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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가 고르다.
게시물ID : freeboard_19807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끼소녀?
추천 : 1
조회수 : 3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1/10 2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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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가 고르다.

형제들 중에서 가장 고르다.

덧니나 뻐드렁니가 없다.

이유는, 그냥 내가 젖니 빠지는 시기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아버지께서는 그 얘길 자랑 삼아 말씀하신다.

 

"얘는 신기하게 자기가 알아서 이를 다 뺐어."

 

정말이다. 앞니 두 개를 빼고는 그냥 내가 다 뺐다.

흔들리는 이를 혀로 이리저리 밀어서 피가 나오면 마시고,

그러다 뽑히면 그냥 버렸다.

 

아버지는 그게 자랑인 줄 아는데,

지금 와 내가 생각해 보니 아니다. 그건 자랑이 아니다.

 

나이 들고 보니 일찍 철이 든 아이가 안쓰럽다.

아이는 좀 더 아이다운 게 예쁘다. 떼도 쓰고, 울기도 하고, 못된 장난도 하고.

 

내가 혼자 이를 뽑은 이유는,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말을 하면 혼날까 봐.

 

그게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가.

보호자가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는 뜻이다.

내 등 뒤에 보호자가 있다는 자각이 없다.

 

아프면 참는다.

시간이 지나면 낫는 걸 깨닫는다.

그 뒤로 그게 반복된다.

 

그러면 그냥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게 된다.

 

인체는 복원기능이 있다.

다치면, 알아서 낫는다.

피가 나다가도 어느새 멎고,

살이 까져도 어느새 돋고,

이가 빠져도 새로 난다.

 

그걸 일찍부터 깨달았다.

 

그걸 아버지는 자랑하신다.

 

아뇨, 아니에요.

자랑하시면 안 돼요.

부끄러워 하셔야 해요.

 

왜냐면, 신체랑 달리 마음은 낫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지금 내 이는 고르고 예쁘다.

 

앞니가 부러졌다가 붙어서 조금 짧긴 한데, 활짝 웃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미소 짓는 게 예쁘다는 얘길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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