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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법률 송민경 에디터) 현직 판사의 페티쉬 칼럼 논란(반전)
게시물ID : freeboard_19443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ao
추천 : 1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2/17 12: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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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입니다.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 물론 지금은 그와는 거리가 먼 여자와 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도 이상형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소년 재판을 하다 보면 법정 안은 물론 밖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족히 25살 이상 차이 나는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소녀시대 이후 내가 구별할 수 있는 연예인도 없습니다. 칭찬도 훈계도 한두 번이지요. 뭐가 잘 사는 건지는 나도 모릅니다. 대신 스타일은 한눈에 들어옵니다.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립니다. 호섭이 같은 바가지 머리는 머리카락이 눈을 찌를 듯 말 듯 한 곳까지 길렀습니다. 줄여 입은 교복은 볼품 없습니다. 짙은 화장과 염색한 머리는 그 나이의 생동감을 지워버립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은 긴 생머리가 이쁘다. 머리는 시원하게 넘기든지, 짧게 자르는 게 단정해 보인다. 바지, 치마 줄여 입지 마라." 그렇게만 하면 정말 이뻐 보일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 게 있었습니다. 저 친구들은 내 눈에 이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저 친구들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 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것뿐입니다. 아무리 재판하는 판사라고 해도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소싯적 천지간 분별 못 하고 체 게바라처럼 살겠다며 반항과 똘끼 충만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단정(端正) 운운하던 그 옛날의 학주의 모습은 이제 내 모습이 되었습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내 페티쉬일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나에게만' 좋고 나쁠 뿐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좋음과 나쁨 같은 건 없습니다. 재판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릴 뿐 좋은 것을 강요하는 곳이 아닙니다. 소년재판도 가사재판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강요된 좋음은 강요하는 자의 숨겨진 페티쉬일 뿐입니다.

 

 

김태균 판사 (수원지법)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239484&memberNo=38212397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66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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