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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암 수술 했거든여...
게시물ID : freeboard_16665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나토
추천 : 10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1/23 02:44:50
수술 8시간 걸린다더니 6시간만 하고 나와서 잘 된 줄... 
직장에 암이 크대여.
도려내긴 했는데 그 주위에 퍼져 있다네여. 
심지어 대동맥 근처라... 
재수술은 의미가 없고 항암이 이제 주된 치료가 될텐데, 제일 중요한 몸 컨디션이 문제에요. 우리 아빠 성격이 워낙 드세서 몸이 거부할 수도 있대여. 그래서 아마 소화기관도 제대로 일 안 했을 거라고. 화가 많으면 소화가 안 된다나요. 장기 기능도 떨어지고ㅎㅎㅎ 저도 아빠 성격이랑 똑같아서 바로 이해하고 걱정 졸라게 했어여. 
항암치료 강도도 좀 세게 들어가야 할 거 같다는데... 자꾸 최악의 상황을 말하시는 교수님이 야속했지만ㅠㅠ 사실 암수술이 입원하고 한 젤 큰 치료지만 풍으로 실려간 다음 검사해서 발견한 게 암이에요. 그러니 보통 암환자보다도 예후는 장담할 수 없대요. 뇌 신경이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른다나 그랬어요. 

좀 다행인게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회복할 거라더니 일반병동 갔어요. 아파하는 소리가 커서 다른 환자분들 깨울까 싶어 층 스테이션 옆에서 폐 펴는 거 하고 해열제 맞고 한 시간을 잇었는데, 아프다고 울부짖으며 진통제 맞던 거 생각하면 사실 다행도 아닌 것 같아여. 저도 그 자리에서 간신히 버텼어요. 굶고 못잔 상태로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지 기절 증후가 와서 간호사분 불러서 잠깐 쉬고 마저 돕고. 
어차피 배 짼 아빠보단 덜 아플 거 아니에여. 
그렇게 아프다고 난리치다가도 눈물 닦는 딸래미 걱정하는지 농담거는데 또 울 수가 없어서 간신히 참다가 마약성 진통제에 잠들면 다시 울고... 지옥의 10시간이군여... 

쨌든 지금은 일반 환자들이랑 같이 생활해요. 소변이랑 대변 따로 받는 모습은 맘 아파 죽겠고.. 잘 되지도 않는 폐 운동하고 배 땡겨서 얼굴 찌푸리고 있는 거 생각하면 돌겠어여. 수술 전부터 지금까지 물 한모금 마실 수 없어서 온 몸이 바짝 말라가는 것도 볼 수가 없어요. 바세린 좀 발라주는데 평소엔 절대 안 하던 짓이라 그런지 아빠가 아닌 척 눈물 흘리고 있는 걸 보고 다 하지도 못 했어요. 

 따로 간병할 사람 없어서 할머니가 붙어있고 저는 또 일한다고 교통 완전 반대편에 있는 것도 진저리가 나요. 할머니는 무슨 죄에요. 나이가 좀 있으면 여든을 향해가는데 환갑 다 된 아들 병수발이라니... 심지어 당뇨까지 잇는 노인네한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딸년은 많이 와봐야 일이주에 한 번 왓다갔다 할 거 같아여. 막 잘못 됐다 그래서 부랴부랴 갓는데 정말 큰 일 나있으면 어쩌지 싶어서 돌아오는 내내 울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혼자서 병실 지키는 와중에 치료비 중간정산 나온 게 대략 7백만원이라 창문열고 뛰어내릴 뻔 했어요. 원래는 1200이 넘었는데 이래저래 감산된 게 7백. 고맙긴 한데 적은 금액이 아니잖아요. 금요일까지 중간정산 해야 한대요. 그거 때문에 바로 직장으로도 못 갔어요. 본가 들어와서 보험약관 찾으면서 질질 짜는 제 모습도 싫구... 한동안 일 안 하고 쉬며 돈 까먹어서 목돈 없는 나는 쓰레기 같았어요. 
이 와중에 집은 제가 없는 동안 귀곡산장 내지는 쓰레기 더미가 돼서 울 새도 없이 아직도 청소해여. 안방 한 군데를 치우는데 6시간이 걸리네여. 핳

 
동생이 떠난 지 이제 4주기가 되어 가요. 동생이 초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이 동네는 아직도 꽃샘추위가 물러나기 전에 그렇게 갔는데 아빠까지 빨리 가버릴까봐 너무 무서워요. 수술 전 날 올라가고 있는 제게 눈이 날리는 영상을 보내주면서 멋지다고 했던 그게 아빠의 마지막 추억이 되어버릴까봐 자꾸만 무서워요. 그럼 저는 진짜 혼자에요... 그게 참을 수가 없어서 슬퍼요. 근데 나았으면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발목 잡힌 제가 먼저 죽아버렸으면 해요. 차라리 내가 암이었으면... 신은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아온 우리 가족한테 이렇게까지 가혹할 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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