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늘 새벽에 환경미화원에게 환하게 웃어준 홍대클럽녀
게시물ID : freeboard_521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syflame
추천 : 0
조회수 : 12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7/15 08:55:17
대학원생인데 방학을 맞아 학비도 벌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환경미화' 알바를 하게 되었다.
오늘로 3일차. 10시부터 5시정도까지 하는 일인데 매일 비가 내렸다.
온몸을 땀으로 샤워하고, 신발은 물이 고여 질척질척하고 하이바를 쓴 머리에는 연기가 났다.
옷에서는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 국물 향;이 났다.
사실 환경미화는 3D업종으로 누구나 기피하는 냄새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쓰레기차가 지나가면 음식물 쓰레기의 그 역한 냄새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그 차와 청소부들까지 한묶음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이지
결코 청소부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이 일을 하면서 사람을 더럽히는 건 쓰레기 오물 등 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과 행동 및 가치관념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클럽에서 밤새는 아이들을 속으로 흉봤다.
왠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나는 비록 겉은 더럽혀져 있지만 속은 정화되어 있고
클럽에서 멋있게 잘 꾸미고 밤새서 놀고 있는 그들을 한심하게 본 것이다.

그런데 나도 크게 다를바 없었다.
일이 힘든 편이라서 쓰레기 버린 사람 원망도 하고
가끔 쓰레기차 뒤에 매달려 있을 때 현기증이 날 때면
속으로 슈발슈발 거리면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잘 놀고 있는 그들에게 불만이 터진 듯.

아 그런데 이게 왠일
오늘도 현기증나는 홍대 클럽 거리를 쓰레기차 뒤에 매달리며
음식물 쓰레기 국물을 튀며, 쓰레기 봉지를 던지며 다니는데
왠 검정색 옷을 입은 아가씨가 계단에 걸터앉아
나를 포함한 청소부 3명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물론 술취해서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다들 인상 찌뿌렸으면 찌푸렸지
손을 흔드는 사람들은 호기심많은 외국인이나 술취한 아저씨밖에 없었다.

수고하신다며 차가 떠나는 우리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다.
순간 앞에 말한 내 속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새 기운이 솟는 것이었다.

사막의 오아시스같았던 홍대 클럽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3일동안 홍대클럽에서 본 아가씨중에서 당신이 제일 아름다워!ㅋ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들이 연단한 것은 금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었듯
이 일을 하면서 내 마음을 더 다듬길 원한다.

PS. 근데 홍대에 왠 Ho Bar가 그렇게 많은지.. 1,2,3 ... 아 정신없어라 @_@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