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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만" 더 나은 것??
게시물ID : freeboard_4565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흥!
추천 : 3
조회수 : 3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8/12 00:32:05
에어컨이 없어서 더운 방인데 문을 열어둘 수 없는 상황.
작은 창문이 하나 있을 뿐, 창도 바깥으로 바로 나지 않아서 바람이 들어오질 않는다.
조금만 더 시원했으면.
정말 소박한 소원이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두시간쯤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바로 밑에서 있다가 온게 생각났다.
춥다고 온도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맘대로 조절도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혼이났다.
평소에는 쓰레기통에 잘 버렸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잘못 넣어서 옆에 떨어졌나보다.
그렇게 더럽게 만들면 어찌하냐고 혼이 났다. 그 굳어진 표정...
과연 그게 혼날일인가 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우울해졌다.
말을 하는데 왜 화부터 내기 시작하는걸까?
화를 내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에 앉아있는데 땀이 주욱 나는게 너무 덥다.
그리고 조금만 시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실 바라는건 사소한건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찰나에, 아까까지 쐬고 있던 에어컨 바람이 생각났다.


집에 들어오기 전, 내가 낮동안 지내는 곳은 맘대로 에어컨을 틀 수 있는 곳이다.
방안을 한겨울로 만들어도 누가 절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좋은 환경에서 있으면서
지금 좀 더 시원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사소하다고 말하는건
너무 사치가 아닌가..


분명 주어진 환경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감사한 것들이 많다.
사지 멀쩡하고, 특별한 지병이 없고,
편안히 잘 수 있는 집이 있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에 개인 컴퓨터도 있고,
잘 걸어다니고, 잘 보고, 잘 먹고, 잘 말하고, 잘 듣고,
공부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근데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바람은 아주 작은 것들일 뿐인데,
  조금만 시원했으면, 내 주위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서 무작정 화부터 내지 않았으면,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몸이 조금만 더 건강했으면......'
그 조금만 조금만이 여러가지가 되고 무수히 많아지면서 수도 없이 불어난다.

그건 사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뭔가 자신에게 숙연해진다.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그것을 잘 받아들여서 행복해지면 좋을텐데..
나는 자꾸,
내일은 더 좋을꺼야, 다음달은 더 좋아질꺼야, 내년은 더 좋아지겠지..
라고 좋은 날을 미루면서 현실의 행복을 모르고 지내는건 아닌가 싶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걸,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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