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플을 꽤 지능적으로 단다.
일단 타겟을 찾는 것 부터, 이 사람을 욕해도 아무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대상을 고른다.
그리고 처음엔 최대한 정중하게,
가끔 분위기를 보고 아싸리 처음부터 세게 거친 말투를 쓰기도 한다.
이 때, 악플의 목적은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꽤 많은 콜루세움을 겪어왔는데,
끝나고 나면 한바탕 뒹구느라 온 몸에 묻은 진흙을 보며
나도 똑같은 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을 본다.
난 결과적으로 지난 인생을 꽤 훌륭한 실패자로 살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과거는... 그렇다.
아마 내 과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내 현 상태를 브리핑 한다면
꽤 많은 동정과 멸시를 받을 수 있으리라.
두 발이 늪 속에 깊게 박혀 빠지지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 것이 늪도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버린다.
그걸 보고있자면
남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는 이 웅덩이가
왜 나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느끼는지.
스스로의 능력 부족에 실소를 터뜨리고 만다.
능력 뿐만 아니라
나는 노력도 싫고 꾸준함도 싫다.
그냥... 나태한 한량인 것이다.
다시 인터넷을 본다.
현실에선 혼자 또 일년을 보내는데
인터넷 속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혼자가 아니다 착각에 빠져 산다.
따스한 방바닥에 천천히 눌러붙은 설탕과자처럼
한심한 자신의 모습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질 의욕도 없이 시간만 허송한다.
나와 굴렀던 녀석들이 나를 넷창이니 뭐니 했을 때
사실이라서 별 다른 상처를 받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서 내가 내 스스로 상처를 준다.
이 무기력의 끝은 어떻게 내는걸까.
또 예전처럼 얻는 것도 쌓이는 것도 없이 죽도록 달리기만 해야 하는걸까.
나를 살리는 노력이 나를 죽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또 그래야 한다면
차라리 이대로 눌러붙어 굳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