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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를 좋아했던 그녀
게시물ID : freeboard_1772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meat
추천 : 1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7/15 21:58:42
때는 바야흐로 2010년. 제 대학생활 마지막 학기였습니다.
코엑스에 취업박람회를 갔었습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전철을 타고 갔죠.
사실 거기 나온 업체 중에 가고싶은 회사가 없었지만 그래도 면접 맛이나 보려고 갔었죠.
아니나다를까 박람회에서는 한 시간을 둘러보다가 그냥 나와서 더위를 달래느라 빙수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남자 혼자 빙수가게에 들어간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최대한 구석자리에 앉아서 콩가루가 뿌려진 빙수를 먹으며 노트북으로 연애시대를 보고있었습니다.
그때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여자가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노트북으로 오래된 드라마를 보면서 혼자 빙수를 먹고있는 제가 희한했는지 자꾸 흘깃 쳐다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노트북을 가져가서 "같이 보실래요?"라고 물어봤습니다.
흠칫 놀라더니 "아니요,..".라고 하더라고요. 머쓱해져서 대충 정리하고 빙수를 후루룩 먹고 나가려는데
그 여자가 저한테 와서 "경영학과 다니시죠?" 하는데 좀 놀라서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까
"저희 어제도 수업 같이 들었어요. 문철우교수님 수업에서 피피티 하셨잖아요."

이런 시부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표내용 대차게 까이고 교수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도 올바르게 못한 그 발표를 봤다니.
그래서 우물쭈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베시시 웃으며 식사전이시면 이른 저녁 드실래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제 단골집이었던 돈암동 강풍갈비로 바로 택시로 쐈죠, 오늘 뭔가 되겠다 싶어서!!
강풍갈비에서 돼지갈비에 술 많이 먹었는데 저만 취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게다가 그 여자네 집이 성북동이었어요. 소화도 시킬겸 집까지 걸어서 바래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걸어가면서 횡설수설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했었죠.

성북동에는 고급빌라만 있는 줄았는데 원룸도 있더군요.
그날 거기서 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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