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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기억인데 잊을 수 없는 부모님의 모습이 있나요?
게시물ID : freeboard_17425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니까닥쳐줘
추천 : 5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5/03 00:30:00
오늘 타 커뮤니티에서 임산부가 쓴 아버지에 관한 글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저는 우리아빠를 떠올릴때마다 머리속에 비디오처럼 재생되는 장면이 있어요
 
 
저와 연년생인 오빠가 각각 여섯살 일곱살, 아직 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을 때,
 
토요휴무 및 '놀토'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였는데
 
교사였던 아빠는 토요일마다 맡길곳이 없던 저희 점심식사를 위해 한 중국집에 선금을 주고 (그때당시로 십만원 넘게 넣었던것 같아요)
 
매주 짜장면이든, 볶음밥이든 맛있는거 먹고싶은거 사먹으라고 맡겼어요.
 
지금은 좋은분 만나서 잘 지내시지만 그땐 엄마가 안계실 때라 저희 남매 밥 챙기는게 아빠의 가장 큰 고민이었을 거에요.
 
아무튼 그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매주 토요일만 기다렸고, 오빠랑 냠냠 나눠먹고 나면 아빠는 퇴근하시고 집에서
 
오늘은 뭘 먹었니 맛있었니 다정하게 물어봐 주시곤 했죠.
 
 
그런데 하루는 아빠가 일을 일찍 마치셨는지, 아니면 잠깐 나오신건지 모르겠지만
 
저희 남매가 밥을 먹고 있는 중국집에 선금을 준 이후로 처음으로 찾아오셨어요
 
맛있게 짜장면을 흡입하고 있던 저희는 아빠를 보자마자 '어 아빠다 아빠~~'하면서 반갑게 아빠를 불렀고
 
아빠를 부른 순간 주방에 있던 주방장 아저씨가 흠칫하고 나오는걸 봤어요.
 
입가에 짜장면 묻힌채로 아빠를 부르던 저희 남매를 흐뭇하게 보던 아빠는 식탁위에 그릇을 보더니 멈칫 하시더라고요.
 
아빠는 말없이 저희를 보고 있고 그와중에 다 먹어가던 저는
 
'아빠 나 볶음밥도 시켜도돼? 오빠가 내꺼까지 다 먹어서 나 쫌밖에 못먹었어' 라고 해맑게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고
 
아빠는 조용히 물었어요
 
'너네 원래 짜장면 시키면 이렇게 한그릇만 나왔니?'
 
저는 끄덕끄덕 했고 옆에있던 오빠는 말했죠
 
'응! 아저씨가 우린 애기들이라 두개 나오면 너무 많아서 어차피 남긴다고 여기 접시에 나눠먹으랬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희 남매는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어요
 
아빠가 아저씨를 보더니 저희가 먹던 그릇들을 다 엎고 던져버렸거든요
 
아빠가 화내는 것도, 욕이 나오는 것도 본 적이 없었던 저희남매는
 
주방장아저씨 앞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고, 그릇을 내동댕이 치는 아빠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영문을 모르던 그때는 아빠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울기만하고 며칠간 눈치를 봤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난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더라구요. 아저씨가 애들 음식 가지고 장난쳤다는 걸.
 
애들 둘이 가면 한그릇만 시켜 가게장사 안된다고 생각할까봐 아빠는 미리 선금을 주고 남겨도 좋으니 두그릇값씩 깎아 달라 한거에요
 
 
 
아빠처럼 교사가 된 오빠한테도 물어보면 20년도 지난 일인데 저와 똑같이 기억하더라고요.
 
사실 자기는 어릴 때 맘으론 그 사건 이후로 토요일마다 먹던 짜장면 볶음밥의 낙이 사라져서 서운했다면서..ㅋㅋㅋㅋ
 
어렸을때는 그 무서운 아빠의 모습이 충격이라 머리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는데 요즈음에는 그 장면만 생각하면 가슴이 막 울컥해져요 
 
새엄마 만나기 전까지 엄마 없는 애들처럼 안보이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외에도 아빠가 저희 남매를 지켜준 기억이 많은데 정년을 앞둔 아빠를 보면서
 
아빠가 우릴 항상 지켜준것처럼 아빠가 늙으면 우리가 지켜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요즘들어 부쩍 하게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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