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사랑이 결실을 맺어 탐스러운 사과가 열리어 간다고 생각 할 즈음이었다
잔잔한 호수 수면위로 빗방울의 모습을 한 재즈피아노의 건반이 살폿 내려앉는 것을 보던 그 순간
당신을 기다리던 시간이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비바람 휘몰아치는 바깥세상은 더없이 환상적인 우리 사랑을 축복하는 행진처럼 보였다
정말로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카페의 문을 열고 들이치는 비바람이 길게 드리운
그늘의 의미를
사랑의 어떤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춤추기 좋은 템포의 느릿한 음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지루한 연단의 교장선생님의 아침 조회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어린시절의 나는 알지 못했다
주문해둔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던 나의 마음으로 비바람이 들이치던 그 순간
매몰차게 돌아 나아가는 당신이 다시 연 카페의 문에 떠밀려 바뀐 라디오 주파수는
귀를 막고 싶을 정도의 노이즈가 되어 강 표면을 무참히 부수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