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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유채꽃을 보고 옴이라 쓰고 결혼들 합시다 라고 읽어보아효
게시물ID : freeboard_20058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6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23/04/17 10:38:05

날이 매우 흐릴 줄 알고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햇살이 쨍하더이다. 

(전 대구 끝자락에서 서식중입니다.)

 

그래서 다짜고짜 도시락을 준비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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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저만 먹으면 쉽게 맹글겠지만,

아이도 함께 먹어야 하니

 

다짐기로 다 잘게 부셔주었습니다.

 

맛살과 계란 버섯이 2종류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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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감히 청란을 씁니다.

여기서 자랑을 좀 하자면 무려 선물 받은 닭알입니다. 

최근 도서관 문화강좌에 강연을 다녀왔는데, 청강생 중 한 명이 감사하다며 주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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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을 두른 팬에 밥까지 넣고 다 볶아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 버터 쓰는 걸 강추합니다만,

멍충한 저는 냉장고에 버터를 두고 꺼내써야지 - 해놓고는 중간중간 설거지를 하던 중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어른이 잡수실 거면 굴소스도 팍팍 때려 넣겠지만

아이가 함께 먹을 거니까 간장을 아주 초큼만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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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맹근 도시락을 어디 넣을까 하다가 최근에 테이크아웃 해먹은 치킨집의 봉다리를 재활용합니다.

여러모로 유용한 봉다리입니다만

그렇다고 치킨집 바이럴은 아닙니다. 

프리미엄이니 뭐니 하면서 과한 포장을 쓰면 그만큼 환경이 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ㅡ 목적지 따위 생각을 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아내에게 자신만만하게 동서남북 어디로? 라고 큰소리칩니다.

 

남쪽이란 말에 똥칸에 가는 척하며 변기에 앉아서 폭풍 검색을 합니다.

 

인근 창녕에 유채꽃 축제인지 뭔지를 한다고 합니다. (1시간 30분 거리)

 

그외 별다른 정보 취합 따위 무시하고 저의 애마 모닝의 시동을 걸어버립니다.

 

그래도 할 건 다 해야 하니 

본격적인 출발 전에 모닝에 기름도 빵빵하게 넣어주고,

최근 선물 받은 스타벅스 쿠폰을 사용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과 티라미수도 테이크아웃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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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했을 때가 이미 오전 11시. 

인근에 가까워졌는데 이상하게 남은 거리 대비 예상 소요시간이 엄청납니다. 

아~ 막히나 보다~ 그려~ 축제니께~ 라는 태평한 생각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 입구의 정자에 앉아 도시락을 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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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걸 보여주니 아이는 마냥 즐겁습니다.

 

일가족의 푸드파이터 되기를 꿈꿨지만 좌절한 집안답게 

아침 나절 내도록 준비한 걸 불과 몇 분만에 후다닥 해치우고ㅎ 

 

다시 모닝에 시동을 겁니다.

 

그리고 ㅡ 이후 고난을 맞이합니다.

 

네비가 알려준 대로 가니 혼잡을 대비한 교통 통제로 돌아서 진입하란 말을 들었고,

그렇게 길 위에서 한 시간 가까이 허비하게 되ㅂ...

 

가족과 함께니까 ㅡ 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상 모든 저주, 암흑의 기운을 물씬 퐁퐁퐁 했을 뿐..

그 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땐 실성할 뻔 했지만

막힌 도로 위라 딱히 뭘 할 수는 없었고 

 

때를 맞춰서 삐져나오려는 야속한 방귀를 참아내니

비가 다시 그치더군요. 다행입니다.

 

홧김에 지릴 뻔 했는데..

 

 

여튼 여차저차 어기영차 해서 축제 현장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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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밭을 보러왔는데,

진입 전에 깔아둔 전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더군요.

 

그래도 꽃밭을 보게 되니 마음이 다시 평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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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비눗방울 가지고 3분도 놀지 못하고 

저걸로 땅을 파기 시작하더니 끝내 부수고 맙니다.

 

당연히 지가 하다가 지가 부순 것임에도 불구하고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어줍니다.

 

니가 내 새끼가 맞냐며 걷어차고 싶지만,

훌륭한 아빠 코스프레를 위해 인내하며, 

전에서 팔고 있던 옥수수를 사줍니다.

 

아내가 더 잘 먹습니다.

 

야무지게 먹습니다.

 

저녁은 또 뭘 차려줘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에

우리 가족 스타일에 맞는 국수집이 있어서 저녁 수고는 덜었습니다. 

 

 

 

 

아,

이딴 글을 왜 싸지르냐고요?

 

결혼들 하세요. ㅡㅡ;;

 

전 외로움에 미칠 듯한 세월을 견디고 결혼을 했습니다.

외로웠던 만큼 간절하게 바랐지만, 어려웠고..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서 마흔이 되어서야 겨우 장가를 갔습니다. 

(심지어 여러군데 사주를 봐도 애초 결혼운이 약하고 그마저도  이제 다 나가고 없다 ㅡ 란 말도 들었던 적이 있음에도...

물론, 마지막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식 마저 코로나로 직계 가족만 참석...

덕분에 많은 분들의 위로 덕에 베오베 간 적도 있었죠.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20240 )

 

나이가 마흔이나 되었으니 갖춘 거라도 많았냐?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여전히 모닝 끌고 다니고, 

여전히 지방에서 전세 살면서

아파트값 폭락했다고들 하지만 지금 20년 된 아파트 매매도 큰 각오를 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흙수저 중에서도 개흙수저라는 거죠.

 

그런데 뭘 믿고 결혼을 했고, 누가 저같은 놈과 해줬냐고요?

지금의 아내가 저와 제 됨됨이와 꿈 하나 보고 해줬습니다.

저도 아내의 됨됨이 하나만 보고 결정했습니다.


 

뭐, 요즘 말로 얼굴이 되어서? 

결코 아닙니다.

 

전 165cm 숏다리에 배도 나왔고, 얼굴도 씨꺼멓고 ㅡ 그때 나이 이미 서른 아홉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절을 살고 있지만, 그만큼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기에 바쁘죠.

 

결국 물질이 있어야만 하고,

물질이 없어도 행복하다를 정신 승리라 일축하며

돈이 있어도 불행하다면 그보다 많은 돈이 있으면 해결된다는 말을 합니다.

 

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돈은 많은 걸 쉽게 만듭니다.

불행할 만한 여러 요소를 간단하게 지워버리죠.

 

문제는 우리의 사고도 단순하게 만들고, 우리의 의식도 단세포로 만듭니다.

 

작금의 배금주의 풍토가 그런 겁니다.

돈으로 만사가 치환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죠. 

 

정말 돈을 많이 번다고 해결되느냐? 집안이 좋아서 금수저면 그냥 해결되느냐?

생활 유지를 쉽게는 만들어줄지 몰라도 어차피 인간의 욕망을 근본적으로 다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그렇게치면 헐리우드 스타들 이혼하고 위자료 주고 하는 꼴을 보세요.

결국 인간은 하나가 차면, 다른 하나 때문에 또 만족을 못하는 겁니다.

이것저것 다 누리게 되더라도 권태라는 장애물도 만나게 되고요ㅎㅎ


돈이 있는데 내가 상대의 말을 들을까?

돈이 있어서 상대가 나를 이렇게 대하나?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덕에 전혀 다른 문제들조차 돈이라는 코드를 꼭 삽입해서 해석하려 들게 만들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ㅡ 많은 젊은 남성분들이 그렇게 말할 겁니다.

 

"전 욕심이 크게 없지만, 요즘 여자들은 많은 걸 바랍니다."

 

죄송하지만, 

저도 서른 아홉까지 흙수저 노총각이었고 지금도 흙수저입니다.

우린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노력해보셨나요?

결혼은 원래 힘든 겁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든 결혼은 하지 않았더냐 ㅡ 

그래서 그분들의 결혼 다 행복했습니까???

 

원래 사랑과 결혼은 힘든 겁니다.

결혼 생활은 많은 유부남 유부녀들이 말하듯이 지옥과도 같은 부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에 치가 떨리는 게 더 힘들다면,

더 노오오려여어억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대체 뭘 더?!! 라고 하실 수 있겠는데 ㅡ 

그냥 인식을 바꾸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전 결혼정보회사에도 등록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렇더군요.

관점이 사람을 재단하게 됩니다.

조건을 가지고 사람을 보게 되면, 상대도 제 조건을 봅니다.

제가 얼굴을 따지면, 또 얼굴을 따지는 사람을 만나고요.

 

판춘문예만 봐도 사람을 자극하는 부분은 '조건'입니다.

그게 물질적 조건일 때도 있고, 시댁의 조건일 때도 있고, 외부 인맥의 조건일 때도 있고, 뭐 그렇죠.

그런데 그걸 읽고 발끈하거나 감정이 이입이 된다는 건 

본인도 그만큼이나 조건을 따진다는 겁니다. 

남의 조건, 남의 이야기에, 비슷한 조건과 처지니까,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흔들리는 겁니다.


아, 내가 가진 게 없으니 언감생심이야..

아, 내가 못생겼으니 답이 없어..

 

전 결코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답이 나와있는 것 같아서 매우 편할 뿐이죠.

이해하기가 쉽고,

책임전가할 요소도 생기고.

근본적인 잘못이 내가 아닌, 나의 원초적인 무엇, 혹은 외부적인 요소들로 돌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존잘들의 인생은 정말 조오오오온나아아아 개편하겠지만,

알파 남성의 수는 극소수입니다.

다수의 흔남과 저같은 마이너가 다수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경쟁을 위해 존잘보다 

기본 매너가 있거나, 대화를 잘하거나, 유머러스라도 해야 할 텐데

웅크리고 이런저런 패배적 요소만 확인 점검하고 있는데 어찌 가능할까요?

1등은 몬해도 2등, 3등은 해볼 요량으로 

적어도 포기는 말아야죠ㅎ

 

단순하게 책임전가할 대상과 요소를 만드는 것. 

그래서 현실에 혐오만 뿌리게 되는 것.

전 그거야말로 일베 무리의 논리라 생각되며, 그들을 움직여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의 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게 생각들을 하고, 그게 경쟁의 지표이며, 해답이다 

따위로 끌려다니지 말고

 

 

 

그냥

요즘 세상 사람들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사람을 만나보는 겁니다.

 

 

 

전 괜찮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확언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지금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을 살면서 숨을 쉬고 있고, 그 숨을 함께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이 순간은 

누구의 것이 아닌 

저의 지구는, 

저의 지구만큼은 아름답다고 단언합니다.

 

내일이 되어서 정말 그들의 말처럼 저의 부족한 조건들이 저와 제 가족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그때가서 백기를 들어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오늘의 밝음이 어제의 길고 긴 어둠보다 몇 백배, 몇 천배, 몇 만배, 밝으니까요.

내일 어두워지는 건 내일 함께 어두워지니는 것이니

고민을 해도 이젠 혼자하지는 않을 거 같고요.

 

뭐, 그렇습니다.


인식 하나만 바꾸어도 결혼과 연애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출처 내 뇌 우동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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