는 좁다란 차로를 위험천만하게 다녀야 하는 불편함 뿐이다. 
거기다, 결국 1,2년차 만들어진 맛집들에 점령당하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 이웃처럼 여기던 손때뭍은 그 가게들은 하나 둘 줄어가고 있다.  

오늘도 빵집앞에 차가 길을 막고 서있고,

여전히 줄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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