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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퍼레이드
게시물ID : freeboard_18714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빠나나★
추천 : 3
조회수 : 10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12/08 21:55:47
 75. 퍼레이드

황홀한 야경이다. 폭죽이 터진다. 불꽃이 먹빛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저건 노란 불꽃, 저건 초록 불꽃. 아이는 엄마가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때마침 각양각색의 분장을 한 댄서들이 행진을 하며 묘기를 보여준다. 민영아, 저기에 형들이랑 누나들이 춤추고 있어! 엄마의 말에 민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요란스러운 소리. 음악이 귀를 꽉 매우고 군중의 함성이 심장을 쿵쿵 뛰게 한다. 민영은 이 퍼레이드란 것이 좋았다. 엄마와의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잔뜩 들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손에 잡힌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해서. 아이가 베시시 웃는다. 엄마의 유쾌한 웃음이 비죽비죽 삐져나온다.

바람이 차다. 하지만 여기있는 그 누구도 그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관중들은 퍼레이드를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민영은 앞을 바라보았다. 먹빛 세상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음악소리 덕분에 신이 난 상태다. 엄마가 민영을 돌아본다. 좋아? 민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나 쭈욱 여기 있을래. 정말로? 응. 엄마가 없어져도 좋아?

그 말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엄마가 있는 게 좋아. 엄마는 내 가족이잖아."
"민영아."
"응?"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 해. 엄마의 말에 민영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정처없이 방황한다. 아이를 잡고있던 손이 스르르 놓아진다. 한기를 느낀다. 겨울바람이 아이의 몸을 쓰다듬는다. 엄마, 어딨어? 민영이 질문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당연히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사위는 여전히 시끄럽다. 두런거리는 이야기소리, 퍼레이드의 음악. 다 여전히 따스한데 나만... 나만. 엄마가 입을 연다.

"민영아.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어."
"정말? 그럼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넷이서 사는거야?"
"아니."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얼핏 우는것도 같았다. 민영이 버둥대며 앞으로 나가려 한다. 아, 뭔가에 부딪혔다. 좀 잘 보고다녀! 중후한 목소리의 타박에 민영은 어딘지도 모르고 연신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랬어요. 문득 민영의 손에 다시 한 번 따스한 온기가 들어왔다 나간다. 아마 엄마의 손이겠지.

"민영아."
"응. 엄마."
"동생은 엄마와 아빠의 자식이야."
"나도 엄마, 아빠 자식이잖아."
"아니, 넌 고아원에서 왔잖아. 그리고 이 아이는... 이 아이는 눈이 잘 보일거래."

의사선생님이 말해줬어. 그 말에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흑으로 뒤덮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빛은 제게서 등을 돌렸다. 민영도 알고 있었다. 입양아인 자신을 달갑지 않게 여긴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눈이 불편한 자신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무엇보다도 지금 이 퍼레이드를 볼 힘이 자신에겐 없다는 것도.

"민영아."
"응?"
"엄마가 미안해."
"엄마. 가지마. 응? 엄마!"
"우리 민영이 이제 혼자 살 수 있지?"
"가지마, 엄마. 응? 제발... 나 혼자 못 살아. 엄마랑 아빠랑 아기랑 넷이서 살자. 응?"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민영이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더 이상 폭죽소리도,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관중들은 여전히 환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영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민영이 눈물을 흘린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이 예쁜들, 무희들이 제아무리 뛰어난 춤사위를 벌인들, 화목한 가정이 주어진들 민영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버려진 아이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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