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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보니 아빠가 환자였어요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시물ID : freeboard_2004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께레
추천 : 13
조회수 : 127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3/03/17 21: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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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박 3일 간의 입원으로 두 번째 항암제를 맞고 왔습니다.
첫 번보다 힘들까 염려와는 달리 의사 선생님께서 두 번째부터는 조금 수월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처음 항암할 때 엄청나게 아프다고 해서 긴장을 심하게 했던 모든 과정들이 크게 아프거나 하지 않고 견딜 만 했기에
아플 때 먹으라던 진통제가 마약성인걸 알고 그냥 참다가 너무 아파 잠을 못 이룰 정도가 되면 한알 먹었고 수면제도 잘 안먹었거든요.
진통제 먹고 남은 것 전부 폐기하라고 하며 새 약을 받았는데 15알 중 4알 먹었네요. 그러고 같은 약을 또 주시네요. 미련하게 참지말고 아플때 먹어야겠습니다.걱정되는 점이 스테로이드인데 항암 때 마다 5일에 걸쳐 하루 스무알씩 다해서 백개의 스테로이드를 먹게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으로 왼쪽고관절 무혈성괴사가 생겨 인공관절을 끼운 상태라 하나남은 고관절과 무릎관절이 많이 염려되지만 우선 암을 이기고 나서 다음 순서가 있을 것이니 할 수 없지요.
엄청나게 아프다던 선생님의 예언이 견딜만한 정도인 것은 내가 평생토록 아픈 사람이기에 아픔에 단련이 되어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딸이 임신 8개월때 혈액투석을 시작했으니 큰딸은 태어나보니 아빠가 중증환자였던 겁니다. 그 때문에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 좀 각별한 점도 있지요. 3살 때 한글공부 방문교사가 오면 공부 방법을 배워서 내가 한글을 가르쳤었지요.  4살이 되자  투석하는 병원에 동화책 들고 와서 내게 읽어 주던 사랑스러운 딸이었습니다. 투석하고 집에 돌아와 무료한 시간에 책을 읽으면 저도 곁에서 같은 자세로 소리네어 책을 읽더니 지금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 모으기를 좋아합니다.

퇴원하는 오늘 결혼한 큰딸의 생일인데 시간맞춰서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암에 좋다면서 냉이 소고기 말이를 해서 사위랑 둘이 가지고 왔습니다 .  아빠가 너의 생일 선물을 준비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니 "아빠가 암을 이겨내고 건강해지는 것이 내겐 최고의 선물이야~"라고 말하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큰딸입니다.   그리고 평생 음식이라곤 제 먹을 라면밖에 못 끓이던 작은 딸도 나 입원하고 엄마가 간병하는 사이에 유투브보고 된장국도 끓이고 봄동도 무치고 연근도 조렸는데 제법 먹을만 했답니다.  요리 잘하는 엄마가 조금만 가르치면 결혼해서 남편 반찬 잘 해줄 것 같아 안심입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착한 아내와 엄마닮아 예쁘고 착한 두 딸이 있고 사위도 마음이 착하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얼굴도 모르는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시는 많은 친구들이 있기에 또 얼마나 운이 좋은지요.

마음에 행복이 가득하니 암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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