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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벌한마리가
게시물ID : freeboard_16431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h_You__
추천 : 3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0/10 11:16:53
작은 벌한마리가 사무실 형광등에 붙어 발버둥을 쳤다

이미 닿아있는데도 더 가까이 가려는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마침 일이 하기 싫었던 차였다

적성에 잘 안 맞는걸까 근무 환경이 열악한걸까 갖은 핑계를 찾고있었지만

어차피 그냥 하기싫은것뿐이라는걸 이미 알고있었다


벌을 한참 보았다

어차피 이제 날씨도 쌀쌀해지고 살기 힘들어졌을테지

곤충의 생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저 벌의 생은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저 벌은 무리한 날개 소리를 내며 형광등에 집착했다


문득 곤충들은 빛을 향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저것은 벌이 원했던 빛이 맞았을까?


아무렇지 않게 갈아끼울수 있는 형광등이다

그다지 값지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것을 향해 저 벌은 마지막 생을 재촉한다


무지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이상을 향해 삶을 내달리는 그모습이 처량하나

그것은 무지에 불과하다


또한 나와 닮았다

아니다 난 저정도 날갯짓조차 안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괜시리 벌에게 미안하기 까지 했다


벌은 이내 지쳤는지 조금씩 떨어지다가 다시 붙곤 했다

그 형광등은 눈이 어두워 홀로 켜두신 부장님 자리 위 였기 때문에 난 감상을 뒤로하고 파리채를 집었다


힘빠진 벌에게 별 기대없는 스윙을 몇번 하는사이


돌아본 부장님 손에는 전기 파리채가 들려져있었다


마침 힘이빠진 벌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치열했던 그의 마지막처럼 굉장한 소리로 전기파리채를 만났다


짧은 나의 감상은 그렇게 얼핏 고기익는 냄새가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고생했다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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