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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취직한 건 너무너무 좋고 잘된일이다. 그치만
게시물ID : freeboard_1905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어남등짝♥
추천 : 16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0/05/27 22:19:00
친구들의 가정은 참 부럽다.

물론 다들 저마다의 고민은 있다.

한 친구는 아버님께서 병으로 누워계시고

한 친구 어머님께서는 몇 해 전 돌아가셨다.

한 친구는 아버님이 대기업 출신으로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셨다.




그럼에도 한 친구는,

계속되는 탈락과 면접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 나머지

취업이 힘들다고 한 말에

어머님, 친누나 나서서 쉬라고 당분간 취업 준비 하지 말고 쉬라고..

얘기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른 한 친구는,

아버님이랑 사이가 정말정말 좋다.

늘 술도 함께 마시고, 장난도 많이 친다.

한 사람의 빈 자리가 슬프고 씁쓸하긴 하지만

두 부자 사이를 더 돈독하게 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또 다른 한 친구는,

그 부모님의 힘으로 규모가 꽤 큰 곳에 취직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멋진 그 친구는, 그에 응하지 않았지만

벼랑끝에 내 몰려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조금은 마음은 편한 일일거야.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바보같은 질투를 했다.






그리고 나.

우리 어머님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남편의 도박과 재산 탕진,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를 지켜내야 했다.

30대 꽃다운 나이.

지금의 나와 별반 크게 차이 나지 않았을 나이.

그 때 감당해야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누나한테도 나한테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말들을 자주 했었다.

언젠간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처음 그렇게 비틀려진 세상은

우리가 자라날 수록,

엄마가 혼자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비틀어지기만 했다.

그럼에도,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라는 이야기는

정말 동화 속에나, 아침 드라마 속에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여유가 없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바쁘기 때문이다.

정서적인 기대는 커녕

오히려 내가 엄마의 심리 상담사가 되어야 한다.

근데 웃긴건 그 심리 상담사도,

그렇게 온전하지 못하다는거지..





친구들의 취업은 부럽지 않다.

친구들이 뛰어났으니까 나보다 먼저 취업한걸테니까.

그렇지만 그 사이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는 너무나 부럽다.

내가 평생 어떤 노력을 해도 절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




이미 지나와버린 유년 시절.

이미 지나가버린 어머니의 청춘.

비틀리고 비틀려있는 우리들의 사이.






2020년의 첫 날.

나는 빌고 빌었다.

새 해가 되면 뭐 하나만이라도

수 많은 것들 중 하나만이라도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아무래도 2021년에도 같은 소원일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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