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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누군가, 아니 이웃의 비보...
게시물ID : freeboard_1843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울타리
추천 : 4
조회수 : 42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5/23 02: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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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자게분들께 작별을 고한 뒤로
가끔 들어와 눈팅만 하다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어느 사건을 겪음에
오유의 몇 분들 생각이 나서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짝지와 둘이서 원룸 건물에 삽니다.
물론 고양이도 세 마리 있지요.


며칠 전부터 우리 사는 층의 복도에 악취가 시작 됐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썩는 냄새와 코를 톡 쏘는 냄새가 섞인
말로 형용이 어려운 그런 악취였죠.
날이 갈수록 심해지더군요. 어느 집이 무지 청소를 않나
했습니다.


오늘, 짝지는 아침에 볼 일을 보러 나가고 저는 집에 있는데
복도 어디선가 방 문 때리는 소리와 사람들 소리가 들리더군요.
어디서 문을 고치나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 쯤 집에 돌아온 짝지가 들려준 얘기는 놀라웠습니다.
집 건물에 경찰과 국과수 사람들이 가득하답니다.
집 주변에도 경찰차와 국과수 차량이 쫙 깔리고요.
카드 배송 온 분이 올라올 수가 없다 해서 -아마도 경찰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듯 합니다- 직접 내려가 받아와야
했죠.

며칠간 계속된 악취와 경찰, 국과수... 떠오르는 답은
맞아요, 그거 였습니다.

얼마간이 지나 드디어 그 집 문이 열렸는지 악취가
훨씬 더 심각해져 집 안까지 들어오더군요.

한나절이 지나갔고

지금은 경찰들 당연히 다 갔습니다. 편의점 가며 보니
중앙 계단을 경계로 계단 바로 옆 방이더군요.
우리 호 기준으로는 옆, 옆 호...
문고리가 사라진 구멍에서 냄새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전혀 대화는 없었지만 얼굴은 아는 분입니다.
같은 층 산다며 먼저 꾸벅 인사를 하시던
나랑 열 살 남짓 차이 나 보이는 인상 좋은 아저씨.
언젠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는데 그 뒤로
몇 번 마주쳤어도 교류는 더 이상 없었던 분입니다.


폴리스라인 쳐지지 않은 걸 보면 사건으로 인한
사망 보다는 고독사나 자살이겠죠.
지금도 집 안까지 형용 못 할 악취가 스며듭니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사람이 떠나며
남긴 체취를 느끼고 있으니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인사를 받은 뒤로
볼 때 인사라도 건네드릴 걸 싶네요.
어떤 사연으로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몰라도
어쩌면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그분의 생을
연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말벗이라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건물에 사는 누구도 가해자는 아니지만
모두 방관자인 거죠. 나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그 분과 마주친 게 한 달 반 ~ 두 달 정도
됐는데 그때도 눈이 마주쳤던 기억이 자꾸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저의 모습도요.




여기, 자게에서도 외롭고 쓸쓸함을 말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리고 어쩌면 모두가 방관자일지 모릅니다.
사실, '내 얘기를 들어줘' 라고만 하는, 남의 얘기에는
별 관심 없는 분들에 지쳤던 것도 사실인데
오늘 이 일로 내내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입니다.

정말 아픔이 깊고 외로움이 깊은 사람이 타인의
아픔과 외로움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 외의,
아픔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던가...



뭐라고 마쳐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심난하고 마음이 무거운, 그리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그런 밤입니다.

한 번쯤은,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봐요 우리.
어쩌면 내가 건네는 한 마디의 인삿말이
누군가에게는 밝은 햇살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떠난다는 작별을 고하고서 갑자기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들고 와서 미안합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출처 모두의 마음에는 외로움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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