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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Salt&Pepper_어쩌면 괜찮은 나의 흰머리
게시물ID : freeboard_18245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쟈누스
추천 : 0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22 22:16:47
프롤로그 



2001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했다. 스물 여덟이었다. 



굵고 숱 많은 직모. 흑채를 뿌려놓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검은 머리.  



브루스 윌리스 처럼 M자 탈모인 아버지와 할아버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언제일까 걱정도 했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정수리 옆, 가르마 근처에 흰머리가 보였다. 양쪽 귀 위의 옆머리에 흰눈이 조금씩 내렸다. 



2년차 쯤 되었을까? 서른 즈음에는 이미 동기들과는 남다른 수준으로 새치가 생겨났다. 



두 살 많은 형도, 브루스 윌리스 스타일의 대머리인 아버지도 한달에 한번씩 염색을 하고 있었다. 



나도 정가(鄭家) 남자라는걸 그렇게 확인했다. 



이제 우리나이로 마흔 다섯. m으로 시작해서 M이 되어가는 중이다. 고교시절 검지 중지 약지 세 개만 들어가던 이마가 손가락 하나 만큼 넓어졌다. 빽빽하게 솟아있던 삼나무 숲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린 머리는 사시사철 겨울이다. 



흰머리가 골고루 퍼진 (Evenly spreaded) 덕분에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반 백까지는 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보기 좋다고 말 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 흰머리는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갑근세를 내면서부터 머리가 하얘졌다는 멘트는 이미 클리셰가 되었다. 



'새치'라는 말을 하기엔 흰머리의 비율이 너무나 높다.Salt & Pepper라는 말도 붙여보고 Wisdom Hair라고도 불러보았다. 왜 염색을 안하냐는 사람도 있다. 멋있으니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같이 있으니 할아버지랑 있는것 같다고 핀잔을 주는 녀석도 있다. 



아내는 이대로가 좋다고 한다. 



이제는 더이상 이마 위에서  M자 조차 찾을 수 없는 아버지는 염색을 하고 싶어질 때가 올 것이라 하셨다. 



올해 여름이 지나 가을을 맞으며 염색을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내 머리는 자연산이다. 자연산 Salt & Pepper. 



마흔 다섯살의 겨울에 아직까지 흰머리를 드러내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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