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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를 응원하는 리얼추리소설 "클리너(청소부)" 연재- 2
게시물ID : freeboard_17229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0
조회수 : 1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07 1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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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나라가 이렇게 파리 목숨이 되도록 방관해야 합니까?
 

TV 속에 피해자의 남편은 오열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주도하던 남자 앵커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스튜디오 천정만 올려다봤다. 여자 앵커는 손수건을 들어 눈시울을 닦았다. 남편의 오열은 계속됐다.
 

- 가해자는 두 발을 뻗고 편히 자며 사식(私食)으로 배불리 먹고……. 피해자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고통과 분노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도 되는 겁니까? 그게 인권을 보장하는 일입니까........
 

남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소리 내어 흐느꼈다. 앵커들 역시 말을 잃고 여전히 천정만 올려다봤다. 무슨 말인가 건네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은 듯싶었다. 오로지 무심한 자막만이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중곡동 주부 성폭행 살인사건 피해자 남편 오열의 인터뷰>
 

그만 끄지 못해!”
묵묵히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우던 최 반장이 소리쳤다. 침울한 표정으로 TV를 지켜보던 박 형사가 흠칫 놀라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주변 책상에서 사건 부를 떠들어 보던 이 형사도 놀라 사건 부를 덮고 쳐다봤다. 그러나 최 반장은 여전히 담배 연기만 창밖으로 내 품고 있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풍 북상 예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비바람은 점점 세기를 더했다. 자정 이후 새벽녘부터가 고비라는 말이 실감 났다. 처음에는 지상을 향해 일자로 내리더니 어느 사이 빗금으로 바꿨다. 그래선지 자연 환풍기 역할을 하던 비바람이 자신도 감당이 어려운지 실내로 파고들었다. 최반장은 역풍을 타고 들어오는 담배 연기를 손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하며 투덜거렸다.
네미! 태풍은 왜 이리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심란해 죽겠는데......”
그건 자신의 날카로운 반응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박 형사와 이 형사는 여전히 긴장된 표정으로 최 반장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 역시 짜증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성폭행 살인 피의자가 검거돼 한시름 놓긴 했지만 국민의 늦장 대응이라는 레퍼토리에 24시간 대기명령이고 보니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이다. 차라리 사건 출동이라면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별 생각이 안 나는데 무작정 대기 명령이고 보니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TV라도 보며 시간을 보내려는데 최 반장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며 끄라니 그들은 황당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장이 이해가 됐다. 명색이 간부로써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데 왜 그리 돌팔매 짓은 해대는지 답답했다. 채널마다 찬스라는 듯 마구 기름을 부었다. 그것도 부족한지 노골적으로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다 못해 피해자까지 섭외해 선동을 했다. 정말이지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폭탄테러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 여건이 그런가(?) 이런 말하면 명필이 붓 나무란다할지 모른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사 인원과 예산으로 어떻게 우후죽순으로 날 뛰는 쓰레기들을 수거 하란 말인가?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하루면 몇 번이고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래도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정의구현에 보탬이 된다는 사명감에 참고 또 참으며 근무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이지 남의 사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날뛰는 그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최 반장은 점점 굵기를 더하며 파고드는 비바람을 감당키 어려운 듯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박형사와 이형사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쳐다봤다. 무슨 말인가 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쑥스러운 분위기도 전환시키고 답답증을 털 것 같아서다. 최 반장은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법무부에 금일 성범죄 출소자 명단 확보한 거야?”
.”
이형사가 메모지를 보며 말했다.
우리 관내는 누구야!”
영등포 교도소에 오춘길입니다.”
전과는?”
25범으로 성범죄만 7범입니다.”
팔찌 대상자야?”
다행히 그렇습니다.”
최 반장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말했다.
출동해.”
...그렇긴 하지만 범죄행위도 없는데……. 잘못했다가는 인권위에 재소 당할 수도 있습니다.”
묵묵히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던 박 형사가 나서며 말했다.
네미 그럼 어쩌란 거야! 늦장 대응 운운하면서.....”
최 반장은 주먹으로 책상머리를 쾅 치며 박 형사를 노려봤다.
...그게 법이라서.....”
박 형사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딴전을 피웠다.
네미 쓰레기들한테 인권은 무슨 인권이야!” 최 반장은 푸념처럼 한마디 뱉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 두 사람이 책임지고 미행해서 거처만 파악해 둬…….”
.....” 하며 박 형사와 이형사가 가죽점퍼를 들고 일어섰다. 계절답지 않게 낮에는 더웠지만 일교차가 심해 한기가 느껴져 예방 차원에서 그런 것이다.
그때였다.
최 반장의 책상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순간 최 반장은 오른 손을 들어 두 사람에게 기다리라 한 다음 수화기를 들었다.
강력2반 최 수호 반장입니다. 뭐라고요! 알겠습니다. 곧 출동 하겠습니다.”
최 반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전화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이 형사가 나서며 물었다. 최 반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오춘길이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들어 왔대.”
뭐라고요?! 그 새끼 오늘 출소한 거 아닙니까?”
그래, 때려잡자는 여론 때문에 새벽녘에 내 보냈는데…….”
그런데요?”
새벽녘에 청소부가 성기(性器)가 잘린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청소 리어카에 실고 와 퍼놓고 갔대.”
뭐라고요?! 목격자는 요?”
자세한 건 몰라! 빨리 출동하자고.....” 하며 최 반장은 책상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허리춤에 찬 다음 가죽점퍼를 들고 앞장섰다. 박 형사와 이 형사 역시 권총과 수첩을 챙겨 들고 뒤 따랐다. 앞장서던 박 형사가 이 형사를 보며 말했다.
쓰레기 리어카의 후송이라!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주 합당한 처리였구먼…….”
그러자 뒤따르던 이형사가 맞장구 쳤다.
그러니까 말에요. 덤으로 흉기(性器)의 종말이라니...... 성경 말이 맞네요. 칼을 부린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며 히죽 웃었다. 순간 최 반장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지금 시시덕거릴 시간이 없어.... 서둘러!”
!”
세 사람은 줄기차게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잠시 후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함께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점점 멀어져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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