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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이 자살한 걸 보고 쓰는 글
게시물ID : freeboard_19619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el
추천 : 5
조회수 : 6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05/30 23: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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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오유를 중 2때부터 친구를 통해 시작했고

어느새 30대 초반에 되어 인사쟁이로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쓰는 이 말들은

술을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솔직한 마음에 쓰는 것들도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람으로서 너무 공감되서 쓰는 부분도 있습니다.

 

댓글들을 쭉 봤었습니다. 혹자들은 그러시더라구요.

"왜 너를 괴롭힌 사람을 죽이지 않고 너가 죽냐..?"

 

결론적으로, 그런 사고를 하더라도

저는 

피해자이고

피해자는, 그럴 생각을 못하고

그럴 힘이 없고

당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까지 가지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피해자는 잘못한거 없고, 당당해도 된다"

피해자로서 시선이 집중되고, 사람들로부터 보여지는걸 당하면 그렇지도 않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제가 죄인이 되어있고 너무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생각만 듭니다.

 

그런 제가 지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네이버에서 자살하신 그 분의 입장이 이해가 될 뿐더러(저도 매일 자살 생각만 했었으니까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이 너무 이해가 되니까요.

 

제가 이 글을 쓸 쑤 있게 힘이 된 건

지금은 시간이 지났고, 제가 이걸 온전히 받아 낼 수 있는 경력 있는 인사쟁이가 되었으니까요...

그 전에.. 신입일 때 당했을 떄는... 아무것도 모를떄는 그냥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당시 저도, 혼자 중얼거리면서 SNS에 글을 남겼습니다.

제가 당한 것들, 너무 고통스러운 경험들...

남기고 저에게 돌아온 것은..

 

"너 글 썼더라..?"

"그룹에서도 알던데..?"

 

그런 이야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슈가 많은 손정민 아버님은 정말 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횡설수설하네요.

 

제 얘기를 좀 해볼게요.

신입사원으로 모 그룹에 들어가서

매일 당한 건, 폭행 이외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폭언.... 주중에는 매일 팀장인 그 사람앞으로 불려져서 아침 조회시간에 공개적으로 욕을 들었습니다.

"씨발, 이 새끼야" 등등의 욕... 2016년입니다. 당시에 꽤나 이슈가 됐던 직장 내 괴롭힘이었죠?

아침마다 들었습니다. 주말에도 전화로 욕을 30분간 들었습니다.

페스티벌에서 스트레스 풀며 주말에 놀고 있는데, 주말에 전화와서 저를 조지더라구요.

그런 저를 본 제 지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신입인 제가 감당하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 그냥 죽고 싶다" "내가 저 인간 아들이 고 3인데 그 앞에가서 1인 시위라도 해서 수능 망치게 하고싶다"

등등... 주말엔 그 사람이 꿈에 나와 피눈물 흘리며 저를 괴롭히고, 제가 산 송장처럼 죽어갈 때 즈음

 

저는 퇴사했습니다.

살기 위해 퇴사했습니다.

네이버 그 분은 퇴사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지킬 사람이 없었지만, 그 분은 지킬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음 회사에서 처음으로 칭찬이라는걸 받고 울컥해서 울먹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직장을 일찍 퇴사했습니다.

솔직하게 이유를 밝힐 수가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했습니다"

 

저를 보는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제가 잘 못한 것도 아닌데, 저는 직장을 그저 "빨리" 이직한 사람이 될 뿐입니다.

한국에선 그런것들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제가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이기에 더 잘 알고, 더 잘 느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다 그런거 아닐까요.

 

저는 피해자인데

저는 그걸 숨겨야만 합니다. 그래야 제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한국 사회는 이렇습니다.

이렇게 제가 쓴 글이 다른 사람이 볼지, 안 볼지도 모르지만

겉으로는 "안타깝다. 고생이다"하면서도

그 '따가운'시선을 느끼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돌고 돌아서, 지금 직장에서는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왜 행동하지 않았느냐? 고 물으신다면

전 전 직장에 노동부에 지르기 전, 진단팀에 연락해서 그 사람에 대한 처분을 요청했습니다만

팔은 안으로 굽죠. 절대 그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나간 사람은 피해자지만

나간 사람은 아무 처분도, 득이되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걸 전혀 도울 수도 없습니다.

진정서 넣어보고, 직접 들은 이야기기도 합니다.

 

근로자를 돕는다고 하지만, 도움되진 않습니다.

 

물론, 인사쟁이로서 기업의 입장에서도 봅니다. 별별 사람 다 있습니다.

이런걸 다 챙길수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상적일 순 없으니까요.

 

그렇더라도 저는 그 생각은, 인사하는사람으로서 머리에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고,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는 회사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도,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써 느껴지는 양면적인 기분을 피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평가/보상제도를 객관적으로 수립해서 구성원들이 편파적인걸 느끼지 않고

이런 불편함들을 거리끼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회사의 인사인으로서 제도들을 만들고 수립하고 싶습니다.

 

저도 괴롭힘 당하고.. 쫓겨남을 당해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그래도 다른 신입들, 다른 사람들은 안 당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너무 힘들거든요.

제 업무와, 제 경험들이 혼합되어서 주절하는건 있어요. 술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하고 싶습니다.

 

피해자 분들

당신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고, 부끄러워 하지도 말고, 피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HR로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또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뒤로 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사쟁이가 이런 사람인가 봅니다... 쓰고보니 얘는 피해자얘기를 하는건지 회사사람으로 얘기하는건지 헷갈리네요 ㅎㅎ)

 

주절댔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랍니다.

이번에 네이버 사건에서, HR은 뭐하냐? 라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게 없고, 알수 있는게 없다면 잘못인 것 같습니다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당했는걸요..

 

그래도, 죽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사세요. 매번 자살하고 싶은데 참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인데 그냥 버텼습니다. 다른 세상도 있을 거란 생각에서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모르지만 그냥 버텼습니다.

 

절대 죽지 마세요.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너무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그걸 버리기엔... 제가 너무 어린 생각으로 지킬 사람이 없기에 얘기할 순 있지만 절대 죽지마세요.

 

직장에서 너무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대 치고 할 수 있는거 다 하세요.. 못한게 저도 한이 맺히지만... 아님 나오시고 다른데 가서요...

그 사림이 나쁜거지 당신이 잘못한게 아닙니다.

 

당한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사..로서는...

저도 제가 저를 구원하지 못했고 현실은 척박하고 힘들지만

저 처럼 그래도 당하고, 겪어서 그러지 않은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어하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인사쟁이가 있다는 사실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조직에 충성하진 않지만, 사람을 좋아하지만 제가 이상적인진 모르겠지만

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는

인사쟁이가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술 먹고 네어비 사건 보면서 생각이 뒤숭숭해져 글을 좀 써봤습니다.

올 한해 다들 코로나로 힘든데,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다는것도, 많이 강해지고 힘이 생겼기 때문이겠죠.

 

다시는, 피해자가 피하고, 도망치지 않는 사회이면 좋겠습니다.

이 글 보시는 분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즐거운 일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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