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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해본 육체적으로 힘든일들 part.2
게시물ID : freeboard_2009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생화v
추천 : 6
조회수 : 80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3/06/28 23:31:20
그렇게 약 2시간에 걸친 그물건져올리는 작업이 끝나고 다시 항구로 돌아옴..

식사준비해주는 아저씨는 곧바로 식사준비를 하시고 나는 그자리에 거의 쓰러지듯이 주저앉음..그 순간에 내가 앉는자리에 손가락만한 멸치들이 내 엉덩이에 깔리든 말든 그런거 따위는 생각할 여유가 1도 없었음

어느새 식사준비가 끝나고 다들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나이많은 아저씨들과 얘기를 나눔
40대인 한명 빼고는 최소경력이 25년이신 베테랑들 이셨고 한명은 15살때 시작해서 40년 된 분도 계셨음..
밥먹으면서 한분한분 몸을 보는데..전체적으로는 말랐지만 완전 다들 실전압축근육같은 느낌인거임..60대이신 분들이지만 내가 싸우면 질거같은 느낌이..
(그물 올릴때 난 힘들어 디질꺼같다고 느낄때 힘들다는 내색없이 할때 이미 이길수없는 상대들이라고 느낌)

대충 식사를 마치고 난 설거지라도 하려는데 다른분들이 못하게 말리는거임..식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있고 그에 맞게 돈을 주니깐 그런건 눈치볼 필요가 없다는거임..
(후에 좀더 자세히 알게된거지만 배의 주인인 선주는 따로있고 선장은 배의 운전과 전체적인 부분만 진행하고 일체의 노동은 안함..배의 조명이나 엔진같은 설비를 손보는 갑판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도 있고 그물을 사용하다가 구멍같은게나면 그걸 손질해서 땜빵하는 그물 관리하는 사람도 따로있음)
그말을 듣고 생각보다 분업화와 그에 맞는 보상이 지켜지는구나 하고 느낌..막말로 한참 어리고 일에 크게 도움안된다면서 나한테 잡일을 떠넘겼어도 나는 아마 큰 불만없이 '내가 막내니깐..'하면서 했을것임
이전에 경험한 표정부터 희망없어보이는 택배나 시간만 지키면 된다는 일용직 노동자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체계는 확실하게 잡혀있는 그런 모습이였음
당시에 나는 소위 3d업종이라는 직업들이 대부분 비슷한줄로만 알았는데 이곳은 그들 나름의 규칙과 체계가있고 그걸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을보고 하나의 엄연한 직업군중 하나이고 3d업종이라면서 가볍게만 생각했던 나를 약간은 반성하게 만듬
(솔직하게 경험없는 어린친구한테 자기의 일을 떠넘기는일은 비일비재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불합리한걸 알면서도 서로의 관계를 생각해서 굳이 나서서 못하게 말리지는 않는게 현실이지않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사이 배는 출발했던 항구에 도착을 했고 항구에는 우리보다 먼저 항구에 들어와서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고 있는배가 몇대보임..다들 바쁘게 그물에 잡힌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낼 준비를 함..
나도 눈치껏 도울만한 일을 찾아서 할랬는데..
나와라 비켜라 저기가서 저거나 도와라..같은 말만 들음 ㅠ
처음하는 일인만큼 도움이 아니라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 느낌이였음 ㅠ
하여튼 대충 준비를 마치고 그물에 잡혀있는 멸치를 털어내는데..이게 또 엄청난 노동이였음..
멸치들이 잡혀있는 그물을 일렬로 줄줄이선채 구령에 맞쳐서 같이 왼손 오른손 번갈아가며 머리위로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털어내야 그물에 잡혀있는 멸치들이 떨어지는거임..
힘껏 털어내지않으면 그물에서 멸치들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한번에 멸치들을 털어낼때 난 2번 3번씩을 반복해야 그물에서 멸치들이 떨어지는거였음
처음에 멸치래서 그 쬐끄만넘들이 무거워봤자겠거니 했던 나를 비웃듯이 셀수없이 많은 멸치들은 많은 숫자답게 엄청난 무게 였던거임..
또 다른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다른사람들이 아래로 내려치는 호흡에 한사람이 그물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타이밍으로 갈리면 손을 크게 다칠수도있음..
그물을 건져올릴때 지옥을 느꼈던 나는 또다른 지옥을 느껴야만했음.
오로지 팔힘으로만 해야하는만큼 팔은 떨어져나갈거같았고 그물에서 떨어진 멸치가 얼굴을 때리는일이나 엄청난 비린내도 나를 힘들게하는 요인이였음
역시 엄청난 길이였던 그물답게 잡힌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는일도 쉽사리 끝나지 않는 일이였음..중간쯤됐을때 쉬었다가 하자는말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봤는데..다들 터져버린 멸치의 내장이나 비늘등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걸보곤 내모습도 거울을 굳이 보지 않아도 상상을 할수있었음..

내 인생 최악의 육체노동의 1등은 단연코 멸치잡이배였고 그중에서도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일이였음
대충 쉬었다가 남은 그물도 마저 털어내고 상자가득 멸치들을 담아냈음..한상자에 25kg씩이라는데 직접 날랐던 느낌상 절대 30kg이하로는 안느껴질만큼의 무게였음..아마 물이 남아있는것도 있고 넘치게 담지 않으면 경매에서 제값을 주질않으니 그러지않았나생각함..
한참을 상자에 담고 있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오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경매가 시작됨..
TV에서나 보던게 눈앞에서 펼쳐지니 신기해서 곁눈질로 구경해보니 TV에서 보던 경매의 모습이 그대로인거임..
서로 눈치를 보면서 낮은가격에 낙찰받으려고 다른 사람들 몰래 경매사에게 손짓하고 경매사는 또 그 손짓들을 캐치하면서 나로서는 도저히 알수없는 그들만의 언어로 속사포랩..경매하는 모습을 보는게 소소한 재미였음
우리가 잡아온 멸치를 낙찰받은 도매상이 한쪽에서 외국인 노동자들 데려와서 쌓아둔 상자들을 자신의 차에 바로 싣는 모습까지 보면서 하루의 작업이 끝이났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 힘들었던 그물올리는거나 멸치를 털어내는일도 조금씩은 요령이 생겨서 조금씩은 할만해져갔고..(말 그대로 조금의 요령이 생긴거지 내 인생 최악의 노동은 변치않음)

결국 최종적으로 2달에 못미치는..1달하고 3주정도의 일을 했고 더이상 멸치가 많이 안잡힌다는 선장의 선언에 멸치잡이의 경험은 마무리가됨..

일하는동안 선장의 딸인 친한동생불러다가 선장님네 댁에서 같이 고스톱치면서 놀았던거나..그물에 멸치가 아닌 아귀나 호래기 갑오징어 광어 등 많은 다른 어종이 올라와서 그날 점심반찬 또는 저녁 술안주가되는등..여러가지 재밌었던 에피소드도 많았고..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일하러 왔다가 하루 일하고 새벽에 도망가거나..경험많은 아저씨가 바다에 빠지거나..다른 배에서는 그물끌어올리는 기계에 손이 끼어서 크게 다치는 아찔한 일도 있었고..그리 길지않은 2달의 시간은 지금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음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하고 도망치고싶단 생각이 들때도 많았지만 결국 어느새 약속한 2달에 살짝 못미치는..멸치잡는 철의 마무리까지는 함께했고 나름의 느낀바도 있어서 젊었을때의 2달의 투자가 그리 아깝지는 않은 경험이였음
그 이후 멸치시즌 끝나고 새우철이라고 일하러 오라고 꼬시고..또 대구철이라면서 멸치보다 훨씬 편하다면서 꼬시고..다시 멸치철이라면서 생각나지 않냐고 묻는 선장의 전화를 조용히 착신거절하면서 내 짧은 어부의 삶은 마무리 된다..


전체적인 경험은 절대 피해야할..할만한 이유를 1도 찾을수 없는 직종 1위는 택배이고..건설일용직은 정말 급하다면 잠깐은 일할수있다고 생각함..멸치잡이배는 노동강도는 다른것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엄청난 중노동이지만..그걸 버틸수있다면 엄연한 직업군중 하나임..2달간 일하고 그리 많지 않은 돈을 정산받았지만 솔직히 돈으로 사기힘든..내 나름의 성취감은 느낄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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