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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스한 저를 서울역에서 도와주신 남성분 찾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999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GB
추천 : 13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22/12/09 15:25:20
발목 미세골절과 인대 파열로 제 인생 처음으로 기브스를 하고 있는데요. 정말 식상한 멘트지만 정말 세상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닯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대형 캐리어 두개를 번쩍 들어 택시에 실어주시고 가만히 있으라며 버럭하시며 입구까지 끌어주신 삼성역 택시 기사님.

남의 집에 물건 배달하러 오셨다가 오피스텔 계단에서 저와 함께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주신 택배 기사님.

상황 파악 못하고 입구에서 택시 기다리다 캐리어가 혼자 저절로 굴러가는걸 쫒아가서 잡아주신 동네 아주머니.

살면서 오늘처럼 주변에 민폐를 끼친 날은 단연코 없었습니다. 

하지만 왕중왕은 바로 오늘 12월 9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짐을 가지고 끙끙대는 저를 도와주신 분입니다. 기차시간이 5분 남았어요라고 하자 제 캐리어와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부터 전력 질주하신 젋은 남성분.

저 기브스하고 정말 처음 뛰어봅니다. 
저 도와주신 분, 어찌나 짐을 두개 양손 한가득 드시고 잘 뛰시던지 저 정말 기차고 뭐고 중간에 모든걸 놓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뛰시는 와중에 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신경 써주시던 그 눈빛에 저 정말 이 악물고 뛰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힘들어 눈앞이 노래져 정신을 못차리는 와중에 제가 성함을 여쭤보기도 전에 그럼 잘 가세요 하고 인삿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셨던 남성분, 꼭 찾고 싶습니다. 베이지색 패딩 코트 착용하시고, 4번 플랫폼 오후 2시 35분 포항행 기차 앞까지 검은색 캐리어와 쇼핑백 들고 뛰어주신 분, 고맙습니다.

이 글이 어떻게든 퍼져 절 도와주신 분이 보실 수 있길 작게나마 소망해봅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연락이 닿을 수 있다면 정말 새해의 기적일 것 같구요.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글에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행복한 일이 가득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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