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20~30대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언제 물러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 그만한 자격을 갖춘 이들. 그러고 보면 나는 매사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처럼 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늙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어떤 가능성들을 하나씩 베어 내면서 일상을 편편하고 밋밋하게 만드는 데에만 골몰하는지도 모른다. 무성하게 자라난 것들을 다 제거하고 마침내 평평해진 삶 너머로 죽음이 다가오는 모습을 주시하려고 애쓰는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뭔가 시작하고 맞서고 싸우고 이길 만한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면서 무료하지만 안전하고 무력하지만 차분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