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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의 결혼
게시물ID : freeboard_1915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다늑대
추천 : 5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25 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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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미 12년전 일이지만 참 대단했던 제 여동생의 결혼

정확히는 여동생의 스토리가 아니라 양가 어른들의 스토리입니다.


갱상도 어느 시청의 공무원이셨던 저희 부친은 알아주는 괄괄한 성격의 6급 계장이었습니다.

할말은 하고 살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사나이.

가끔 일어나는 민원실의 민원인 소란이 발생하면 항상 민원실 담당자는 말합니다.

"언능 XX계 가서 모 계장 델구 온나~! 퍼뜩! 오늘 진상은 모 계장 없으면 안되겠다!"

민원실 직원 뛰어가서 사정을 전하면 모 계장님 민원실 들어오면서 항상 하는 멘트 던집니다.

"누꼬? 누구 이리 민원실을 시끄럽케 하노? 앙!"

워낙 큰 목소리에 얼굴도 먹어주는 인물이니 웬만한 민원인의 난리는 해결이 됩니다.

한번은 태풍 경로에 해당 시가 포함되어 있어 모든 공무원들이 시청에서 비상 대기 할때였는데 그날 저녁 뉴스데스크에 민선 시장이 골프장에서 골프

접대 받다가 카메라 출동에 잡혀 방송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시청 직원들은 말은 못하고 출근하는 시장에게 고개만 숙이고 인사를 하는데 모 계장은 시장 바라보면서 큰소리를 칩니다.

"시청 잘 돌아간다. 태풍 온다꼬 누구는 X 빠지게 비상 대기 하는데 누구는 골프치러 다니고~! 시청 잘 돌아간다~!"

이분의 별명이 모 시청의 장비였습니다.


사돈 어른은 어느 시에서 여러 장사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인물도 훤칠하시고 서글서글 하시지만 이 동네 건달들이 가끔 행패를 부리더라도 이분 장사하는 곳에서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번은 호기로운 신참놈들이 덤볐다가 한번에 세놈이 발렸다고 하는데 나중에 중간 간부가 찾아가 고개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는....

저도 사돈 어른 이야기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나 그 도시 주먹 좀 쓴다는 놈들이 다은 곳에서 난리를 쳐도 그 어른 장사하시는 곳 근방에서는 

조용히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런 어른 밑에서 큰 인물 훤칠한 새 신랑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사는(피는 못 속입니다) 제 여동생에게 장가가겠다고 찾아오고, 갱상도 작은 도시의

양가는 정보전을 시작합니다.

상대 집안의 내력, 재산, 집안의 문제, 그 집안의 소문 등등을 최대한 수집을 해서 듣는데...

양 집안 모두 다른 문제는 없었으나 괄괄한 장비같은 장인어른과 한때 협객(?)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시어른으로 인해 결혼 진행이 잠시 멈추게 됩니다.


"우리 딸내미가 건달놈 며느리로 들어가는 건 아이다 아이가!"

"우리집 장손이 그 집안 사위로 들어가면 기를 못 필 끼라. 그 아부지에 그 딸내미라고... 그 딸내미도 동네에서 유명하다메!"


며칠간의 탐색전과 고민이 이어지던 가운데...

두분은 서로 만나 상대방을 살피기로 합니다.

파토날지도 모르는 결혼이라 좋은 자리는 아니었고 그냥 고기집에서 두분이 처음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의 소개(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를 시작으로 하는 일, 살아온 과정등을 이야기 하시다가 어느 순간 두분 모두 주량은 넘기시게 됩니다.

그러고는....

"마~! 델꼬 가소~! 나이도 찻겠다~! 내 김형 아들래미라면 내 딸 주꾸마~!"

"주능게 아이고 내가 부탁드려가 델꼬 가능 겝니더~! 마~! 오늘 우리 이 잔 마시고 사돈 하입시더~!"

피말리던 양가의 정보전은 그날 저녁 술자리를 끝으로 멈추게 되었고 이후 결혼식까지 원활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P.S 결혼하고서 첫 명절날

맏며느리로 들어와 시댁에서 음식 장만하며 첫명절을 보내던 여동생은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맙니다.

물대신 항상 콜라를 드시던 시댁 어른이 있었는데 큰집 차례보러 들어오시자 마자

"거 콜라 한잔만 가꼬 온나~! 목탄다~!" 라고 하셨다는데...

시어머니께서 음식하시다가 일어서시는 걸 보고서는 여동생이 시어머니의 손목을 잡고서 어른께 한마디 했답니다.

"예전에는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저희 어머님도 며느리 보셨고, 보시다시피 제가 시집 와 첫명절이다 보니, 저 보러 손님 많이 오셔서 

음식 차리는데 정신이 없십니더. 시대가 바꼈습니더. 어르신! 앞으로 목타시면 컵은 식탁위에 있고 콜라는 냉장고에 있으니 직접 꺼내 드시소~!"

그 어른과 다른 집안 어른들은 적잖히 당황하셨으나 아무런 말씀 없으셨고, 시어머니는 조용히 제 여동생의 손을 잡고서는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마~ 내가 30년 묵은 체증이 이제 화~~~~악 내려간다. 고맙다."
출처 저희 집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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