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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어를 배우게된 이유
게시물ID : freeboard_728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구리0
추천 : 11
조회수 : 8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22 03:56:48
전 공대 나왔습니다.

일본어를 조금 합니다. 아주 조~~~~~금

일본어를 배우게된 사연을 이야기 할려고요

대학교 1학년 때 어찌어찌하다 다른학교 일문과 다니는 여학생을 알게되었습니다.
첨보고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몇번 만나면서 얘기하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둘이 같이 부반장도 했었습니다.  근데 둘 다 전혀 기억못하는........
딱 한가지를 둘이 같이 기억하더라고요
한번 친구생일이라고 집에 놀러갔다 그집 개한테 제가 물려가지고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여학생도 그 집에 같이 놀러갔었나 봅니다
누가 개한테 물려서 갔던게 기억난다고....... 누군지는 모르고......

어찌됐건 연애 초반 서로의 호감을 키워가고 있던 시기에 그녀가 제게 연극을 보러가자고 하는 겁니다.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일본사람이 하는 연극이라고 하더군요. 교수님이 숙제로 보고오라고 했다고.....
하!하! 어둠속에 그녀옆에 두시간 남짓 앉아있는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손이라도 잡아주면 두시간이 2분같이 지나갈텐데.....
게다가 자막이 나온다고 했답니다. 
자막이 없어도 상관없는데 뭐.....ㅋㅋ
저는 너무도 기쁘게 승낙을 하면서 연극 제목도 몰랐습니다. 뭐 사실 알아듣지도 못할 연극의 제목은 알아서 뭐하겠습니까!

며칠후 그녀와 연극을 보러갔습니다.  극장에 가서야 저는 제가 보러온 연극이 '멕베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안심이 되더군요. 사실 저는 그때 고등학교 때 세익스피어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특히 그중 좋아했던게 하필 멕베드였습니다.
멕베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번은 읽어봤을 겁니다. 게다가 연극으로 본 것만 4~5번은 보았을 거고요.
정말 거의 다 외웁니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자막이 안나오더군요......
연극이 시작되고 그녀는 무척 당황해 하더군요. 저한테 미안한게 아니라 자기가 못알아들어서..... 일문과 1학년 학생이 일본어를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녀 귀에다 대고 두시간 내내 마치 동시통역하듯이 대사를 얘기해주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나오면서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일본어를 잘하냐고 물었습니다.
거기에 사실대로 얘기했어야 하는데 사실대로 얘기해도 멋있게 보였을텐데....
고등학교때 일본애랑 팬팔해서 만나기도 하고 그랬었다고 얘기했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근데 영어로 했지요. 만나서도 일본어는 단한마디도 안했습니다. 아니 못했죠.  알아야 하지.

어쨌든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려고 다음날 바로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전혀 안들키고 어느 정도는 실력을 쌓았죠.
나중에 번역해오라는 리포트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몇년후 어찌어찌해서 헤어지고는 일본어는 저랑 전혀 상관없는 언어가 되어버렸죠.

그러다가 몇년전 부산에 있을때 마누라가 부산에 있을 때 배타고 일본이나 한번 갔다오자고 해서 일본 여행을 가게되었습니다.
마누라는 제가 일본어 하는 거 몰라요 굳이 얘기할 정도로 잘하지도 못하고, 10년 넘게 한번도 안써봤으니 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안했습니다.
근데 막상 일본에 가니 조금 기억은 나더라고요 간단한 대화나 안내판에 써있는 글정도는 읽을 수 있데요
그래서 조금 썼더니 우리 딸이 아빠 일본어 잘한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마누라가 딸한테 한마디 하더군요.

 "어디서 일문과 다니는 여자 꼬실라고 공부했겠지...아님 일본여자던가"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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