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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는 않지만 신기한 이야기 9 (사슴작가 실제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222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은것만준다
추천 : 0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3/16 04: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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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으로 온 박상]

 

박상은 아버지가 안계신다그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유산을 받았다그런데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이 받았다.

난 학교고 나발이고 친구가 우선이라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서 3일 동안 지키다가 화장하는 것까지 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얼마 후 박상이 자취방으로 학기 중인데 놀러 왔다난 매년 자취할 때 아버지 공장 포터 끌고 친구들이랑 가서 같이 짐 나르고 하루 놀다 오기 때문에 친구들이 내 자취방 위치를 다 알고 있었다.

"야 뭐야 학교는?"

"... 들어가서 얘기해"

"뭐야 왜 왔어?"

"나 학교 때려 쳤어"

"?"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산을 받았다 했다그것도 평생 자기가 벌어도 못 벌 정도로 아주 많이.

자기는 인생에 대학교를 다니는 이유를 몰랐는데 때마침 잘 됐다고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고 했다지금은 막상 갈 데가 없어서 왔다고 했다. (이 당시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랐다.)

난 그때 대학동기 2명과 함께 방 2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싸고 크기만 아주 큰 옥탑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박상까지 오니 4명이 되었다.

내가 사람 복이 있는 게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착하다다들 조용하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근데 자기들끼리 내버려 두면 또 다 잘 떠들고 놀았다나는 매번 일을 만들고사고 치고모이자하고같이 놀자는 말만 했다.

 

맨날 내가 뚱딴지같은 소리 하면

"뭐래...."

하면서도 내가 하는 x아이 짓을 조용히 용납해 주는 내성적이고 착한 친구들이었다그렇게 하루 이틀 3일 지났는데 박상은 자는 시간 빼고 게임만 했다.

 

언젠가부터 학교 갔다 오면 나 빼고 셋이 같이 게임하고 있었다.

낮에는 게임하고 밤에는 영화보고.

쏘우1을 보면서 라면을 먹다가 다같이 토하기도했다.

그렇게 놀며 2주일이 넘어도 박상은 집에 안 갔다.

"야 나도 과제도 좀 하고 컴퓨터도 좀 쓰자!!!"

게임하던 박상은 알겠다면서 비켜줬다.

 

다음날 학교 갔다 오니 박상이 집에 안 보여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었다.

"나 수원 집인데?"

"아 그러냐내가 뭐라 해서 간 건 아니지?"

"아닌데?"

"그래 빨리 자퇴신청 원복하고 너도 학교 댕겨 임마뭐 하고 싶은 거 찾는다 더만 게임만 하고 정신 차려야지!"

엄마같이 잔소리를 하고 끊었다그런데 다음날 박상이 자취방으로 다시 왔다.

"뭐야 왜 또 왔어?"

"내 컴퓨터 택배로 일루 보내러..."

기도 안 찼다다른 두 친구가 잘 왔다고 얼른 들어오라고 '우리 뭐 시켜 먹을까?' 하면서 셋이 신났다.

사실 넷이 신났다.

4인 PC방이 만들어졌다.

박상이 심심하다 하면 억지로 끌고 나가서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하고 내 수업도 같이 들어가고 나름 재미있었다교수님이랑 친해진 수업도 있었다.

난 수업은 같은 돈 냈는데 맨 앞자리에서 들어야 한다고 전투적으로 듣는 스타일이였다교수님이 너네들은 듣는 자세가 좋아 기분이 좋다고 박상 칭찬도 했다.

 

주말에는 박상은 집에가기 귀찮다고 자취방에 남아있고 나만 수원가는 뭔가 이상한 관계가 학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박상이랑 어느정도로 친하냐 하면 박상이 수원에 자취방 구한대서 나는 투룸을 추천했다그리고 박상 이사 날 난 아버지 포터 빌려서 내 침대를 작은방에 갖다 놓고 컴퓨터 책상이랑 컴퓨터 설치했다박상은 좋아서 발광을 했다.

"뭐야 미X놈아!!!"

나는 못 들은 척했다둘이 같이 있으니 친구들이 번갈아가면서 자주 놀러 왔다박상이 혼자 살고 싶다고 서울로 갈 때까지 거의 거기서 지냈다박상이 뭔가 잘 몰랐나 본데 서울 자취방도 자주 갔다.

 

 박상은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해서 오토바이 타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그래서 피자집을 차리고 박상은 배달을 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후로 6개월을 쉬었는데 증상이 하나도 호전되지 않아 낮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고 해를 볼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그래서 골프장 캐디로 일을 한다계획대로 몸을 움직이니 마음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골프장은 겨울에 2개월간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 때면 박상네 피자집에 가서 같이 배달을 했다.

 

[큰빛 할아버지댁]

 

동네에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즈음이면 꼭 주문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다연세가 90은 족히 넘어 보였다.

'M사이즈 치즈 피자, 500ml 콜라.'

정확히 얼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꼭 지폐 2장을 주셨다. 500원 거슬러 드리려고 하면

"..가져요... ...근데 따...따줘요..."

하셨다. 500ml 페트 콜라 뚜껑을 따달라고 하시는 집이다그 집을 매주 갔는데 그 할아버지 주변으로 빛이 보였다.

처음에는 햇살이 비쳐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런데 비 오는 날도 구름이 잔뜩 낀 날도 그 할아버지 주변만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밝게 보이는 것이었다어느 날 박상한테 그 할아버지네 집에 가면 빛이 강해서 눈이 부시다고 했다.

"난 잘 모르겠던데?"

"야 그럼 다음 주 월요일 1시에 너 출근해서 한번 니가 가봐!"

다음주에 박상이 확인하러 다녀왔다.

"전혀 모르겠는데 니가 잘 못 본거 아니야그때 순간 그랬나 보지!"

"아 그랬나다음 주에 내가 다시 한번 가볼께."

또 다음 주에는 내가 갔다때마침 눈이 왔나 비가 왔나 날씨가 흐렸다그런데 햇빛이 또렷하게 보였다.

스님들 그림 보면 몸 주변으로 아우라같이 보이는 그런 그림 비슷한데 그냥 햇빛 비치면 몸이 밝아 보이는 것 같이 보였다.

그 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같이 있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박상한테 그집은 내가 무조건 배달갈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걸 몇 년 후 다시 한번 크게 느꼈다.

 

[골프장에서 만난 빛여인]

 

골프장에 50대 중후반정도로 보이는 어머니 또래 분이 오는데 그 아줌마가 햇빛을 다 받고 있었다.

 

'뭐야무슨 빛이 저 아줌마한테만 있어?'

 

그 햇빛은 막 한여름의 직사광선 느낌이 아니었다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갔을 때 아침에 마루에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햇볕이 느껴지는 그런 은은한 빛이었다뭔가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의 빛!

그래도 바로 눈을 뜨고 보기엔 확실히 눈은 부셨다그 할아버지 이후 오랜만에 보는 빛이라 신기했다.

이 빛여인은 말투도 나긋나긋했다이게 빛이 껴서 보여서 그런지 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골프치는데 방해가 되면 안되서 헤어지기 15분 전에 정말 궁금한 것 하나를 여쭤봤다.

"혹시 무슨 종교 있으세요?"

빛여인이 갑자기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내게 다가오시더니 내 손을 양손으로 꼬옥 잡으셨다정말 깜짝 놀랐다너무 훅 들어오셔서 순간 얼어 사고 회로가 정지돼 어버버 했다.

그 분 얼굴을 보니 눈물 한방울을 똑 흘리고 계셨다.

"아 아니... 왜그러세요괜찮으세요?"

"아니에요자기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 분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동안 어떻게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대...흑흑..."

우시면서 내 손을 어루만져 주셨다처음엔 내가 무슨 실수 했나 하고 깜짝 놀랐는데 나도 갑자기 저절로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졌다이상한 경험에 너무 놀랐는데 다음 말에 더 놀랐다.

"어머님은 어떻게 잘 계시대요?"

눈물이 쏙 들어갔다. '갑자기 어머니그러고보니 연락 안하고 산지 얼마나 지났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정신이 싹 돌아왔다얼른 눈물을 훔치고

"아 뭐 잘 계실거예요근데 저 혹시 종교 있으세요?"

"교회는 예전 다녔었죠지금은 쉬고 있어요."

빛여인은 계속 울면서 말씀하셨다.

"그럼 혹시 다른 종교는..."

"아니예요전 종교라고 말하긴 뭣하는데 느껴지는게 있어요!"

'헉 이 빛여사님도 뭐가 있다이 분과 대화를 나누어야한다혹시 무언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쨌든 남은 플레이를 마쳤어야 했다.

"일단 눈물 닦고 타시죠."

나도 왜 흘렸는지 모를 눈물 자국을 손등으로 한번 더 스윽 닦고 말하며 이동했다그런데 빛여사님이 다른 분들 들으라고 말하셨다.

"난 이번 홀은 안 치고 이야기 할래요!"

남편분으로 보이시는 분이

"뭐야 왜그래무슨 일이야?"

하셨다.

"아니예요여보 너무 이야기 해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지 뭐예요!"

그러자 우리 둘을 제외한 3명의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 봤다.

 

빛여인과 나는 다른 분들 플레이하는데 방해 안되게 옆에 서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혹시 그럼 죄송한데 뭐가 보이세요아니면 들리시거나?"

"아니요저는 그런건 아니예요근데 느껴져요."

"느껴진다고요어떤식으로요?"

"엄청 따뜻한 느낌이예요처음부터 계속 느껴져서 오늘 골프 치는 것에 집중을 하나도 못했네요캐디님한테 너무 따스한 기운이 느껴져요."

 

'이런 빛이 있는 분들은 뭔가 이런 느낌이 있나나같은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있는데 이상한 게 있었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물어보셨어요뭐 알고 물어보신거 맞으세요?"

"이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데 느낌이 있어요아버지는 괜찮으신가요?"

아버지 이야기 들으니 갑자기 미친듯이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팠다그리고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펑펑났다키가 180cm에 덩치도 산만한 다 큰 어른이 그 말을 듣고 미친사람처럼 엉엉 울었다.

"흐어어어엉... 흐으으윽 흐어어어어어엉!!!!!"

갑자기 너무 마음이 아파서 땅에 주저 앉아 살면서 2번째로 그렇게 펑펑 울었다빛여사님은 내 등을 쓸어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요고생 많이 했어요이제 좋은 일만 있을거니까 그만 울고우리 가야지 또!!"

"여보 무슨 일이야왜그래?"

남편분이 앞서가다가 내 우는 소리를 듣고 뒤로 오셨다.

빛여사님은 공치고 계시는 분들께 우리 오늘 이정도에서 마무리 하자면서 정리하고 카트로 탔다이동하는 내내 펑펑 우는 내 등을 쓰다듬어 주시며 같이 우셨다.

"아이고...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그래요... 울어요..."

같이 엉엉 통곡하면서 정리를 했다원래 전화번호도 묻고 뭐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었는데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리고 다른 세분이 워낙 어리둥절해하실거 아니까

"죄송합니다아 내가 왜이러지아 정말 죄송합니다."

이 말만 20번은 한 것 같았다모두 의아하지만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묻지는 못하셨다.

"괜찮아요 아유 어쩐대 무슨 일이래"

나는 연신 죄송합니다그쪽에서는 아니예요 괜찮아요이것만 무한 반복하며 정신없이 끝났다다 끝나 헤어지고 한참 후 옷갈아 입으면서 정신이 들었다.

'아 씨전화번호 받아왔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빛여사님과 더 많은 대화를 하면 단서같은걸 발견할 수 있을건데'

한 10일정도 계속 그 빛여사님이 아른거렸다그리고 주변에 내가 목소리가 들린다는걸 아는 사람들에게 이 경험을 이야기 했다.

'대체 뭐였을까?'

얼마 뒤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빛만 보이는게 아니였다어두움도 보였다...!

 

다음편

https://blog.naver.com/dakiup/2233777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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